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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09. 2019

미국인이 동남아에 없는 이유

베트남에서 싸완나켓 가기

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비가 안 쏟아지는 때를 기다렸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라오스로 가야겠다. 훼에서는 특별히 안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베트남이니까 여행사로 다시 가서 오늘 오후에 출발하는 라오스행 티켓을 확인하러 비를 맞으며 길을 나섰다.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몇번이고 확인을 하고 안심을 하고 여행사를 나왔다. 동행하던 그레이스가 소리친다.


“그러게 내가 베트남 오지 말자고 했자나. 맨날 사기만 당하고 고생만 하고 이게 뭐야”


그동안 힘들었던 서러움이 터졌나보다. 비는 미친듯이 쏟아지고 그레이스의 눈에도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럴것이 남자인 나도 정말 진절머리 났는데 여자인 그레이스는 오죽했을까. 그래도 같이 왔는데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다 내 탓인냥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나도 한마디했다.


“베트남 가보자고 하니까 같이 왔자나 갑자기 왜그래. 그럼 먼저 라오스 가있어. 나는 베트남 남부도 여행하고 갈 테니 라오스던 태국이던 나중에 다시 만나자”


왜 그랬을까. 그레이스는 단지 힘들었던 것을 말할 곳이 없어 나한테 조금 하소연 했던 것 뿐인데.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다시 같이 힘내서 열심히 여행하기로 하고 차타기 전에 베트남에서 마지막으로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는 말에 그레이스는 눈물을 뚝 그치고는 다시 따라나선다. 어차피 베트남 사기꾼들이 여권에 찍어준 체류기간으로는 이틀 밖에 안남았다. 떠나는 게 맞았다.


비를 뚫고 이제 마지막이니 좀 고급스러운 곳으로 가서 쌀국수와 스프링롤 등을 시켜 실컷 먹었다. 고생했는데 후회는 남기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동안 훼를 돌아다니면서 우와 고급스럽다. 여기는 비싸겠지 하고 못들어 갔던 곳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짐을 싸고 나와서 픽업 나온 미니벤에 몸을 실었다. 내 옆자리엔 미국인 아저씨 존과 함께 타게 되었는데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오는 긴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드디어 베트남 국경이 보인다. 베트남 안녕. 베트남에 와서 더 그리웠던 라오스가 너무 반갑다. 




잘 닦인 베트남 도로와는 달리 라오스에 들어서자 다시 울퉁불퉁한 길이 시작된다. 좀 덜컹덜컹 거려도 난 이게 좋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중간중간에 조금씩 쉬면서 밥도 먹고 콜라도 한잔 마시며 열심히 싸완나켓으로 달려갔다. 


존 아저씨가 말했다.


“여행하면서 미국사람을 거의 못 보지 않았어?”


내가 곰곰히 생각하보니 미국인은 존 아저씨가 처음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그랬더니


“미국은 큰 나라야. 그리고 풍요로운 나라야. 갈 곳도 많고 안전해.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다른 곳을 가보려는 시도 자체를 안하는 것 같애. 내 친구들만 해도 같이 동남아 여행하자고 하니 그런곳을 왜 가냐며 차라리 마이애미 해변에서 편하게 쉴꺼래”


그리고 씨익 웃으며 또 말을 잇는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것 같애. 세상의 99%가 미국이고 다른나라는 나머지 1%라고 생각하는 거지. 미국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와보면 자신은 세상의 1%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을텐데 그게 안타까울 뿐이야. 그래서 나는 나머지 99%를 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주 여행을 하는거야”


재밌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미국인들을 만나기 힘들었구나. 이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밤 10시쯤 되서 싸완나켓 시내에 도착했다. 누가 라오스 제 3의 도시라고 했던가. 도시 전체에 게스트하우스라곤 단 세 곳뿐이다. 발품을 열심히 팔아서 세 곳 다 가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괜찮은 곳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돈을 썼더라면 그리고 조금만 더 베트남인들을 배려했었다면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겠지. 사실 지금은 그리운 베트남. 꼭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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