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시
혼자 서서 배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현지 사람이 다가온다.
"어디가요?"
나는 반가워서
"마푸시요. 좀 있으면 배가 온다는데 안오네요"
그 사람은 웃으며
"마푸시행은 여기 아니에요. 저기 보이는 반대쪽 항구 있죠? 거기에 10시 배가 올거에요"
택시 기사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이제 8시 반이다. 아직 1시간 반은 더 기다려야한다. 현지인 아저씨가 말해준 곳으로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반대편 항구로 걸어가서 기다렸다. 다시 또 확인하기 위해 옆사람한테 물었다.
"마푸시?"
그러자 그 사람은
"노노 마푸시 히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왜 사람들이 말하는게 다 다를까. 여기가 아니라는 말에 다시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주위를 돌아다니다 티켓 오피스가 있다. 페리 시간표가 적혀 있는데 마푸시라는 말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티켓 오피스에 물어봤다.
"마푸시?"
그러자
"55루피아 플리즈"
뭐야. 여기가 맞는건가. 내가 기다린 곳이 맞았다. 다시 티켓을 가지고 기다리다 정확히 10시가 되니 배가 떠난다. 내가 맨 마지막으로 타 자리가 없어 승객실 밖에 배낭을 깔고 앉았다. 바닷물이 조금 튀긴하지만 전망도 좋고 바람도 기분 좋다. 여기는 현지인 외에 중국인들이 대부분인거 같다. 아시아인인데 중국어밖에 안들린다. 그렇게 바다를 보며 멍하게 앉아 있는데 머리가 남자처럼 짧고 얼굴이 하얀 동양인 여자가 말을 건다.
"한국사람이세요?"
한국말이다. 한국사람이다. 얼마만에 한국 사람인가. 그렇다고 하니
"여기 루프 위에 올라가보세요 완전 장난 아니에요"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나는
"아니요 지금 좀 피곤해서 그냥 앉아있을께요"
그러자 그 여자는 쭈뼛쭈뼛하며
"아 그러시구나. 저는 안에 들어가볼께요. 좋은 여행되세요"
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또 멍하게 있으니 다시 그 여자가 나온다.
"잠깐만 얘기해도 되요? 많이 피곤하세요? 한국사람 만나서 반가워서 그래요"
밝은 여자다. 이 친구 이름은 이유진. 나보다 4살 어린 동생이다. 몰디브에서 이제 여행 시작한단다. 그리고 스리랑카. 인도네시아로 갈 예정이란다. 나도 반가웠지만 아쉽게도 유진이는 마푸시로 안가고 마푸시에서 한참 더 가야하는 풀리두라는 섬으로 간단다. 그리고 이틀 후에 마푸시로 온단다.
아쉽지만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는 마푸시에 먼저 내렸다. 내가 예약한 숙소 이름은 섀도우팜. 마푸시도 작은 섬이니 금방 찾을 수 있겠지 하고 지도 같은건 안보고 왔는데 30분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녀도 찾을 수가 없다. 지나가다 몇번이나 마주친 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어디가냐 묻길래 섀도우팜 간다니 바로 오른쪽 코너에 있단다. 다섯발자국 거리에 놔두고 난 헤메고 있었던 거다.
드디어 숙소 도착. 아담한 외관에 비해서 방은 엄청 넓고 깨끗했다. 거기다 빵빵한 에어컨까지 있다. 체크인을 하고 일단 에어컨 밑에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내가 대각선으로 누워도 자리가 남는 엄청나게 큰 침대에 누워 이리딩굴 저리딩굴 하며 좀 쉬었다. 그리고 밀린 빨래도 좀 했다. 혼자 방을 쓰니 눈치볼 필요도 없고 개인욕실에서 한참동안 빨래했다. 그리고 햇빛 쨍쨍한 옥상에 널어뒀다. 맨발로 나갔더니 바닥이 달구어져 발바닥이 뜨거워서 빨래 너는데 고생했다.
밖에 나가 이곳저곳 다니며 사진도 좀 찍었다. 아까 숙소 찾으러 돌아다니며 대부분 봤지만 여기까지 와서 숙소에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숙소에서 열 발자국 거리가 바로 해변이라 에메랄드 빛 물속에 들어가 오랜만에 수영도 하고 낮잠도 자고 저녁이 되어 분위기 좋은 해변 레스토랑에 자리 잡고 쥬스도 한잔했다. 난 이제 알았다. 몰디브에서는 술을 안판다는 것을. 너무 충격적이다. 모히또에 몰디브는 어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