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치앙콩가기
라오스 가는 날이다. 어제는 좀 일찍 10시쯤 잤다. 오늘 이동할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계획은 태국 국경 마을 치앙콩으로 가서 거기서 배로 강을 건너 라오스의 국경 마을 훼이싸이까지 가는 거다.
여행사에 알아보니 치앙마이에서 라오스 루앙프라방까지 한번에 가는 교통편 패키지가 있었다. 태사랑에도 알아보니 대부분 그렇게 간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남들 다 가는 방법으로 가기가 싫었다. 시간도 많고 한번에 굳이 안가도 되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아침 8시쯤 숙소 앞 레스토랑에서 American Breakfast를 먹었다.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서양식 식사라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서둘러서 짐을 싸서 툭툭을 잡아 타고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아침 9시쯤이다.
치앙콩행 티켓을 샀다. 버스 출발이 13시란다. 네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터미널 주위도 천천히 둘러보고 점심도 먹고 하니 다행히 시간은 금방 간다.
버스에 올라탔다. 생각했던 것 보다 허름한 버스다. 좌석도 좁고 딱딱했다. 무엇보다 너무 더웠다. 티켓 끊을 때 분명히 에어컨 버스라고 했는데. 사실 에어컨이 있긴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입김보다 약해서 그렇지.
중간에 몇 번 쉬긴 했지만 8시간을 달렸다. 한낮의 뜨거운 날씨에 버스가 녹는 듯 했다. 아유타야에서 치앙마이로 오는 버스 시간이 더 길었지만 이동하는 동안 잠에 푹 취하기도 하고 시원하다 못해 추운 에어컨 때문에 장거리를 이동했는지 못 느꼈었다. 한낮에 입김 같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달리는 버스는 온몸에 진을 빼고 영혼이 빠져나가게 만들어 해탈하게 만든다.
5시쯤이 되자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도 지쳐 한풀 꺾여서 쉬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 지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8시쯤이 되어 드디어 치앙콩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짐을 다시 들쳐 메고 온몸을 쭉쭉 뻗어서 크고 긴 스트레칭을 했다. 내 뒷자리에 앉아서 같이 고생하며 왔을 서양인 남자에게 물었다.
“너도 라오스 가?”
“응 근데 오늘은 늦어서 국경 출입국이 문 닫았을꺼야.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하루 자고 내일 갈꺼야”
그래서 오늘은 우리도 여기서 쉬기로 했다. 그럼 이제 숙소를 찾으러 또 돌아다녀봐야지 생각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국경 출입국 문 닫았다고 좋은 게스트하우스에 프리 와이파이 그리고 리버 뷰도 있단다. 솔깃하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보지만 이미 날은 어둡고 여기에 다른 숙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아주머니 인상은 너무 좋고 해서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일단 여기 트럭에 타. 저기 운전 하는 사람은 내 남편이야”
운전하는 사람은 인상좋은 서양인 아저씨다. 저 사람도 치앙콩을 여행하다 이 마을이 너무 좋아서 결혼해서 정착까지 했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걸까.
아주머니는 덧붙인다.
“가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른데 가도 돼. 트럭타고 가서 내리면 근처에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많아”
트럭은 강이 바로 뒤에 있는 예쁜집 앞에 선다. 외관은 보자마자 바로 마음에 든다. 다른 곳은 가볼 필요도 없다. 남편인 존 아저씨는 다시 다른 사람을 픽업하러 가고 아주머니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강 바로 앞에 테라스가 나 있는 제일 좋은 방을 보여주시며 350바트라고 하신다. 다른 방은 조금 좁고 리버뷰도 안보인다. 방이 너무 마음에 들고 아주머니도 너무 좋고 이미 이 마을도 너무 마음에 든다.
“그럼 이틀 머물게요. 하루에 300바트는 안될까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그렇게 해요”
짐을 풀고 씻고 맥주 한 캔씩을 사와서 테라스에 앉으니 강건너에는 라오스 국기가 보인다. 강건너 라오스에서는 파티를 하는지 음악 소리가 들린다. 태국에서 느끼는 라오스다.
뜻밖에 너무 좋은 곳에 왔다. 운이 좋다. 오늘 아침이 태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이 모레로 연장될 거 같다. 이 마을을 하루는 꼭 더 보고싶다. .
이런게 여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