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두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천장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선풍기는 하루밤을 더 자도 적응이 안된다. 어젯밤도 불안에 떨며 잠들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도 나는 살아있다. 이건 몇일 밤을 자도 적응이 안될 듯하다. 위험한 방에서 탈출하여 숙소 식당으로 가서 앉았다.
“굿모닝 밥말리”
여기서는 나를 밥말리라고 부른다. 내 이름 넬리는 니브밖에 모른다. 숙소 아주머니도. 그 아들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다 나를 밥말리라고 부른다. 콜롬보에서 처음 마셔보고 반한 아보카도 쥬스를 오늘도 시켰다. 그랬더니
“밥말리에다가 계산 달아 놓으면 되지?”
하고 아주머니는 웃으신다. 그냥 밥말리 하기로 했다. 주스를 마시고 니브와 함께 같이 또 서핑샵으로 걸어갔다. 숙소를 나와서 큰 길로 나가는 모퉁이에는 항상 똑같은 할아버지가 앉아계신다. 그리고 항상 해맑은 미소로 똑같은 말을 한다.
“굿모닝. 대마초 필요해?”
우리는 항상 웃으며 거절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서핑을 마치고 다시 그 모퉁이를 지나 숙소에 갈 때도 또 앉아계신다.
“안녕? 대마초 필요해?”
한결 같은 할아버지다. 대마초 할아버지를 지나 서핑샵으로 걸어가면서도 몇 명의 사람들과 마주친다. 툭툭 아저씨도 지나가는 꼬맹이도 다 똑같다. 우리가 웃으면서 먼저 인사하면 다들 똑같은 말을 한다.
“안녕? 대마초 필요해?”
니브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여기 스리랑카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약장수야”
행복한 약장수들을 지나 서핑샵에 도착했다. 어제 나를 맡아 서핑을 도와주던 스리랑카 친구 메보한테 하루 더 부탁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와 다른 서핑보드를 빌려준다.
“똑같은 보드를 계속 타면 실력이 안늘어. 이것저것 타보고 거기서 제일 자기한테 맞는걸로 한번 골라봐”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툭툭을 잡아타고 해변으로 갔다. 역시나 오늘도 서핑하기에 딱 좋은 파도가 우리를 반긴다. 오늘은 메보가 다른 사람을 코칭하고 있다. 메보는 물속에서 우리를 발견하고는 해변으로 뛰쳐나온다.
“일단 20분 정도만 혼자 타고 있을 수 있어?”
그래서 혼자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새로 빌린 보드가 적응이 안된다. 어제 탔던 보드보다 길이도 더 길고 무거운 느낌이라 균형이 잘 안잡힌다. 그래도 몇 번 보드에 올라타 해변끝까지 갔다. 그걸 보더니 니브가 말한다.
“오늘은 메보랑 레슨 안해도 되겠는데? 그냥 혼자 탄다고 그래. 레슨비 15불 아깝잖아”
니브 말이 맞다. 그냥 혼자 타기로 했다. 메보도 내가 혼자 타는 걸 보더니 그냥 혼자 타도 되겠다고 한다. 오늘도 멋진 날씨와 파도를 즐겼다. 서핑하면서 주위를 유심히 봤지만 아쉽게 바다 거북이는 안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서핑보드를 반납하고 해변쪽으로 걸어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서핑한 해변을 지나 옆 해변을 가니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가까이 가보니 무릎보다 얕은 깊이의 물 위에 바다 거북이 몇 마리가 떠 있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우와 진짜 있구나’
바다 거북이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얕은 물에서 이렇게 큰 거북이가 돌아다니는 건 처음 봤다. 이런 거북이들이 내가 서핑할 때 옆에 돌아다녔겠구나.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