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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11. 2019

태국의 첫 바다

코사무이

다시 온 방콕과 카오산 로드가 너무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또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또 다시 이동 하기로 했다. 말도 안되는 일정이지만 이왕 지금까지 고생한 거 좀 더 여유롭고 멋진 곳에서 쉬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태국 남쪽의 섬 코사무이다.


코사무이는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와서 태국 바다가 얼마나 좋은지 물은 깨끗한지 날씨는 좋은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바다가 보고 싶었다. 또 열심히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카오산과 람부뜨리 근처 여행사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가격을 물어보고 비교했다. 


가장 적당한 가격에 코사무이로 들어가는 항구가 있는 수랏타니까지 가는 버스와 거기서 다시 섬으로 들어가는 배까지 페키지로 표를 끊었다. 그리고 피시방으로 가서 각자 메일 체크도 하고 국제전화로 부모님께 안부 전화도 드렸다. 여행가면서 전화도 노트북도 안 가져갔으니 피시방이 최고다.


픽업 시간이 되어서 람부뜨리 뒷편의 여행사 앞에 앉아서 다른 서양 여행자들과 함께 길거리에 앉아 수랏타니행 버스를 기다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태국을 여행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든다. 그렇게 창 맥주 한병씩 입에 물고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VIP라고 적힌 거대한 2층 버스가 들어온다. 그레이스가 말한다.


“내 가방 좀 지키고 있어 내가 얼른 자리 잡을께”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차례차례로 버스에 타면 되지 뭐가 그렇게 급한지. 버스 문이 열리고 아마 그레이스가 두번째로 버스 안으로 들어 갔을 것이다. 나는 내 가방과 그레이스 가방까지 버스 짐 싣는 곳에 안전히 모셔두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레이스가 웃으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아 버스 자리가 다 같은 자리가 아니구나’


그레이스가 잡은 자리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에 있어서 앞에 다른 의자가 없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자리였다. 역시 괜히 태국만 4번째 온 것이 아니다. 이미 치앙마이로 갈 때 경험했던 거라 어마어마한 에어컨이 나올 걸 알고 긴팔 남방까지 챙겨가서 완벽했다. 


야간 버스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양여행자들의 부러운 눈초리가 느껴진다. 우리보다 훨씬 키가 큰 친구들이 다리를 움크리고 자야하니 몸집도 작으면서 다리를 쭉 뻗고 가는 우리가 부러웠을 것이다. 당연히 베트남의 160도로 젖혀지는 슬리핑 버스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편하게 갔다. 


그렇게 또 졸다 일어나서 화장실도 한번 가고 다시 자다 깼다 하며 수랏타니에 도착했다. 거기서 또 다음배가 올 때까지 한 두시간을 기다려야했다. 항구 바로 앞 식당 겸 카페에 앉아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터미널이나 항구에 있는 식당은 비싸다. 한국돈으로 하면 몇 백원 차이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간단히만 먹고 섬으로 들어가 맛있는 거 실컷 먹어야지 하고 참았다. 


해가 밝아온다. 너무 빵빵한 에어컨에 움츠라든 몸이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에 좀 녹아드는 듯 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한다. 태국은 더운 나라다. 드디어 기다렸던 배가 들어오고 차례차례로 배로 올라탔다. 한 두시간 더 들어가야 한단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숙소에서 쉴 수 있겠구나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뱃머리로 가서 바닷 바람을 느껴봤다. 배 안에 앉을 수 있는 곳에서 밖으로 나가니 호객꾼들이 많았다. 각자 팜플렛을 들고 자기 숙소로 오란다. 배 위에까지 호객꾼이 있다니 재밌다. 우리는 그런거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지만 호기심에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오시길래 일단 말은 들어봤다.


“코사무이 어디로 가세요?”


우리는 코사무이로만 가는 줄 알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큰 지도를 꺼내 보이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신다. 생각보다 코사무이는 큰 섬이었다. 자기 숙소까지 가서 굳이 안묵어도 되니 구경하러 오란다. 숙소까지는 무료로 툭툭으로 태워 주신단다. 그렇게 속는셈치고 배에서 만난 회사 휴가로 잠깐 왔다던 일본 형님들과 같이 툭툭에 몸을 싣고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는 번잡한 차웽비치보다는 비교적 조용한 라마이비치로 갔다.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곳을 보고 다른곳도 보고 온다고 말하고 항상 하던대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한 시간 정도 길을 따라 가능한한 모든 숙소에 다 가보고 가격 대비 가장 좋은 곳을 찾아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바다가 보이는 방갈로다. 그래도 가격은 싸다. 


이제 좀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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