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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Sep 26. 2019

여행에서 비와 맥주란

코사무이에서 코피피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제 봐둔 숙소로 가기 위해 짐을 싸고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바다가 보이고 가격도 싸서 너무 좋았지만 더운 태국에서 에어컨이 없는 방갈로라 낮에는 조금 힘들었다. 어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조금 허름하지만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바다는 없지만 넓은 방에 에어컨과 작은 개인 테라스까지 있는데 가격도 나쁘지 않은 곳을 발견해놨었다. 




새로운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와서 근처를 돌아다녀보니 조그만 시장도 있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어제는 숙소를 나와 앞으로 가면 해변이고 뒤로 가면 작은 2차선 도로가 주욱 이어져 있었다. 근처에 식당도 거의 없고 슈퍼도 없이 외딴 곳이었다. 오늘은 슈퍼도 몇 개 있고 식당도 보인다. 여행자들도 더 보인다.  


길거리에서 치킨을 통째로 튀겨서 팔고 있길래 하나 샀다. 편의점에 가서 맥주도 한 두병씩 샀다. 편의점에서 나오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따뜻한 치킨을 품에 안고 손에 맥주 봉지를 들고 숙소까지 뛰었다. 우리방 바로 앞에 있는 테라스에 치킨과 맥주를 풀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음악삼아 맥주 한잔에 치킨을 뜯었다.  이 맛에 여행한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들리는 소리는 오직 빗소리뿐이다. 하늘에서 쏴아 비가 떨어지는 소리. 바닥에 떨어졌다 툭툭 튕겨나오는 소리. 벌써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똑똑 물 고이는 소리. 플라스틱 지붕을 쉴새없이 때려치는 탁탁 소리.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고 모기들은 비를 피해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 


첫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도시 세 곳을 꽂으라면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쉽게 선택하기 힘들겠지만 가장 맛있는 맥주를 먹은 곳 세 곳을 꽂으라고 하면 코사무이가 들어간다. 나머지는 베트남 호이안과 태국 국경 도시 치앙콩이다.


셋다 공통점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맥주를 마셨다는 것. 누군가는 여행하면서 오는 비를 달가워 하지 않겠지만 나는 찌는 듯한 더위에 한번씩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너무 좋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천천히 여행하는 게 좋아서 비가 오는날은 하루 아무것도 안하면서 쉬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비가 그칠때까지 멍하게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아 모기를 쫓으려고 주인아저씨한테 모기향을 받아서 피웠다. 해가 지고 비가 그쳤다. 빗소리를 들은 것 밖에는 한 일이 없지만 또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냉동볶음밥을 사서 같은 테라스에 앉았다. 


태국 컵라면을 사면 집에와서 뜨거운 물을 안 부어도 된다. 태국 컵라면을 열면 작은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 있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거기서 뜨거운 물을 부어 포크로 종이로 된 뚜껑을 찔러 뚜껑이 안열리게 고정시키고 컵라면에 딱 맞는 작은 비닐 봉지를 달라고 하면 준다. 그렇게 손에 들고 숙소에 오자마자 바로 먹으면 된다. 


내일은 또 다른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레이스가 저번 여행에서 너무 좋았다던 피피섬. 이름도 예쁜 피피섬. 지금 그레이스 친구가 피피섬에서 3개월째 살고 있단다. 


다음날 아침. 전날 많은 티켓이 연결되어 있는 걸 끊었다. 피피섬은 코사무이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섬이라 항구에서 다시 버스로 서쪽으로 이동해서 끄라비로 가서 거기서 또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긴 여정이었지만 이제 장거리 이동은 익숙하다. 


“이거 티켓 잘 확인해야해. 만약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망해. 다시 티켓 환불 받으러 이 섬으로 올 수도 없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그레이스 말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아침 8시에 숙소 앞으로 픽업 미니벤이 왔다. 미니벤을 타고 우리가 첫 날 내렸던 항구로 갔다. 항구에서 조금 기다리니 페리가 온다. 페리에 올라타고 또 멍하게 3시간 정도 있으니 다시 첫 날 새벽에 해 뜰때까지 기다리다 페리를 탔던 항구에 도착한다. 




항구에 도착하니 각자 다른 목적지로 가는 그룹이 있나보다.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각자 다른 기사님과 미니벤을 타고 사라진다.


“코피피?”


스프링처럼 튕겨나가 얼른 기사 아저씨를 따라갔다. 다시 미니벤을 타고 3시간을 멍하게 있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더니 피곤해서 아무 생각없이 졸면서 잘 왔다. 도착하니 끄라비 항구다. 마지막 관문이다. 거기서 또 페리를 타고 한 시간 반쯤 가니 피피섬에 드디어 왔다. 


대충 8시간 걸린 것 같다. 다행히 티켓 잘 확인하고 연착없이 무사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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