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에서 치앙마이로

by nelly park

아침에 눈뜨자마자 우선 치앙마이로 가는 표를 끊기로 했다. 작은 도시인 아유타야에는 방콕만큼 많은 여행사가 없다. 방콕은 여행사 반 세븐일레븐 반 같은 느낌이었다. 어제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봐둔 여행사마다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물어보러 다녔다.



방콕에서 바로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자 버스는 900바트 정도였던 것 같다. 돌아다닐 수 있는한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다 제일 싼 가격 450바트에 나이트버스를 예약했다. 신기한 건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같은 곳에 도착하는데 여행사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대한 많이 알고 많이 돌아다녀야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것 같다.


버스는 저녁 8시 출발이라 그 전까지 시간이 애매하다. 그늘만 벗어나도 너무 더워 시원한 숙소에서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 독일인 여행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라오스를 지나 지금 여기까지 왔단다. 아직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나는 마냥 신기하게 들으며 기록을 했다. 베트남은 중부가 좋고 북부에서 시작해서 남부로 이동하게 되면 다들 루트가 비슷해 똑같은 사람만 4번 만날 수 있다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공통점은 우린 태국이 좋아 태국을 여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점심을 먹고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어제 못 본 초대형 와불이랑 나무사이에 불상 머리가 있는 곳을 보기 위해 또 한번 자전거를 대여해 떠났다. 어제는 일단 자전거를 빌려서 길을 떠나긴 했는데 무엇을 봐야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정확히 몰랐다면 오늘은 뚜렷한 목적지가 생겼다. 그리고 어제는 길을 몰라 현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이제 길을 알아 여유롭게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그러다 강이 너무 예뻐 잠깐 자전거를 세웠더니 교복을 입은 중학생 무리가 몰려와 어디 가냐며 어디서 왔냐며 소란을 피운다. 여기서 나는 언제나 신기한 외국인이다. 항상 친절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도상에 그려져 있는 와불은 이미 지나쳤다. 아무렴 어떤가. 이 마을 전체가 좋다. 어제 봤던 대학교에 들어가 잠깐 쉴 겸 캔커피를 사서 앉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여학생들한테 태국어도 배웠다. 앞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것이다. 고맙다고 손을 흔들고 좀 더 마을을 즐기다 숙소에 들어왔다.



그래도 8시 버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 이미 체크 아웃을 한 상태라 갈 곳도 없고 덥기도 해서 마을에 있는 유일한 KFC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햄버거나 치킨을 먹으려고 갔더니 여기 KFC에는 밥 메뉴가 있다. 역시 태국이다.





8시가 되서 툭툭을 타고 큰 도로로 가서 여행자 버스로 갈아탔다. 10시간 예정이다. 이미 방콕에서 손님들을 실어온 버스에는 맨 뒤에 두 자리밖에 빈 자리가 없었다. 맨 뒷자리라 역시 뒤로 젖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잠깐 말똥말똥하다 기절해버렸다. 그러다 너무 쌘 에어컨에 추워서 한번씩 깼다 휴게소에 잠깐 정차했다 하며 11시간 정도 걸려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다. 버스에서 내린 다른 여행자들은 다들 숙소를 이미 예약 했는지 제각각 흩어지거나 호객을 나온 툭툭을 타고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다. 눈에 보이는 숙소를 돌아다니며 방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기 숙소의 대부분이 12시 체크인이다. 아직 한참 남았다. 밤새 달려왔으니 어디든 들어가서 씻고 눕고 싶었다. 방이랑 가격이 마음에 들면 너무 일러서 체크인 안되고 체크인이 가능하면 가격이 비싸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니며 간신히 적당한 방을 구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1시쯤이다. 배가 고파져 밖으로 나갔다. 누가 치앙마이는 북부라 시원하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간 도시중에 제일 덥다.



맛있는 치킨집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한 20분 걸어서 찾아갔다니 4시 오픈이다. 시간 타이밍이 참 안 맞는 도시다. 그래서 크레페 하나 사서 먹으며 돌아다니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트레킹 가격이랑 라오스 국경 가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와이파이도 잘 사용하지 않는 시절이었다.) 가이드북도 안 가져갔다.


태사랑은 대단하다. (태사랑은 동남아 여행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다) 모든 정보가 다 있다. 진짜 다 있다.



내일은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1박 2일 롱넥족 트레킹을 해보기로 했다. 그레이스는 전에 한번 해봐서 나 혼자만 가기로 하고 또 여기저기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은 500바트 이상 차이가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이 비싸봤자 투어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가본 곳 중 제일 싼 가격 1100바트에 투어를 예약하고 아까 못 먹었던 치킨을 먹으러 갔다.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기름 쏙 빠진 치킨에 돼지갈비 그리고 태국식 파파야 샐러드 쏨땀까지 5천원도 안된다. 아마 더위에 지치고 발품 파느라 지쳐 있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집에 전화했다. 사실 지금 너무 재밌어서 집 생각이 안나기도하고 굳이 공중전화를 찾고 또 국제 전화카드 사고 하는게 귀찮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외국에서의 가족과의 통화는 잠깐의 여유를 주는 것 같다. 몸 건강히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진짜 하고 싶은 말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는 부끄러워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숙소에 가서 좀 쉬다 날이 선선해져서 나이트 바자를 갔다. 흔히 말하는 야시장이다. 타페게이트를 따라 주욱 늘어선 시장은 엄청 크다. 카오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건도 많고 가격도 쌌다. 흥정 잘해서 사고 싶었던 피셔맨 팬츠 하나를 100바트에 샀다.


치앙마이는 성벽으로 둘러쌓인 멋진 도시다. 그리고 서양인 상대의 웨스턴바, 여행사 그리고 세븐 일레븐으로 이루어진 도시같다. 아직 내가 치앙마이를 잘 몰라서 그런거겠지. 제 2의 도시라고 하지만 방콕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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