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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

이스탄불에서 페티예 (Fethiye)

by nelly park


6시쯤 눈이 떠졌다. 나는 지금 터키다. 새로운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첫 단추부터 어긋났지만 따뜻하게 샤워하고 배 터지게 먹고 넓은 침대에서 편하게 자서 그런지 정신적 피로는 덜한 것 같다. 커튼을 걷고 발코니 문을 열었다. 기분 좋게 차가운 이스탄불의 바람이 방으로 들어온다. 어제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터키의 아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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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있는 믹스 커피를 한잔하며 정신차리고 달라만 공항으로 갈 방법부터 찾았다. 페가수스 항공을 타고 가려면 사비하 괵첸 공항으로 가야하고 터키항공을 타고 가려면 이스탄불 공항으로 가면 된다. 어제 조금만 정신을 차렸었다면 공항에서 바로 터키항공을 찾아가서 표를 샀을 것이다. 아침이 되니까 이제서야 판단력이 다시 생긴다. 터키항공보다 만원 더 비싸지만 더 가까운 이스탄불 공항으로 다시 가기로 하고 표를 끊었다. 표를 끊고 나니 다시 배가 고파져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 근처로 가서 빵과 터키식 커피를 먹었다. 빵은 1키로나 시켰지만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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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 샀던 esim은 숙소에서 빵빵한 와이파이로 연결했더니 바로 다운로드 받아졌다. 이제 인터넷 걱정은 없지만 대중교통으로 공항까지 가는 것은 왠지 긴장이 된다.


먼저 구글지도에 나온 대로 숙소 앞 육교를 건너 도로 중앙에 있는 메트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도로 중앙을 버스 전용차로로 막아서 지하철처럼 운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서 환승 장소에 내렸다. 30분에 한번씩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 것 같다. 9시 15분에 온다고 해서 20분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고 구글지도를 다시 보니 이미 버스는 출발했다고 나온다. 9시 45분 버스를 다시 기다렸다. 뭔가 잘못되었다. 10분 정도를 더 기다리다가 구글지도를 리셋하니 메트로 버스가 아닌 대로변으로 가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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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육교를 올라가서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포트? “


“예스!”


다행이다. 버스 정류장 한 켠에는 티포트가 있어서 차를 끓여 마시며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터키 길고양이는 사람들이 무섭지 않나 보다. 사람들 옆을 이리저리 지나다니고 사람들은 익숙한 듯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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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고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타 공항에 도착했다. 어제 이스탄불 공항에 내린지 24시간도 안돼서 또 왔다. 터키항공 카운터로 가서 무사히 체크인을 하고 공항에 늦게 도착한 탓에 거의 바로 비행기를 탔다. 달라만 공항에서 페티예 (Fethiye) 로 가는 버스를 검색해보니 셔틀버스가 있을 거라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폰을 비행기모드로 바꿨다.


한 시간 반쯤 후 달라만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찾아 나오니 2시쯤 되었다. 다행히 공항 밖으로 나가 택시타는 곳을 지나 왼쪽을 보니 버스들이 서있고 페티예라고 하는 큰 글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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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걸어가서 짐을 싣고 버스에 탔다. 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니 창문밖으로 사진에서만 보던 돌산들이 나타난다. 빛 바랜 색깔의 나무들도 나타난다. 진짜 터키 여행을 시작한 것 같다.


3시쯤 페티예 시내에 도착했다. 구글지도로 보니 숙소까지는 택시로 9분. 걸어서 40분 정도로 나온다. 도시도 구경할 겸 걷기로 했다. 이스탄불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날씨도 훨씬 따뜻하다. 휴양지라 그런지 모든 것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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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며 천천히 걷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원래 하루만 예약을 했었는데 걷는 동안 도시가 너무 예뻐서 하루치 더 돈을 내고 이틀 머물기로 했다. 도미토리 방에 짐을 풀고 숙소 테라스로 가서 맥주를 시켜 한잔했다. 숙소는 꽤 높은 언덕에 있어서 테라스에서 바다와 페티예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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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와서 한 시간 정도 자고 페티예를 둘러보고 왔다. 봐도봐도 예쁜 도시다. 그런데 리키안웨이 (The Lycian Way)의 스타팅 포인트가 숙소근처에 있는 페티예 캐슬인줄 알고 이틀 예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옆 도시 욀뤼데니스 (Oludeniz)였다. 숙소로 돌아와서 잘못 알았다고 하루 캔슬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카드로 결제해서 안된다고 한다.


인생도 그렇지만 여행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다. 이번 판단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지만 또 내일 이 도시에서 재밌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내일을 기다려봐야지.




#분명히 리키안웨이를 검색했을 때는 이렇게 나왔다. 페티예에서 시작한다고.


(리키아의 길은 터키 남서부 해안을 따라 540km 이상 뻗어 있는 장거리 하이킹 코스로, 페티예에서 안탈리아까지 이어집니다. 고대 리키아 문명의 유적, 해안선, 고대 도로, 산악 지형 등을 지나며, 봄(3-5월) 또는 가을(9-10월)에 걷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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