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by nelly park

아침에 탁발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눈을 뜨니 벌써 6시 15분이다. 어제 술도 많이 안 마시고 일찍 잤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나보다. 탁발 행렬은 6시부터다. 얼른 일어나 눈곱만 떼고 나가면 되긴 하지만 폭신한 침대와 시원한 에어컨이 나를 붙잡는다.

*탁발은 스님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서 음식을 얻어먹는 것을 말한다.




그래도 일어난 김에 어제 물에도 들어가고 땀으로 젖은 빨래를 열심히 해서 발코니에 널어 놓았다. 오늘 밤 버스로 방비엥으로 이동할 계획이라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 빨래를 말려야 한다. 비가 안 오는 날의 동남아는 햇빛이 아주 쨍쨍해서 빨래가 아주 바삭바삭 잘 마른다.


빨래를 다하고 방에서 좀 쉬고 있는데 문 밖에서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넬리씨! 넬리씨!”


깜짝 놀라서 밖에 나가보니 아저씨는 급하게 아침 8시 버스로 방비엥으로 가신단다. 그동안 신세진것도 많고 고마운 마음에 여행중에 하나씩 챙겨먹던 비타민을 드렸다. 아침에 갑자기 드릴게 이것밖에 없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와 생각을 해보니 나도 아침에 그냥 가는게 낫겠다 싶어 후다닥 씻고 준비를 하고 그래도 대충 마른 빨래들을 비닐 봉지에 분리해서 가방에 담고 밖으로 나왔다. 툭툭을 타려고 하니 어제 만난 형들이 마음에 걸린다. 인사도 못하고 떠나는게 아쉽고 미안한데 너무 아침 일찍이라 찾아가서 깨우기도 그래서 메모를 남기기로 했다. (지금이라면 간단하게 카톡을 남겼겠지. 그때는 스마트폰이라는게 없었다)


‘형님들. 저희 갑자기 방비엥으로 떠나게 됐어요. 어제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혹시 방비엥에 오시면 꼭 만나요. – 넬리 –‘


숙소 주인한테 형님들 인상착의를 알려주고 넬리 찾으러 오면 꼭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서둘러 툭툭을 잡아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다행히 버스는 9시 출발이었다. 10분이 남아서 얼른 샌드위치 하나 사서 물고 버스에 올라 탔다.



태사랑에서 찾아보니 루앙프라방과 방비엥 사이 길이 험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다행히 우리 버스는 VIP 버스였다. 길이 구불구불 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다. 조금 커브가 많다 정도였다. 두 도시의 거리는 대충 200km 정도 였는데 7시간 정도 몇 개의 산을 넘어 방비엥에 도착했다. 라오스의 70프로가 산인데 터널이 없어서 일일이 차로 산을 오르거나 산 옆 길로 뱅 돌아서 7시간이나 걸렸나보다.


조용한 도시였다. 숙소는 루앙프라방보다 싼 편이었다. 항상 하던 대로 열심히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 숙소를 찾다 장기간 버스를 타기도 하고 날씨도 더워서 한명이 배낭을 지키면서 기다리면 다른 한명이 숙소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교대로 땀을 흘리며 숙소를 찾아다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엇 넬리씨!”


새까만 얼굴에 현지인이라고 해도 100프로 믿을 얼굴로 자전거를 옆에 세우는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안 그래도 내일 아침 일찍 비엔티안으로 가야되서 다시 못 만나면 어떡하나 했었네요”


역시 만날 인연은 무조건 만난다.


6만낍에 개인 테라스에 티비까지 있는 방을 잡고 짐을 내려놓고 얼른 씻고 빨래를 다시 해서 테라스에 널어놓고 다시 만난 아저씨와 맥주 한잔하러 나갔다.

*6만낍은 대충 한국돈으로 8500원 정도다.


날은 이제 슬슬 어둑어둑해진다. 처음 방비엥에 온 우리에게 아저씨는 방비엥 재래 시장에 데려가 주셨다. 역시 여행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저씨는 자주 먹는다는 돼지 고기 립 통 바비큐를 능숙하게 라오스어로 시키고 다같이 비어 라오 한잔했다. 아저씨는 다시 가게 아주머니에게 가서 뭐라고 말하더니 아주머니는 얼음 버켓을 들고 온다. 그리고는 맥주에 얼음을 섞어 마신다.


"라오스는 더워서 이렇게 마셔야 더 시원해요”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건 상상도 못했다. 맥주에 소주를 넣으면 넣었지 얼음은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그래도 아저씨를 따라 얼음을 넣고 시원하게 마셔보니 생각보다 맛이 좋다. 재래시장이라 냉장고가 따로 없어서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넣고 팔다보니 조금은 미지근했었다. 머리가 띵할만큼 차가운 맥주가 마시고 싶었는데 딱 좋다.


다시 만난 아저씨가 반가웠고 조용한 방비엥도 좋고 시원한 맥주도 좋다. 완벽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