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트레킹

롱넥족 만나기

by nelly park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9시 반 트레킹 출발이라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태국 컵라면은 한국의 신라면 맛이다. 같이 먹은 냉동 볶음밥까지 딱 좋다. 9시 10분쯤 가이드가 숙소로 픽업와서 트럭에 올라탔다. 트레킹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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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한테 물어보니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란다. 먼저 프랑스인 형제가 탄다. 다음에는 영국인 청년들이 탄다. 그리고 벨기에 커플이 탄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 잘생긴 젊은이들이 탄다. 다들 서양인에 나혼자 아시아인이다.



내가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니 역시 축구 이야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박지성으로 시작해서 루니를 거쳐 앙리까지. 남자에게 축구 이야기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다. 얘기를 하다 아일랜드 남자애들끼리 얘기하는데 영어 강사인 나에게도 너무 악센트가 강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래도 다들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영어를 못했으면 대화에 못 끼고 외로웠겠지. 영어를 못해도 여행 하는 데는 아무 문제는 없지만 즐겁게 여행하고 싶으면 영어는 꼭 할 줄 알아야 한다.



먼저 작은 시장에 들러 우의를 샀다. 그리고 맥주를 사서 트럭에 올라타 한잔씩하며 다시 달렸다. 트레킹 시작지점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여기 산속은 밀림이다. 정글이다. 열대 우림이 우거져 있다. 조리를 신고 비에 젖어 진흙탕이 된 산을 걸어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 대충 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에 트레킹을 하게 되면 꼭 운동화를 신고 와야지 하며 쉬었다 걸었다 넘어졌다 웃다 하며 오늘 목적지인 롱넥 빌리지에 도착했다.



한 5시쯤 되었다. 책에서 그리고 티비에서 보았던 목에 턱 바로 밑까지 촘촘하게 금색깔 링을 걸고 있는 롱넥족이 눈 앞에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아이들은 너무 순수했다. 귀여웠다. 저녁시간까지 무료했다.


“야 프랑스랑 영국이랑 축구하면 누가 이겨?”



괜히 자존심 한번 건드려봤다. 공을 가지고 놀고 있는 롱넥족 아이들에게 잠깐 공을 빌려서 미니 매치가 시작됐다. 프랑스 형제들과 영국 친구들. 2대 2로 흙바닥에 줄을 그어 골대를 만들고 우리는 옆에 앉아서 구경했다. 자존심 대결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충 하지 않는다. 재미로 던진 말에 목숨을 걸고 공을 차기 시작한다. 투지만큼은 국가대표다. 아마 나도 일본 친구들과 갑자기 축구 게임을 하게 되면 이 한몸 바치지 않을까. 프랑스 친구들은 티비에서 본 아트사커를 하고 있다. 영국 친구들은 열심히는 하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친구들은 아닌 거 같다. 이건 동영상으로 꼭 찍었어야 했다. (어차피 찍었어도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없었겠지만) 스코어는 정하지 않았지만 굉장한 눈요기였다.



드디어 저녁이 완성되고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캠프 파이어다. 모닥불을 피우고 빙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음악이 없어 아쉬웠던 참에 롱넥족 할아버지가 피리 비슷한 전통악기를 분다. 한가지 리듬의 반복이었지만 우리들의 흥을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한 우리는 일찍 잠이 들었다. 9시 반쯤이다.


롱넥족 숙소는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바닥이 너무 딱딱했다. 간이로 만든 오두막 같은 곳에 모기장을 치고 잤다. 허리가 배겨서 뒤척이다 적어도 10번은 자다가 깼다. 8시 반 기상 예정이었지만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6시 반쯤이다. 모기장 밖으로 나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하고 정신을 차리니 벨기에 아저씨가 나온다.


“잠은 잘 잤어요?”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아 죽을 뻔 했어”


역시 모두 힘든 밤을 보냈나보다. 우리 둘만 깨어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아저씨는 네덜란드어와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까지 한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이다. 영어를 하는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났는지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어떤지. 한국에는 뭐가 유명한지.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묻는다.



“요즘 한국은 경제가 어려워서 일자리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은 일을 하고 싶은데 사람을 구하는 곳은 많이 없어서 토익이라는 영어 능력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시험 공부를 하고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인 사람들도 많아요”


아저씨는 놀라는 눈치다.



“벨기에는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야. 벨기에는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한달에 800에서 1000유로를 정부에서 줘. 누가 일하고 싶겠어. 젊은 사람들은 그냥 그 돈 받으면서 노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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