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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걸으면 강아지들이 길안내해준다?

브루노와 프레디

by nelly park


아주 푹 잤다. 터키의 밤은 아주 쌀쌀해서 경량 패딩을 입고 발도 시려서 양말도 꺼내 신고 잤다.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떴지만 밖은 아직 쌀쌀해서 텐트안에서 문을 살짝 열고 바깥풍경을 구경했다. 정말 멋진곳에서의 하룻밤이다. 텐트안에서 사부작사부작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다 싸고 밖으로 나가니 옆 텐트에서 보와 미쉘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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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짐을 먼저 싼 김에 먼저 떠날까하다 같이 걷기로 결심하고 보와 미쉘이 짐을 싸는 걸 기다리며 뷰를 즐겼다.


준비가 끝나고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늘 버터플라이 벨리에서 캠핑 할거란다. 앞으로 10키로 정도면 도착할 거리다. 나는 좀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10키로는 너무 짧다. 점심때쯤이면 도착할 것이다. 일단 버터플라이 벨리에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결정하기로 했다. 2키로 정도 걸어가니 식당이 나온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것 같아서 서성이는데 우리 목소리를 들은 주인 아주머니 딸이 헬로하며 잠이 덜 깬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오픈?”


“예스 컴컴”


우리 때문에 하루를 일찍 시작한 것 같다.


배고픈 우리에게 터키식 아침은 정말 맛있었다. 채소와 치즈와 삶은 계란 그리고 갓구운 맛있는 빵까지 완벽했다. 아침은 미쉘이 사겠다고 한다. 나이도 훨씬 어리고 장기간 여행하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단다. 미쉘은 우리나라 나이로 환갑이다.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저 나이때까지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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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을 먹고 멋진 뷰를 즐기며 걷는데 동행자가 생겼다. 너무너무 행복한 미소로 우리에게 달려온 강아지다. 미쉘이 브루노라고 이름 지어줬다.



“넬리야 브루노랑 너랑 너무 닮았어. 너도 저렇게 항상 웃고 있자나”



브루노는 우리를 앞서가며 길을 안내해주었다. 우리가 늦으면 그 자리에서 기다리다 우리가 보이면 다시 또 걸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브루노와 함께 걸으며 우리를 계속 안내해준다. 미쉘은 프레디라고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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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진다. 레인 자켓을 꺼내 입고 걷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걷기 힘들만큼 비가 오기 시작할 때 마을을 발견했다. 오늘은 그만 걷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기로 했다. 오후 1시쯤이다. 브루노와 프레디는 세시간 내내 우리를 따라서 걸어줬다. 사실 중간에 반대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을 발견해서 미쉘이 다시 반대방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작별인사까지 했는데 브루노와 프레디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방 두개에 침대가 세 개 있는 깨끗한 방에 체크인했다. 오늘 저녁식사와 내일 아침식사까지 포함해서 한 사람당 2000리라다. 가격도 괜찮다. 방에 짐을 풀고 씻고 젖은 옷을 빨래해서 널어놓고 테라스에 앉아 비 오는 풍경을 즐겼다. 비는 밤새 계속 내렸다. 그만 걷고 게스트하우스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시간이 되어 저녁을 부탁했는데 코스요리가 나온다. 수프와 빵이 나오고 샐러드가 나오고 메인으로 치킨과 밥, 감자튀김까지 나온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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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비 소식이 있다. 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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