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작은 국경 마을 치앙콩

by nell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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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내내 지붕을 갉아 먹는 쥐도 이제 잠잠하다. 아침에 테라스 앞에 무성하게 자라있는 큰 바나나 나무 잎을 잔잔히 두드리는 빗소리도 듣기 좋다. 눈 앞에 보이는 라오스에 안개가 자욱이 끼어 더 아름답다.


너무 평화로운 도시 치앙콩의 아침이다.


멍하게 숙소앞 테라스에 앉아서 잠을 좀 깨고 주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American breakfast가 80바트다. 어제 치앙마이에서 먹었던 게 너무 양이 적었다.


“이거 양 얼마나 되요? 내가 배 부를까요?”


몇 번이나 확인했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예스 예스. 많아요. 걱정 말아요”


따뜻한 에그 스크럼블도 맛있고 토스트한 식빵도 맛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시킨 것보다 양도 많았다. 무엇보다 메콩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모닝 커피한잔은 행복 그 자체다.



입구 옆에 붙어있는 치앙콩 정보와 라오스에 대한 정보를 읽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이트보드에 직접 그린 치앙콩 지도는 너무 귀엽다.


“혹시 이거 직접 그린거에요?”


“그럼요. 치앙콩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죽 살아서 이런 지도는 쉽게 그릴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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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비가 슬슬 그친다. 메콩강변을 따라 걸어 봤다. 비가 막 그치면서 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예쁘게 얼굴을 드문드문 들이밀고 그 사이로 반짝거리는 햇살이 메콩강에 반사되서 부서진다. 땅은 아직 물에 젖어 온통 시커멓고 아침부터 그물 손질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 어부 아저씨한테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해봤다.


“싸와디캅!”


“싸와디캅!”


아저씨는 미소로 그물을 내려놓고 손을 모으며 인사를 받아준다.


“너희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요. 오늘 라오스로 가려다가 여기가 좋아서 하루 더 있으려구요”


“라오스도 좋지만 치앙콩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잘 생각했어”


시골 어부 아저씨가 영어도 잘한다. 신기하게 생긴 대나무로 만든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이것저것 영어로 설명도 해주신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불교 사원 같은 곳에 들러봤다. 사원 안의 학교 교실 같은 곳에서는 귀여운 동자승들이 짙은 감색 승복을 입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불교학교인가 보다.



내가 다가가니 외국인인 나를 보고 수줍게 웃는다. 서로 말 걸어 보라고 손으로 떠밀기도 한다. 학교 건물 창문으로 빡빡 깎은 머리들을 내밀고 나를 구경하는데 정신없다. 그러더니 나이가 좀 있으신 스님이 나오셔서 영어로 인사를 한다. 영어 교육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하신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직업이 영어 강사에요”


그랬더니 반가워하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제 곧 영어 수업 시작하는데 교실로 가시겠어요? 여기 아이들한테 지금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주실수 있을까요?


나는 간단하게 나의 소개를 하고 태국에서의 여행을 설명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동자승들에게 통역을 해주시며.


“Queen Seondeok(선덕여왕) 좋아해요. 재밌게 보고 있어요.”


아이들은 나도나도 하며 손을 들며 선덕여왕을 알고 있다며 왁자지껄 떠든다. 흥미로운 이야기란다. 평소에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신나서 칠판에 한국 지도를 그리고 땅을 세 개로 나누어 고구려, 신라 그리고 백제를 표시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태국어로 선생님이 통역을 해주니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외국인이 많이 없는 이 마을에 낯선 외국인이 와서 이것저것 설명하니 신기했나 보다. 다른 스님들도 와서 사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난 여기서 슈퍼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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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한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단순하게 생긴 마을이다. 길게 쭈욱 뻗어있다. 다시 숙소로 가는 길에 치킨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파는 곳이 있길래 가격만 물어봤다. 120 바트다. 근처에서 맥주를 사서 나오는데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맥주를 옷 속에 넣고 막 뛰었다.



다시 치킨집을 지나가는데 우리를 부르더니 100바트에 다 가져가란다. 어차피 비오니까 장사를 접어야 하나보다. 100바트에 거기에 있는 치킨 두 마리를 다 싸서 준다.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을 털어내고 메콩강에 라오스가 비치는 야경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서 양이 너무 많은 치킨과 맥주를 한잔하며 태국의 진짜 마지막 밤 작은 파티를 했다.



여긴 태국의 작은 국경 마을 치앙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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