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아주 푹 잤다. 피곤함과 긴장이 풀린 것이 합쳐져 곯아떨어졌다. 아침 7시반부터 조식 오픈이다. 공짜 조식이니 무조건 먹어야 한다. 7시 25분쯤 다이닝 룸으로 내려갔는데 이미 줄이 서있다. 간단하지만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부페식이다. 종류별로 과일 한개씩과 식빵 네 개, 햄과 살라미와 치즈도 종류별로 담고 커피도 가져와서 샌드위치 두개를 만들어 먹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그동안 비 맞아 젖은 신발에 고생했던 양말들을 싸악 빨아서 침대 끄트머리에 널어놨다. 마음이 편안하다. 더블린에 있는 동안 몸도 마음도 푹 쉬고 재정비를 할 마음으로 왔다. 크게 뭘 해야지 하기보다 매일 다양한 펍에서 기네스를 마셔보는 게 목적이라 서두를 필요도 없다.
밖에 날씨도 너무 좋고 해서 바람도 쐴 겸 나갔다. 네이버에 더블린 여행을 검색해보니 관광코스가 숙소에서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천천히 걸어봤다. 큰 성당을 가고 트리니티 칼리지도 가고 더블린성도 가봤다. 걷다가 생각지 못한 오래된 웅장한 건물들에 감탄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걷다가 경복궁을 발견하는 것이 이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역사를 공부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문득문득 나오는 멋진 건물에 전율이 느껴진다. 규모가 큰 성당이 몇 개 나왔지만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봐서 그런지 음 멋지군 정도다. 물론 건축양식과 모양은 전혀 다르다.
오스카 와일드의 생가가 있다. 책 한참 읽던 시절에 좋아하던 작가다. 아일랜드 사람 인줄도 모르고 있다가 뜻밖의 발견에 반갑다. 도로에는 다양한 투어버스가 다니는데 버스 전체를 왕좌의 게임 포스터로 칠해 놓은 버스가 있다. 왕좌의 게임 투어라고 한다. 처음으로 투어가 땅긴다. 일단 킵해 놓기로 하자.
몰리 말론이라는 동상이 있는데 가슴 부분만 반들반들하게 칠이 벗겨져 있다. 얼마나 만졌으면 저럴까라고 눈살이 찌푸려 진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몰리 말론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는 민담이 있다고 한다.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안가는 오묘한 기분이다.
2시간쯤 걷고 어제 갔던 한인슈퍼에서 컵라면 두개와 맥주 네캔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한숨 잤다.
숙소에서 푹 쉬다가 8시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어제 피곤해서 못했던 펍투어를 하러 나갔다. 챗 gpt가 알려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펍 ‘The Brazen Head’로 갔다. 1198년에 열었단다. 당연히 인기가 많아서 웨이팅이 있겠지 했지만 다행히 줄은 없었다. 그래도 펍 안은 꽉 차 있었다. 아이리쉬펍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에 라이브 음악도 연주하고 있다. 기네스를 시켜서 자리잡고 앉아서 홀짝홀짝 마시며 한참을 그 분위기와 사람들의 표정을 즐겼다.
한잔을 마시고 나니 배가 너무 고프다. 햄버거 집으로 가서 햄버거와 피자 한조각을 시켜 먹었다. 다음 펍으로 가려다 밤이 되려고 하니 거리에 홈리스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더블린의 밤을 느끼고 싶지만 나는 안전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얼른 걸어서 숙소 앞으로 가서 더블린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조명에 불이 들어 오는걸 지켜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진짜 밤을 한번 느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