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느지막이 일어나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했다. 체크아웃이 10시라 천천히 준비했다. 베를린에 오기전 봐 두었던 숙소가 있었는데 렌슈타이크 트레일을 예상보다 일찍 끝내게 되어서 급하게 오느라 여기 숙소를 예약하게 됐었다. 당일에 예약을 하려고 하니 풀이었고 이틀후부터 방이 있어서 2박을 예약했었다. 물론 우연히 온 이곳도 마음에 든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도 가깝고 어제 갔던 펍 거리도 좋았다. 큰 테라스에서 텐트도 말릴수 있었고 시설도 깨끗했다.
10시가 되어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 갔다. 이틀 머물렀던 숙소 근처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크고 멋진 건물들이 많고 좀 더 조용하다. 체크인 시간이 3시다. 아직 4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여기는 짐 맡길 곳이 지하에 라커밖에 없다. 3시간에 4유로, 하루에 6유로다. 돈이 아깝지만 안전이 먼저다. 6유로를 계산하고 라커에 가방을 넣어놨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나왔다. 간단하게 커리부어스트를 먹고 싶었다.
숙소를 나와서 구경할 겸 무작정 걸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플리마켓이 열렸다. 포르투갈에서 봤던 것처럼 집에서 쓰다 창고에 버려뒀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낡은 골동품들도 많고 예술가가 많은 도시 답게 멋진 그림과 악세사리, 옷, 가방들도 많다.
플리마켓을 한바퀴 둘러보고 좀 더 걸으니 큰 다리 밑에 작은 부어스트 가게가 있어서 카레부어스트를 시켜서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먹은 것보다 맛있었다.
에너지를 채우고 베를리너돔 (Berliner Dom)을 포함해서 유명한 관광지들을 걸어서 둘러봤다. 어제 봤던 곳들보다 더 많은 관광지들이 모여 있다. 교회도 가보고 의회도 가봤다. 날씨도 좋고 도시 분위기도 좋아서 신나게 걸어 다녔다.
슬슬 덥고 지쳐서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체크인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았다. 허기져서 숙소바에서 피자와 맥주를 시켜먹었다. 그리고 3시가 되어 지하 라커에서 짐을 빼서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2층침대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한숨 잤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내려가서 바로 맥주 한잔했다. 심심해서 유랑(유랑은 유럽 여행정보가 있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다)을 들어가보니 오늘 저녁에 맥주 한잔할 사람 구한다고 올라와 있다. 이미 8시가 넘었었다. 그래도 오픈 카톡방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9시반까지 하케셔 마르크트에서 만나자고 한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거리다.
숙소에서 혼자 심심하기도 하고해서 좀 일찍 나섰다. 가는 길에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고기도 구워 먹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놀고 있다. 라틴계 사람들 그룹도 있고 흑인 그룹도 있다. 독일은 정말 다인종 국가다. 9시 10분쯤 도착해서 역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정확히 9시 반에 만났다. 젊은 남자와 여자 한분이다. 나이는 안 물어봤고 순도님과 은진님이다. 은진님은 베를린에 살고 있고 순도님은 짧게 2주정도 유럽여행중 이라고 한다. 둘다 인상이 순하고 밝다. 슈퍼에서 맥주 하나씩을 샀다. 독일은 캔맥주도 있지만 대부분 병맥주를 판다. 은진님은 현지인답게 병따개를 들고다닌다. 반짝 거리는 베를리너돔과 스프리 강이 보이는 잔디밭에 앉았다.
오랜만에 한국사람과 한국말을 하니 너무 좋다. 영어로도 문제는 없지만 다른 느낌이다. 경치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행복하다. 순도님은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고 해서 먼저 가고 은진님과 맥주 한 병씩 더 사서 의회 광장 앞으로 가서 한잔 더했다. 독일은 밤에 거리에서 술을 마셔도 안전하고 오히려 낭만적이다. 1시가 넘어서 헤어졌다. 혼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걸어서 숙소로 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오히려 숙소 앞에는 아직 파티가 안 끝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베를린의 불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