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어제 마신 쌤쏭이 별로였다. (쌤쏭은 값싼 태국 위스키다.) 돈 없는 배낭여행자인 우리는 싸게 빨리 취하려고 쌤쏭을 시켜 마셨더니 아침부터 숙취에 몸을 가눌 수가 없다. 간밤에 누가 망치로 머리를 때린 것 같다. 죽을 것 같다. 어제 3시에 잠들었지만 8시에 일어나 해장겸 태국식 라면 밤미엔을 먹고 태국식 수박주스 땡모반 한잔을 마셨다.
“숙취도 있는데 전에 얘기했었던 쌈깜팽 온천 가볼래?”
치앙마이에는 없는 게 없다. 태국에서 온천을 갈 생각조차 못했었다. 툭툭이나 택시를 타고 가도 되지만 숙소에서 시장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치앙마이 현지인들이 버스처럼 타고 다니는 썽태우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툭툭은 오토바이 뒤에 네 명정도 앉을 자리를 만든 택시 같은 것. 그리고 썽태우는 미니 트럭에 뒤에 의자를 만들어 버스 같이 만든 것)
시장 어디를 봐도 버스 정류장 같은 푯말은 없다. 시장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썽태우?”
그러니 다들 같은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킨다.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보니 현지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쌈캄팽?”
“예스 예스”
여기구나. 그렇게 숙취 때문에 노래진 하늘을 보며 30분 정도 기다리니 노란색 썽태우가 온다. 현지인들을 따라 썽태우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니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한 시간 반 정도 간 거 같다. 가는 길에 이미 지친다.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설쳤더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술이 깨려고 하는지 이미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썽태우에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쌈캄팽에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만 온천을 하러 가나보다. 내려서 조금 걸으니 온천 입구가 나온다. 진짜 태국에 온천이 있긴 있구나.
온천에 도착해서 보니 사람들이 계란 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저건 뭐야?”
“아 계란을 온천물에 삶아서 먹는거야. 우리도 사자”
얼마나 뜨거우면 온천물에 계란이 삶아지는걸까. 궁금해서 계란 몇 개랑 똠얌꿍맛 컵라면을 사서 길 따라 걸어갔다. 온천은 생각보다 크다. 가족단위로 많이 오나보다. 태국 어디에나 있는 서양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계란을 삶는 전용 온천물이 따로 있다. 계란 바구니를 걸라고 옷걸이처럼 꼬챙이를 설치 해놨다. 그리고 20분 정도 놔두니 계란이 삶아졌다. 삶아진 계란을 가지고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까먹으며 똠양꿍맛 컵라면을 먹으니 다시 기분이 상쾌해 졌지만 땀은 비오듯 온다.
온천 전체 규모는 큰데 발 담그는 물 말고는 작은 방갈로 같은 건물에 욕조가 있는 개인 온천 목욕탕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가격은 300바트다. 그 돈은 없다. 우리 하루 예산은 500바트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 조금 더 돌아다녀보니 수영장이 있다. 수영이나 하자하고 손가락으로 물 온도를 체크했더니 모양만 수영장이지 물은 온천물이다. 수영하기엔 너무 뜨거웠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따로 수영복을 안가져 와서 바지 벗고 팬티만 입고 몸을 지지고 땀을 쫙 빼니 좀 피로가 풀리며 노곤해 진다. 얼른 다시 숙소로 가서 자고 싶은데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썽태우 시간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남았다.
시원한 곳에 좀 누워 있고 싶은데 마침 마사지 샵이 보인다. 이거구나. 마사지 옷으로 갈아입고 누웠다. 마사지 아주머니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한시간 동안 꾹꾹 눌러주셨다. 힘이 천하장사다. 덕분에 기분 좋아지고 다리는 풀리고 눈꺼풀은 자꾸 내려온다.
다시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기절했다.
빨래는 웬만하면 직접해서 돈을 아끼지만 밤새 치앙마이로 오면서 빨래가 쌓여 어제 할 수 없이 맡겨놓은 빨래를 찾고 환전도 하고 야시장도 둘러보며 마지막 태국 밤을 즐겼다.
내일은 라오스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