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빈에서 훼 가기
아침을 먹으러 갔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닌빈은 식당도 거의 없었다. 숙소에서 한참 걸어 꽤 큰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호 영어 메뉴가 있다’
영어를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옆 테이블에 있는 현지인이 이것저것 푸짐하게 먹고 있는 게 보인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똑같은 거 주세요”
역시 현지인이 시키는 걸 따라 먹으면 잘 실패하지 않는다. 신나게 먹으면서 힐끔힐끔 옆 테이블에서 돈을 내는 걸 지켜봤다. 이제 더 이상 바가지에 당하고 싶지 않았다.
‘호오 지폐 두장이라 이거지’
밥을 다 먹고 똑같은 지폐 두장을 주니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펴 보이며 네장을 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저 테이블이랑 똑같은 메뉴를 먹고 두장 내는거 다 봤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영어 못하는 척을 하며 네장 달라고 한다. 하. 이놈의 베트남. 문제 일으키기 싫어 그냥 네장 주고 나오면서 옆 테이블의 메뉴판을 봤다. 혹시나 다른 메뉴인가 싶었더니. 완벽하게 똑같은 메뉴인데 하나는 베트남어로 쓰여져 있고 다른 하나는 영어로 써져있다. 가격은 정확히 딱 두배가 차이난다.
또 당했다. 베트남 사기꾼들. 알면서도 당하고 모르고도 또 당한다. 앉아서 당하고 서서 당하고. 눈뜨고 당하고 눈감고 당하고. 이제 당하지 않겠다.
밥을 먹고 숙소에서 좀 쉬다 혼자 자전거를 빌려서 닌빈 시내를 둘러봤다. 여느 시골 마을과 똑같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 옆마을로도 가보고 학교도 들어가봤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축구는 만국공통 스포츠인가보다. 삼삼오오 모여서 다들 축구를 하고 있다. 조리만 신고 있지 않았으면 나도 한판 끼고 싶었다.
시장으로 가봤다. 딱히 살 건 없었지만 시장만큼 그 마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곳도 없다. 곳곳에 치킨집이 보이는데 놀라운건 가죽과 털을 벗기고 벼슬과 부리가 그대로 있는 채로 걸어놨다. 보통 우리나라는 머리는 자르고 몸통만 있는데 닭 눈이랑 마주칠까봐 얼른 페달을 밟아 달렸다.
슬슬 배도 출출하고 숙소로 돌아갈까 하는데 길거리에 앉아 바나나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사지도 않을거면서 괜히 얼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만동 짜리 지폐를 하나 보여주시며 한 다발에 만동이란다. 속으로 흠짓 놀랐다. 바나나 한다발이 500원이라니. 그래도 지갑에서 5000동을 보여주며 깎아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그럼 8000동은 어떠냐고 돈을 보여주신다.
‘어차피 안살꺼니깐’
고개를 저으며 5000동에 달라고 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머니는 안된다고 하시길래 그냥 자전거에 올라탔더니 ‘오케이 오케이’를 외치며 5000동에 주신단다. 단 돈 250원 깎았지만. 이겼다. 처음으로 베트남 사람한테 이겼다. 여지껏 바가지 쓰기만 하다 처음 승리했다.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자전거 앞 바구니에 바나나를 싣고 숙소로 와서 맛있게 먹었다.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승리를 거두고 아침에 훼로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해 놔서 짐을 싸서 버스에 올랐다.
‘이건 또 뭐야. 맨날 사기만 치는 베트남 슬리핑 버스는 왜 이렇게 좋아’
태국과 라오스를 거쳐오면서 슬리핑 버스라 하면 그냥 에어컨이 추울정도로 빵빵하고 일반 버스보다 아주 조금 더 넓은 의자에 뒤로 많이 젖혀지는 건데 베트남 슬리핑 버스는 진짜 누울수 있게 침대가 있다. 그것도 세 줄로 있어서 사람도 많이 탈 수 있다. 버스 하나는 좋다.
10시간 동안 거의 안깨고 편하게 누워서 자고 일어났더니 훼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