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센산 못가기

일본여행 둘쨋 날

by nelly park


어제 텐트에 들어왔는데 우모바지도 부티도 안 가져와서 발이 너무 시려웠다. 양말이 젖어서 인가 싶어 새 양말로 갈아 신고 너무 춥다 하고 생각하며 기절했다. 정말 푹 잤다. 피곤하긴 했나 보다. 7시반쯤 일어나 텐트를 열어보니 멋진 구주산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어제 도착했을 때는 햇빛이 많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하늘이 파래지고 해가 올라오니 장관이다. 얼른 밖으로 나가서 감상했다.



어젯밤 바람 불고 해가 없을 때는 그렇게 추웠는데 바람도 없고 무엇보다 해가 있으니 포근하다. 양치질을 하고 친구들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다들 피곤했는지 잘 잔다. 아무 미동도 없이 숨소리도 없이 잘 잔다.


"얘들아 밖에 좀 봐 너무 멋있어"


건우가 먼저 졸린 눈을 비비며 텐트를 열고 나온다. 그리고 은정이도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연수도 나왔다.


일단 배가 고파서 산장으로 가서 뭐 좀 사 먹기로 했다. 산장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다. 어제와 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다. 산장 문이 아직 안 열려 있어서 자판기한 캔씩 뽑아 마셨다. 빈속에 때려 넣는 시원한 맥주는 찌릿찌릿하게 맛있다. 그리고 산장이 문을 열어 컵라면을 종류별로 네 개를 샀다. 처음보는 라면이라 무슨 맛인지 몰라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원하는 걸 고르기로 했다. 물을 넣고 기다렸다가 라면이 익고 각자 맛을 봤다. 나는 딱 한국 육개장 라면 맛이다. 건우는 참깨라면에 사리곰탕을 섞은 맛이다. 연수는 메밀소바 맛이고 은정이는 라멘 맛이다. 배가 고파서 국물까지 다들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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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카레라이스가 2시가 라스트 오더라는 것과 온천은 아침 11시부터 8시까지라는 것 그리고 캠핑장 이용은 한사람당 800엔에 미리 텐트를 쳐 놔도 된다는 정보까지 얻고 다시 보가츠루로 걸어갔다.


2시까지 하산해서 카레라이스를 먹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오늘 목표인 다이센산까지는 왕복 10키로 정도다. 들머리에서 10시반쯤 출발했으니 사진 찍는 것까지 포함해서 3시간 좀 넘게 걸릴 예정이다. 다이센산이 적힌 이정표로 들어가자마자 미친듯이 계속 오르막길이다. 박배낭 없이 맨몸으로 가니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허벅지가 지릿지릿 아파온다. 숨도 가빠오고 땀도 흐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눈이 있고 눈이 녹아서 질퍽질퍽한 진흙길이 나온다. 1시간 정도를 계속 올라도 이렇다할 조망이 터지지 않아서 한국산인지 일본산인지 구분이 안 간다. 계속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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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다 보니 드디어 조망이 터진다. 보가츠루를 둘러싸고 있는 구주롄산이 한눈이 보인다. 하늘도 새파래서 더 예뻐 보인다. 산에 갑자기 건물이 있다. 글을 읽어보니 대피소다. 안에 들어가봤더니 깨끗하고 아주 잘되어 있다. 다음에 혹시 오게 되면 여기서 하룻밤 묵고가도 되겠다. 하지만 여기까지 침구류를 짊어지고 올 자신은 없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지도상 왼쪽으로 가면 키타다이센산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다이센산이다.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다이센산으로 가기로 했다. 갈 길을 정하고 걷는데 어제 눈이 왔는지 온통 눈길이다. 거기다 경사가 엄청나다. 내린지 얼마 안된 눈이라 아직 얼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은데 이러면 하산길이 위험할 것 같다. 저 멀리 보이는 다이센산의 나무위는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올라가면 갈수록 눈이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5분정도 걷다가 판단했다. 다시 내려가자.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서 왼쪽길로 키타다이센산으로 가기로 했다. 이쪽 길은 햇볕이 잘드는 곳인지 이미 눈이 녹아 질퍽질퍽한 진흙길이다. 10분 정도 걸으니 키타다이센산 정상석이 나온다. 눈 덮인 하얀 다이센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저 멀리 우리 텐트도 보인다. 한참을 구경하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이제 얼른 내려가서 카레라이스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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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올라올 때 계속 오르막이었던 것만큼 급격한 내리막길이다. 조심조심 한걸음한걸음 내딛으며 내려왔다. 슬슬 배가 고프다. 중간에 한번 쉬면서 에너지젤을 먹었다. 하산을 끝내고 보가츠루로 돌아오니 1시 20분쯤이다. 얼른 호케인 산장으로 올라가서 카레라이스를 시켰다. 토핑으로 반숙계란도 시켜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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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보가츠루로 돌아가서 짐을 다 정리해서 여기로 올라와서 다시 텐트를 쳐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그냥 보가츠루에서 1박을 더 하기로 하고 내려가서 다시 보가츠루로 내려가서 씻을 것과 갈아입을 옷들을 챙겨서 또 다시 올라와서 온천에서 씻었다. 몸이 노곤노곤하다. 그리고 오늘밤 먹을 술과 음식을 사고 빈병에 마실 물을 채워서 다시 내려갔다. 오늘만 보가츠루와 호케인 산장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더 이상은 싫다. 한번 가는데 20분 왕복 40분. 여기서만 2시간을 썼다. 보가츠루로 내려가니 슬슬 어둑어둑해지려고 한다. 물을 끓여서 어제 먹은 식기류를 씻었다. 그러다 패딩에 리액터가 살짝 닿아서 조금 찢어졌다. 이것도 일본에서 가져온 추억이라 생각하자. 찢어진 구멍으로 거위털이 나오기 전에 얼른 수선패치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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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사온 것들 중에 안 먹은 명란을 굽고 오이와 같이 먹었다. 술도 넉넉히 사와서 먹고 산장에서 컵라면도 종류별로 샀고 생선통조림도 같이 먹었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노는데 그렇게 또 즐거울 수가 없다. 48시간 내내 붙어있었는데 아직도 할말이 많은지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는다. 사온 술을 전부 다 비우고 오늘도 10시가 좀 넘어서 텐트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눈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흐려서 오늘은 별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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