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절해서 푹 잤지만 침대 바로 옆의 통 창문의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자고 싶은 만큼보다 조금 더 일찍 깼다. 여기는 4시 40분이면 해가 뜬다. 정말 유럽의 여름은 낮이 정말 길다. 그리고 9시반에 해가 진다. 더 자고 싶어 침대에서 누워서 뒤척이다 9시쯤 커피 한잔하러 나왔다. 어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iced coffee라고 적혀 있던 곳이 있었다. 아아를 안마신지 꽤 된 것 같아서 내일 꼭 마셔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카페로 가서 아아를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3주전 영국 ETA비자를 신청하느라 한국번호를 일시정지 해제했었다. 비자 신청만하고 다시 정지 해야지 했었는데 시간이 밀리다 밀리다 더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통신사에 전화했다. 정지 해제하는 것은 본인확인만 하면 끝나지만 해외에서 다시 정지하고 싶을 경우에는 정부24라는 앱에서 출입국증명사실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다고 한다. 황당하지만 절차가 그렇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확인서를 신청해서 나오면 사진 찍어서 보내기만 하면 바로 해제를 해준다고 했는데 신청서는 공문서라 스크린샷이 안된다. 2시간동안 혼자 실랑이하다 포기했다. 그냥 돈 좀 더 내자.
배가 고프다. 베를린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카레 부어스트가 있다고 한다. 소시지에 카레를 얹은 음식인데 승우가 예전에 베를린 살 때 맛집을 추천해줘서 트램을 타고 갔다. 역시 소문난 맛집인지 줄이 서있다. 다행히 금방 나오는 음식이라 주문하니 금방 나왔다. 특별히 앉을 곳은 없고 큰 드럼통 같은 테이블에 다들 서서 먹는 분위기다. 한입 먹자마자 순식간에 끝냈다. 배도 고팠고 맛도 있었다.
여기까지 트램타고 나온 김에 유명한 베를린의 관광지를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먼저 모우어 공원(Mauer Park)으로 가서 베를린 사람들이 얼마나 여유를 즐기고 있는지를 즐겼다. 넓은 공원에 각자 돗자리에 앉아 잠도자고 책도 읽고 태닝도 하고 있다. 한바퀴 크게 돌고 나와서 힙하다는 하케셔 마르크트(Hackecher makt)에 가서 구경하고 걷느라 피곤 해져서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눈에 확 띄는 1리터짜리 맥주를 사서 테라스에 앉아서 마셨다. 맥주 치고는 꽤 도수가 쌘 10도짜리 1리터를 마셨더니 취한다. 얼른 방으로 가서 젖은 텐트를 들고 내려와서 볕 좋은 곳에 말리고 낮잠을 좀 잤다.
푹 쉬고 숙소와 멀지 앉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로 가서 멋진 그림들을 보며 걸었다. 유명한 남자둘이 키스하는 그림도 봤다. 갤러리 끝까지 보고 스프리 (spree)강을 따라 걸었다. 여유롭다. 강도 강가의 사람들도 강 위의 배들도 강 건너의 건물들도 여유롭다.
다시 숙소에서 쉬다 베를린의 해질녘이 궁금해서 나와 다리위에서 강 위로 핑크빛으로 변했다가 빨갛게 물든 하늘을 구경하고 다리를 건너가봤다. 펍도 많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가맥집이 많은 분위기다. 슈퍼 앞에 테이블이 있고 맥주를 사서 앉아서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나도 끼고 싶어 전체적으로 둘러본 후에 가장 신나는 테크노음악이 나오는 가게에서 맥주를 사서 앞에 테이블에 앉아서 마셨다. 베를린은 밤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