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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n 09. 2021

미리사

미리사

하루만 있으려다 히카두와 특유의 매력에 빠져 3일을 머물러 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미리사로 떠나기로 했다. 정들었던 히카두와와 니브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의 아주머니 아저씨 꼬맹이 다들 그리울 것 같다. 히카두와에서 미리사까지는 별로 멀지 않다고 한다. 툭툭 타고 가면 1시간 반에서 두시간이면 된다. 그래서 툭툭타면 얼마냐고 물어보니 5000루피 정도. 너무 비싸다. 버스나 기차는 없냐고 물어보니 기차보다는 버스로 가는게 훨씬 빠를거란다. 콜롬보에서 히카두와까지 기차로 오며 해안선을 봤으니 이번엔 그냥 버스로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은 히카두와에 도착한 날 봐두었다. 히카두와 기차역 바로 옆이다. 항상 먹던데로 니브와 함께 비프 버거와 아보카도 주스를 한잔하고 정들었던 모두와 작별 인사를 했다. 짐이 무거우니까 툭툭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라고 다들 말하지만 이 정도는 걸을 수 있다. 아직은 아침이라 햇빛이 내려쬐서 미친듯이 덥기 직전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정말 많다. 어떤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 일단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담배를 하나 피며 자세히 살펴봤다. 이상한 레게 머리를 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다가와서 묻는다. 


“어디로 가요?”


미리사로 간다니 지금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잡아 여기에 얼른 올라타란다. 버스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배낭을 운전석 옆에 짐 놓는 곳에 얼른 내려 놓고 한동안 서서 갔다. 현지인들 사이 혼자 이상한 머리를 하고 서 있는 동양인이 신기한가 보다. 다들 뚫어지게 쳐다본다. 드디어 자리가 하나 생기고 스리랑카 할머니 옆에 얼른 앉았다. 역시 섬 나라다 보니 해안도로를 따라 버스는 달린다. 바다에 반사되는 빛도 멋있고 버스가 정차할때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스리랑카 사람들도 좋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까만 돌들을 보며 멋있다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그 돌들이 움직이더니 이내 물 속으로 사라진다. 바다거북이다. 머물면 머물수록 경이로운 나라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버스정류장이 정확히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미리사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오기 전에 다운 받아놓은 맵스미 어플을 보니 이제 곧 예약해 놓은 숙소 Hangover 게스트 하우스 앞이다. 숙소앞 300미터 앞쯤에 버스가 한번 정차한다. 


‘이제 다음에 내리면 되겠군’


하고 생각하는데 숙소 앞을 지나고 한참을 지나도 버스는 정차할 생각을 안한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정차를 안한다. 등뒤로 식은땀이 주욱 흐른다. 25분쯤 달리니 드디어 버스 문을 열어준다. 다시 숙소로 가려면 툭툭을 잡아타야 하나하고 고민했다.


‘여기까지 버스타고 왔는데 돈 아깝다. 그냥 다시 버스타고 가자’


버스에서 내린 곳 반대편에 가서 무작정 서있으니 버스가 온다. 손을 흔들고 일단 올라탔다. 아까 오면서 보니 여긴 길이 하나밖에 없다. 이걸 타고 가다보면 다시 숙소가 나오겠지.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20분쯤 가고 다시 긴장하고 숙소를 지나 300미터 앞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드디어 도착했다. 스리랑카에서의 첫 도시 콜롬보에서 머문 hangover 게스트하우스 지점이 몇 개 있다고 했다. 


“미리사에 있는 hangover는 여기보다 훨씬 히피 스러울걸?”


글렌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바다가 있는 숙소. 다들 편하게 누워 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단 체크인을 했다. 나랑 동시에 도착한 서양 남자애 둘이 있다. 노르웨이에서 온 이 친구들 이름은 디노와 헤닝. 디노는 나와 비슷하게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해봤고 헤닝은 배낭여행이 처음이란다.


“나는 왠만하면 좀 깨끗하고 화장실도 있는 방이면 좋겠는데..”


헤닝이 말한다. 덩치는 디노보다 훨씬 큰데 배낭여행이 처음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따지는게 많아 보인다. 나는 예약해놓은 8인실 도미토리 방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hangover는 에어컨이 빵빵해서 좋다. 고생하며 여기 오느라 흘린 땀이 금방 식는다. 아직은 친구도 없고 미리사에서 유명하다는 고래투어를 내일 아침에 예약해놓고 숙소 앞 바다를 따라 주욱 걸어봤다. 히카두와만큼이나 조용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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