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베니스 가기

베니스

by nelly park


어제 늦게 잤지만 2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빠르게 준비했다.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이라 가방만 챙겨서 나오면 되게 준비해 놨었다. 극도의 피로함과 약간의 숙취가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긴장감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3시좀 넘어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전철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깜깜한 밤이지만 가로등은 밝고 도로에는 차도 다닌다. 사람들도 몇몇 있다. 베를린 첫날 비싼돈 주고 72시간짜리 교통티켓을 끊어서 다녔지만 단 한번도 검사한적이 없다. 72시간이 지나서 공항 한번만 가면 되는데 티켓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끊기로 했다. 좋은 기억만 있던 베를린의 마지막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3시 16분에 전철이 왔다. 공항까지는 40분 걸렸다. 역시나 티켓 검사는 없었다. 6시 비행기라 딱 4시에 도착했다. 라이언에어는 2터미널에 있어서 조금 더 걸어가서 셀프 백드랍을 하고 수화물 띠를 출력해서 받았는데 공항직원이 오더니 백드랍은 1터미널로 가란다. 다시 1터미널로 가서 가방을 보내고 짐검사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1시간 40분 여정이라 비행기에 안자마자 잠들었다 눈뜨니 도착이다.


20250616_052956.jpg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했다. 여느 유럽공항과 마찬가지로 입국수속은 따로 없다. 가방을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아침 8시인데도 날씨가 꽤 따뜻하다. 숙소로 가는 버스 티켓을 샀다. 10유로다. 40분 걸려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숙소까지는 10분정도 걸어가는데 이제야 베니스에 도착한 실감이 난다.


20250616_081023.jpg
20250616_084556.jpg


작은 수로를 따라 조그만 다리가 계속 있고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9시. 2시 체크인이라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방을 맡기고 숙소 바로 앞에서 아침을 먹었다. 소시지와 오믈렛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했다.


20250616_090556.jpg


2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베니스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도시는 작다. 좁은 골목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날씨도 화창해서 더 멋지다. 유럽은 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 달라서 더 멋진 것 같다. 이탈리아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힙색을 앞으로 매고 조심하면서 걸었다. 좁은 골목들이 많아서 구글맵이 없었다면 무조건 길을 잃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여행했을까 궁금하다. 이 조그만 골목들을 종이지도로 일일이 체크하며 걷는 것도 낭만이었겠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20250616_093421.jpg
20250616_100838.jpg
20250616_101425.jpg


2시간 정도 걷고 다시 숙소 앞에 있는 카페에서 맥주 한잔하며 2시 체크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맥주 한잔을 더하고 2시가 되어 체크인을 했다. 방에는 침대가 3개다. 2층 침대가 아닌 그냥 침대다. 열쇠는 카드를 태그 하는 전자 키패드가 아닌 진짜 옛날 유럽여행에서 보던 기다란 열쇠다. 방 천장에는 큰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더운데 이걸로 버텨야 하는건가 생각하고 있는데 에어컨이 있다. 다행이다.


20250617_085236.jpg


한숨자고 일어나니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영국인 데니얼. 18살이란다. 어리기도 하고 한국 사람과 처음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많은 데니얼은 질문과 말을 쉬지 않는다. 잠깐의 대화의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쉴새없이 얘기하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로 나가는데 비가 쏟아진다. 하는 수없이 숙소 앞 카페 옆 식당에서 피자에 맥주 한잔했다.


20250616_183922.jpg

비가 그치지 않아서 숙소에서 쉬려고 하는데 데니얼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옛날의 영국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다. 조금씩 경제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영국을 아쉬워하고 있다. 영국이 만든 세계의 분란에 대해서 말해 주려다 참았다. 어린 친구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한국 웹소설과 웹툰에도 관심이 많다. 전지적독자시점이 전 세계에서 엄청난 히트라고 한다. 나는 그정도인줄은 몰랐다. 외모지상주의, 더복서, 화산귀환 등 모르는 게 없다. 나도 모르는 웹툰도 보고 재밌다고 추천도 해준다. 조용히 일기를 쓰고 싶었지만 한순간의 대화의 공백도 용서하지 않는 데니얼이다. 벌써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다. 대화가 잠깐 끊겼을 때 나는 이제 잔다고 하니 그제야 멈춘다. 내일도 이러려나. 좀 밖으로 나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베를린 떠나기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