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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06. 2019

얼른 떠나야겠다

호이안에서 다시 훼

간밤에 나무로 된 천장에서 쥐가 갉아 먹는 소리에 몇번 잠이 깼다. ‘어차피 오늘 떠나니깐’ 하고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손가락이 허전해 봤더니 반지를 방에 놔두고 왔다. 다시 숙소로 들어가 카운터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방금 305호에 반지 놔두고 왔는데 찾아봐도 될까요?”


그랬더니 지금 청소중이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좀 있다 올라가보니 이미 방은 정리되어 있고 항상 놔두던 화장대 위에 있어야할 반지는 당연히 없다. 청소한 아주머니한테 물어봐도 “노노”만 반복한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한테 반지를 물어보니 찾으면 연락주겠다고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 


오늘 이 도시를 떠나는데 연락처를 주면 뭐 할 것이며 또 연락이 온다 한들 다시 올 것도 아니고 그냥 체념하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예쁜 마을 호이안에 와서 잠깐 긴장을 늦췄구나. 여긴 베트남이었지.


역시 연락 같은 건 오지 않았다.


결국 반지는 못찾고 호이안에서 훼로 가는 버스로 몸을 실었다. 나름 아끼는 반지였는데 그 이후로 내 인생에 반지는 아직 없다. 이런저런 착잡한 생각을 조금 하다보니 금방 훼에 도착했다. 


훼에 도착하니 그래도 한번 와 본 곳이라고 조금더 편하게 느껴졌다. 역시 날씨는 우중충하다. 처음 닌빈에서 훼로 왔을 때 내렸던 그 큰 광장 같은곳이다. 


역시 차에서 내리니 한꺼번에 호객꾼들이 달라든다. 어차피 길도 알고 목적지도 정해졌으니 가볍게 무시하고 가려다 계속 어디가냐고 물어보는 택시기사들과 자전거 기사들이 몰려와서 웃으며 대답해줬다.


“센터 가요”


어차피 우리가 내린 곳은 센터이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가겠지 했는데 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센터 가려면 택시타고 여기서 한시간 반 걸리는데 싸게 해줄께요”


어이없기도 하고 웃겨서 피식 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분명히 여기가 센터인데. 여기서 택시를 타면 1시간 반동안 어딘가 돌아돌아 갔다가 여기 근처에 또 내려주겠지. 홍대에서 택시타고 인천공항갔다가 다시 합정쯤에 내려주는 그런 느낌인가보다. 참 베트남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머니를 턴다. 



전에 갔었던 호주인이 경영하는 백배커스로 갔다. 그때는 잠깐 맥주만 한잔했었지만 분위기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늘은 베트남인들과 섞이고 싶지 않다. 여기는 직원들도 다 서양인들이다. 아마도 이 친구들은 여행하다 잠시 여기서 일하고 있는게 아닐까. 나와는 달리 베트남에 좋은 기억이 안좋은 추억보다 많아서 여기에 있겠지.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바로 라오스 싸완나켓으로 가는 표를 끊었다. 싸완나켓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니라 미니벤밖에 없단다. 할 수 없다. 그냥 가야지. 라오스는 최소한 항상 긴장하며 이 사람이 또 나한테 돈 뜯어가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안하겠지 하고 기쁜 마음으로 표를 받아 다시 숙소로 갔다. 


숙소 1층 식당에서는 마침 또 해피아워가 시작된다. 1시간동안 맥주무제한이다. 이번에도 열심히 마셔봤지만 그래봤자 또 3병이다. 이 이상은 1시간에 해치우기 힘든 것 같다. 작정하고 맥주만 마시면 더 마셨겠지만 술은 기분 좋으라고 마시는 거지 억지로 몸안으로 쑤셔넣을 필요는 없다.



해가 떨어지고 밖으로 혼자 걸어나가봤다. 지나가다 우연히 학교를 발견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던 그 나라의 학교는 꼭 가보려고 한다. 사실 학교인지 학원인지 묘하다. 규모는 엄청나게 크고 교실도 많아서 학교라고 생각하고 싶다. 학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이유는 학생들이 다 20대 초반처럼 보였다. 영어 학원일수도 있겠다.


복도를 걸어다니며 창문 넘어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보였다. 다들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나도 잘 가르칠 수 있는데 생각하며 빙 둘러보다 이제 나가볼까 하고 교문쪽으로 걸어가는데 수업 마치고 걸어가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였다. 나보다 조금 어린정도였던 거 같다. 말을 걸어봐야지.


“나는 베트남 여행하고 있는 여행잔데 혹시 여기 괜찮은 술집 같은 거 알어?”


혹시 알고 있으면 베트남 친구도 사귀고 싶고 해서 같이 갈까 했었다. 무리 중 한명이 말한다.


“음 우리도 잘 모르겠는데 친구한테 물어볼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선생님인지 수위 아저씨인지 모르겠지만 뛰어오더니 성난 얼굴로 나가란다. 외부인은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는 것 같다. 


베트남은 학교도 마음대로 못 들어와보냐. 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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