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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18. 2019

코사무이 즐기기

항상 야간 버스를 탈 때마다 느끼지만 도착하면 푹 자야지 하면서도 막상 숙소에 도착해서 자면 그렇게 오래는 못잔다. 아직 해가 떠 있어서 그런지 버스에서 좀 자서 그런지. 아마 둘 다 겠지.


한 두시간 잤나.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와서 처음 본 바다라 그런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냥 좋다. 신발을 신지 않고 티셔츠도 입지 않고 그냥 돌아 다녀도 되는 자유도 좋다. 방갈로 밖으로 나오면 바로 바다다. 한참 뜨거운 시간이라 주인 없는 썬배드에 그냥 누웠다. 




즐거움은 잠깐이다. 10분 있으니 몸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거웠다. 얼른 뒤집어 누웠다. 여행하면서 얼굴과 팔만 까맣게 탄 것 같아 몸도 좀 태우고 싶었다. 뜨거운 햇빛을 참으며 여러 번 뒤집어 가며 열심히 썬탠을 했다. 그러다 너무 뜨거우면 바다에도 잠깐 들어가기도 했다. 


목이 말라 근처에 음료수와 맥주파는 아주머니에게 창맥주를 하나 사서 입에 물고 파라솔 밑에서 쉬었다. 이 해변엔 우리밖에 없다. 사람많은 차웽비치로 안가길 잘했다. 그렇게 조금 있으니 아까 배에서 만났던 일본 형님들이 나온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나는 또 눈꺼풀이 내려와 방갈로로 가서 좀 쉬었다.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하다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온다. 그레이스는 바다에서 놀다 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라오스인 여자와 미국 남자 커플과 말을 섞게 되어 오늘 저녁에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단다. 슬슬 출출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가 생긴게 좋아서 따라나섰다.


라오스어와 태국어는 분명 다른 언어지만 비슷해서 서로 알아듣는단다. 다행히 이 라오스 여자애는 라오스어와 태국어 영어 셋다 유창하다. 따라 나선 곳은 태국식 부페. 그레이스와 둘이만 있었다면 절대 몰랐을 곳이다. 엄청나게 큰 식당에 어마어마한 종류의 태국음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바트 (3000원 정도).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매일 밤마다 오고 싶었지만 어둡기도 하고 숙소에서 꽤 걸어서 간 곳이라 다음날에는 도저히 찾을수 없어 한번의 추억으로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어제 그레이스와 라오스여자애가 바닷가에서 주운 고동을 쪄서 가져왔다. 짭짤하게 맥주가 땡기는 맛이다. 이 커플은 오늘 체크 아웃이라 작별인사를 하고 배가 고파 길을 따라 쭈욱 걸어봤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한적하고 식당도 많이 없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연 식당도 거의 없다. 어제 엄청난 저녁을 싸게 먹기도 했고 이왕 섬에 온 거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하고 지나가다 본 수제 햄버거 집으로 들어갔다. 


태국 물가에 비하면 비싸지만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동남아 여행하면서 처음 먹는 서양음식이다. 맛있었다. 눈물 날 만큼 맛있었다. 역시 양은 적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햄버거는 잊지 못할 감동적인 맛이었다. 


딱히 할일도 없고 볼 것도 없어서 반대쪽으로 난 길로 걸어가봤다. 숙소 근처와는 다르게 식당도 꽤 있고 술집도 있고 이것저것 가게가 많다. COSTCO도 있다. 더워서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땀도 식힐 겸 태국 대형 몰은 어떨까 하고 들어가보기로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의 그것과 비슷했다. 다른점이 있다면 과자들이 다 태국과자인거. 양념들이 고추장 된장이 아닌 태국양념인거. 사과나 포도보다 바나나나 파인애플 망고가 많다는거 등등. 


부모님께 드릴 선물 몇가지를 사서 나와서 마을 구경을 좀 했다. 여기는 바닷가 바로 근처는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꽤 많았다. 이미 숙소는 있지만 여기 숙소도 한번 구경해보기로 했다. 바다가 아니니 꽤 깨끗하고 좋은 시설인데 우리 숙소보다 100바트가 쌌다. 이미 바다 구경은 실컷 한 것 같고 내일 짐을 싸서 옮기기로 했다. 


여행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사진찍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게 돈 아끼면서 비교하고 절약하는 재미도 쏠쏠 한 것 같다. 내일은 바다와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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