히카두와
콜롬보 숙소에서 에어컨 때문에 너무 추웠다면 여긴 혼자서 방을 쓰는 대신에 더운 선풍기 방이다. 천장에 큰 선풍기가 매달려 있는데 세기를 중간으로 틀면 너무 덥고 최고로 틀면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선풍기 날이 흔들려서 금방이라도 떨어질꺼 같다. 그래도 더운거보다는 소음 참는 게 낫겠다 싶어 선풍기 날이 떨어질것 같지만 불을 끄고 천장을 보면 그마나 떨어질 것 같은 선풍기가 눈에는 안보인다. 그래도 소리 때문에 불안해하다 다행히 푹 잤다.
그러다 역시 5시 좀 넘어서 눈이 떠져서 테이블로 나왔다. 여긴 콜롬보보다 선선한 거 같다. 그래서 기온을 보니 27도. 27도가 선선하게 느껴지다니 낮에는 얼마나 더웠던 걸까. 8시쯤 넘으니 니브가 나온다. 간단하게 나는 아보카도 쥬스를 마시고 니브는 샐러드를 먹고 9시쯤 넘어서 서핑샵으로 걸어갔다.
서핑샵에 들어가 나는 1day lesson을 받기로 했다. 호주 골드코스트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서핑을 해봤지만 친구들에게 어깨 넘어 배워 전문적으로 한번 배워보고싶었다. 그래고 빌라봉 서핑 수트가 여기엔 20불밖에 안해서 하나 샀다. 보드를 들고 수트를 입고 툭툭을 타고 해변으로 갔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서핑하기 딱 좋은 파도가 계속 밀려온다. 거기다 물도 너무너무 깨끗하다.
니브는 몇일전에 레슨을 받아서 바로 바다로 나가고 나는 해변에서 잠깐 동안 레슨을 받고 나갔다. 지금까지 머리때문에 물에 들어가는걸 피했었지만 이제 머리가 문제가 아니다. 서핑이 너무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해서 감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보드 위에 올라타 파도위에 서서 해변까지 가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된다. 해변까지 가는데 성공하니 사람들이 박수도 쳐주고 휘파람도 불어준다. 그리고 몇번 더 성공하고 체력이 바닥나 해변으로 나왔다. 내가 해변으로 먼저 나와 쉬고 있으니 니브도 나온다.
“넬리야. 거북이 봤어?”
설마 거북이가 여기 있는건가. 어리둥절해 하며 못봤다고 하니 니브가 다시 말한다.
“서핑하면서 파도 사이에 가끔씩 바다 거북이도 같이 튀어 올라와. 그걸 못보다니 아쉽다. 뭐 다음에는 볼 수 있을꺼야. 걱정마”
서핑하는 바다에 바다 거북이가 있다니. 믿기지는 않지만 다음에 다시 보러 오자하고 얼바무려 버렸다.
그리고 내일 다음 도시 미리사에 있는 숙소에 예약을 해놨었는데 하루 미뤄버렸다. 내일 하루 더 머물면서 서핑을 하기로 했다. 서핑은 마약같다. 한번빠지면 헤어나올수가 없다. 특히 여기는 지금까지 서핑했던 발리나 골드코스트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다. 잘하면 내일 바다 거북이랑 같이 서핑할지도 모른다. 이런곳에 왔는데 서핑을 하루만 한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래서 하루더 하기로 했다.
서핑을 마치고 니브와 함께 다시 숙소로 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좀 잤다. 그리고 맥주한잔 하고 또 늘어져 누워있었다. 아침에 서핑하고 푹쉬고 또 서핑하고 푹쉬고 정말 이상적인 삶이다.
저녁에 누워있으니 10시부터 바이브레이션이라는 바에서 파티가 있단다. 그리고 12시부터 핫해진다는데 다 귀찮다. 그냥 누워있고 싶어서 안갔다. 내일은 좀 덜 귀찮게 파티 한번 가봐야지.
니브와 나의 대화
나: 내가 카타르 살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너무 싫어하더라구.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이스라엘 사람들이 들어와서 땅을 뺏어가고 계속 전쟁이 일어나서 카타르에 피난 와서 살고 있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여행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서 이거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건 정부가 하는 거고 자기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가는 거라 잘 모르겠다고 다들 그러던데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 수 있어?
이스라엘 사람과 단 둘이 이렇게 말 할 기회가 없기도 했고 나와 니브 둘 다 술도 한잔 해서 이때다 싶어 물어봤다. 그러자 니브는 웃으며 말한다.
니브: 알았어. 알았어. 내가 정확하게 말해줄께. 2차 대전 때 홀로코스트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 알지? 2차 대전이 끝나고 살아 남은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UN에 가서 요청했어. 자기들이 정착하고 살 땅을 조금 달라고. 그래서 UN에서 회의가 열리고 팔레스타인 북쪽에 사람이 안 사는 곳에 조그만 땅을 내어주었어. 그러다 중동 연합군이 이 조그만 땅을 다시 반환하라고 무력으로 뺏으려고 전쟁을 일으켰지. 그런데 이 조그만 땅 덩어리의 우리가 이긴거야. 거기다 더 넓은 땅을 점령해버렸지. 알다시피 유대인 중에 부자가 엄청 많아. 그리고 홀로코스트 이후에 우리 민족은 똘똘 뭉치게 된거지. 여기에 분노한 중동연합이 더 큰 병력과 더 많은 무기로 또 전쟁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또 이겼어. 그리고 더 넓은 땅을 지배하게 됐어.
재밌다. 그리고 나는 또 물었다.
나: 그럼 팔레스타인 사람들하고 관계는 왜 그런거야? 화해하면 되자나
니브는 손을 저으며 말한다.
니브: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 금전적으로도 지원하고 병원이랑 학교도 만들어줬어. 그래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니다. 이슬람 국가 전체가 일단 우리를 싫어하지. 나 인도네시아 발리도 너무 가보고 싶은데 이스라엘 여권 가지고 있으면 이슬람 국가 출입 금지라 아직 못가봤어.
어느쪽이 진실인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팔레스타인 사람의 입장을 자세하게 들어보면 조금은 가늠이 갈지도 모르겠다.이렇게 여행은 책에서 얻지 못하는 뉴스에서 보도 하지 않는 정보와 사실을 공부하게 해준다. 내가 여행을 멈추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