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쌔하다 첫날부터 뭔가 쉽지않은데

렌슈타이크 첫쨋날

by nelly park


오늘은 모든 걸 조금 서둘렀다. 9시 18분 프랑크프루트 센트럴역에서 가는 기차표를 끊어 놔서 최 8시반에는 숙소에서 나가야 했다. 6시 좀 넘어 일어나서 얼른 씻고 짐을 싸놓고 7시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막상 아침을 먹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아서 좀 더 잘까 하다 못 일어나면 큰일이다 싶어서 좀 버텼다. 8시 좀 넘어서 그냥 나왔다. 여유 있게 가면 갈수록 변수가 적어진다. 숙소에 가만히 앉아있어서 뭐하나. 트램 타는 곳으로 가서 표를 끊고 센트럴역으로 갔다. 8시 45분쯤 도착했다. 여유 있게 게이트 번호도 잘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기차에 올라탔다. 내 표는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알아서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되었다. 독일 기차도 스코틀랜드 기차처럼 예약된 좌석은 창문 위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간다고 적혀 있다. 오늘 목적지인 아이젠나흐 (Eisenach) 에서부터 예약한 좌석이 있길래 앉았다. 이 자리는 내가 내리고 나면 누군가가 탈것이다. 사람이 와서 일어서서 다시 비켜주고 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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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예정시간은 11시 7분. 창밖을 구경하다 바로 기절해서 눈뜨니 곧 도착이다. 기차에서 내려 렌슈타이크 트레일의 시작점인 홀슈첼 (Horschel)까지 가는 기차표를 다시 끊었다. 12시 13분 출발이라 여유가 있어 카페에 가서 프레첼 샌드위치와 커피한잔 사먹었다. 화장실을 갈까 했는데 여기도 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잘사는 선진국인데 화장실에 왜 이렇게 인색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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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어서 기차를 타고 10분정도후에 도착한다. 다음정거장이 홀슈첼이라는 말을 듣고 문 앞에 서있었는데 문이 안 열린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열리길래 오픈 버튼을 눌렀는데 그냥 출발해버린다. 독일 기차는 자동문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다음 정거장에 내려버렸다. 홀슈첼까지는 걸어서 5.6키로다. 안 그래도 오늘 많이 걸어야 하는데 1시간 좀 넘게 추가되어버렸다. 어쩔 수없이 그냥 걷기로 했다. 12시반쯤 시작점에서 출발할 수 있었는데 1시가 넘어서 시작점에 도착했다. 그래도 날씨는 좋다. 사진에서 본 시작점에서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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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골마을은 스페인과 스코틀랜드와 또 다른 느낌이다. 나무도 다르고 꽃도 다르다. 길은 친절한 독일사람들처럼 친절하게 잘 되어있다. 자전거로도 충분히 갈수 있게끔 잘 닦아 놨다. 그리고 첫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독일처럼 재미없는 길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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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은 잘 되어있는 편이다. 대문자 R표시를 따라가면 되고 중간중간에 이정표도 있다. 그래도 다른 트레일보다 갈림길이 훨씬 많아서 한번씩 지도를 봐주긴 해야 했다. 25키로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룰라 (Ruhla)가 나온다. 7시간 걸렸다. 마을이 나오기 전 텐트 칠만한 괜찮은 곳들이 몇 곳 있었지만 일단 마을에 가서 밥을 먹어야 했다. 식량을 아무것도 안 챙겨왔다. 햄버거집이 문을 열어서 햄버거와 맥주를 먹었다. 햄버거는 그냥 그런 맛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걷고 먹은 햄버거가 그런 맛이라면 이집은 문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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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걱정이다. 시간은 이미 저녁 7시반이 넘었고 잘 곳은 정해지지가 않았다.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고 했는데 문을 닫았고 지도에 봐도 캠핑 할 만한 곳 표시가 전혀 없다. 일단은 산으로 걸어가서 직접 찾아봐야 한다. 한시간을 걸어도 적당한 곳은 안보인다.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완전한 일몰시간은 9시 40분쯤이지만 산은 더 일찍 어두워진다.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쉬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계속 걸었다. 어딘가에는 평평한곳이 있겠지. 그렇다고 길에 텐트를 칠수는 없다. 독일은 야생캠핑이 불법인 나라다. 텐트를 쳐도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쳐야 한다. 9시반쯤 되어서 그럭저럭 괜찮은 곳을 찾았다. 이미 텐트 두개가 쳐져 있다. 이웃도 있고 더 안심된다. 숙소에서 나온지 13시간만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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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타고 기차타고 또 기차타고 걷고 또 걸어서 도착했다. 오늘 너무 많이 걸어서 내일 걸을 키로수가 엄청 줄었다. 내일 과연 내 다리는 괜찮을까. 5만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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