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기분 좋은 아침이다. 오랜만에 푹 잤다. 자고 일어나 오늘은 투나 샌드위치와 과일 쉐이크를 사와서 숙소 앞 테라스에 앉아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인사도 하고 한국사람으로 보이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 다들 웃으면서 대답해주신다. (이 당시만 해도 라오스에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누가봐도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 세 분이 숙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 같아서 도와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한국 사람이시죠? 숙소 찾고 계신거에요?”
“아 네. 한국 사람이시구나. 일본 사람인 줄 알았네. 여기 숙소 괜찮은데 아세요?”
우리 숙소에는 빈 방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며칠이라도 여기에 먼저와서 그나마 숙소 사정을 좀 더 안다. 테라스에서 일어서서 숙소 근처에서 지나가다 봐둔 여기저기를 같이 돌아다니며 알아봐 드렸다. 너무 고마워 하시며 점심 먹고 폭포 가려고 했었는데 같이 가기로 했다.
12시 반 우리 숙소 앞 집합이었다. 어제 그 아저씨도 오셨다. 옆방 형도 오셨다. 옆방 형이 길 가다가 만난 한국 여자 분도 오셨다. 어제부터 인사하고 지낸 중국 여자애도 왔다. 멤버가 갑자기 8명이 되었다.
다 같이 점심을 먹고 툭툭을 잡아 타기로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두 팀으로 나누어서 흥정했는데 역시 가격이 다 다르다. 그리고 워낙 꽝시 폭포로 가는 사람이 많은지 가격도 꽤 비싸다. 땡볕아래서 팀을 나누어 여기저기 열심히 가격을 물어보고 다녔다. 나름 괜찮은 가격이 드디어 나와서 거기에 올라탔다.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꽝시 폭포까지는 28km다. 원래 자전거 타고 갈까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미친짓이었다. 이런 땀샘 폭발하는 날씨에 흙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도로에 길도 모르고 지도도 없어서 꽝시 폭포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자전거 드라이브만 하고 올 뻔 했다.
폭포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 멋있었다. 누런 비포장 도로 옆으로 라오스 전통 가옥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집 사이로 키 큰 바나나 나무들과 이름 모를 열대 나무들이 하늘로 뻗어있었다. 거리에는 귀여운 아이들이 조그만 공으로 축구도 하고 뛰어다니며 술래 잡기도 하고 있다. 툭툭 안에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어 뒤에 매달려 바람을 맞으며 주변 경치를 즐겼다. 흙 먼지가 온 얼굴을 덮고 눈에 들어가 따가웠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폭포에 도착해 비어 라오 한병을 입에 물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역시 산타기에는 맥주지’
산 중간쯤부터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닿는 흙 느낌도 좋고 시원한 산공기도 너무 좋다.
폭포가 시작 되는 곳까지 올라가 밑을 내려다 보니 장관이다. 주위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만큼 굉음을 내면서 물이 쏟아진다. 밑을 보니 아찔하다. 꼭대기에서 조금 내려와서 옆을 보니 여기서 뛰어내리는 미친놈이 있는지 다이빙 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여기서 뛰어내려 볼래요?”
아저씨가 묻는다.
“여기 좀 위험할 꺼 같은데요? 다이빙 금지라고 써져있기도 하고”
나는 머뭇거렸다.
“이쪽으로 와봐요. 별거 없어요. 제가 먼저 뛰어 내릴께요. 밑에서 뭔 일 있으면 바로 구하러 갈께요. 넬리씨도 뛰어봐요”
그러더니 아저씨는 윗통을 벗고 아무망설임 없이 뛰어내려버린다. 나는 물론 망설임이 있었지만 없는 척 따라 뛰어내려버렸다. 생각했던 거 보다 물살이 쌔지는 않아서 혼자 수영해서 뭍으로 나왔다. 다시 하라고 하면 아마 안 하지 않을까.
다시 산을 내려와 수영할 수 있는 작은 폭포로 갔다. 다이빙 포인트도 있어 또 뛰어 내렸다.
‘그래 여기는 다이빙 하라고 만들어 놨는데 굳이 저기서 왜 뛰었을까’
그래도 살아왔으니까 괜찮다. 더운 날씨에 산을 올라오느라 다들 땀에 찌들었는데 물이 아주 적당히 차갑다. 평소 계곡보다 바다를 즐기지만 오늘만큼은 계곡도 좋다. 이런 계곡이라면 자주 올 거다.
다시 툭툭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다시 한번 숙소 앞에 7시까지 집합해 ‘신닷까오리’를 먹으러 갔다. 어제 만난 아저씨가 역시 라오스 사정에 밝았다. 지금은 아마도 ‘신닷까오리’ 를 검색해보면 많은 정보가 나오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식당에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아저씨가 라오스어로 이것저것 주문하더니 샤브샤브 같은 음식이 나왔다.
신닷까오리는 옛날 한국군이 파병 왔을 때 철모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철모속에 국을 끓여먹는데서 시작된 요리라고 한다. 오랜만에 고기도 많이 먹고 포식했다. 모두 즐거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유쾌한 만남이었다.
루앙프라방은 나에게 만남의 도시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정이 많이 든 이 도시를 떠나 방비엥으로 간다. 아쉬울 때 헤어지는 것이라고 그랬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