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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10. 2019

이제 집 같은 방콕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베트남에서 벗어나서 마음은 편한데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을 전체를 돌아봐도 먹을 식당도 거의 없고 여행자들도 거의 없어 보인다. 존 아저씨랑 그레이스와 얘기를 해보고 바로 태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얼른 여행사로 가서 태국행 미니벤 표를 예약하고 아침을 먹고 마을을 따라 빙 둘러있는 강가를 산책했다.


관광객들이 없고 조용한 이 곳에 몇일 있어도 좋지만 생각보다 많이 심심할 것 같았다. 마을을 따라 강가가 있는 것은 태국 치앙콩의 그것과 닮아 있었지만 덜 활기찬 느낌이라고 할까 조금 어두운 느낌이었다. 아무튼 다시 태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표도 끊었으니 미련은 없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미니벤에 몸을 실었다. 이틀 연속 장거리 여행이라니. 어제는 베트남. 오늘은 라오스. 내일은 태국이라니. 이 느린 나라에서 말도 안되는 일정이지만 다시 활기차고 맛있는 것으로 넘쳐나는 카오산이 그리웠다. 베트남만 벗어나면 행복할 꺼야하고 생각했었지만 사람은 정말 그런가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다시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밤새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존 아저씨와는 더 이상 할말이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서로의 가족사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느낌이고 (지금은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반대로 존 아저씨는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하나 기억나는 이야기.


존 아저씨가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그레이스랑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나보다. 내가 돌아오니 그레이스가 물어본다.


“넬리! 수벌랏이 뭐야?”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 앞에 문장이 뭐였는데? 무슨 얘기하다 나온 말이야?”


그랬더니 그레이스는 어리둥절 하며 말한다.


“Do you like 수벌랏? 이러던데? 한국 음식 이야기하고 있었거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Do you like soup a lot? 하고 물어 본 거 아니야?”


내 말이 맞았다. 그레이스도 영어를 잘 한다. 지금도 영어 선생님을 하고 있다. 단지 호주에서 공부해서 미국식 연음이 많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나보다. 나는 캐나다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미국 영어와는 거의 비슷하다. 존과 처음 10분 정도 이야기하다 존이 너는 미국 어디에서 왔냐 하고 물어봤을 정도니.


그렇게 밤새 이야기하다 꾸벅꾸벅 졸다 하며 다음날 아침 태국 방콕 도착.


존 아저씨는 잘 아는 숙소가 있다고 해서 작별인사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방콕에 처음 왔을 때 같던 나콘핑 호텔로 가서 짐을 풀었다. 긴 여행을 하고 다시 집으로 온 느낌이다. 처음 방콕에 와서 모든게 신기하고 어리둥절 했던 나는 이제 없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오랜만에 보는 세븐 일레븐으로 가서 물 한통사고 간단하게 요기할 컵라면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마음이 너무 편하고 다시 보는 사람마다 웃으며 ‘싸와디캅’ 하고 인사하는 것도 너무 익숙하다. 


그리고 다시 너무 포근하고 깨끗한 침대에서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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