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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Oct 31. 2019

목숨을 건 투어

피피섬 

설레는 마음으로 세가지 섬 투어를 하는 배에 올라탔다. 배에서 주는 간단한 토스트로 점심을 때우고 경치구경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원숭이가 산다는 몽키 아일랜드에 배를 정박하고 숲에도 들어갔다 이곳저곳 구경하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배를 돌려 스노클링 포인트에 닻을 내리고 각자 바다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겼다. 처음 해보는 거라 아직은 불안해서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 기어를 착용하고 바다 밑을 보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전날 비가 와서 바다속이 잘 안보일 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물 윗부분은 아직은 맑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헤엄치고 놀다 다시 배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섬 투어로 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고 파도가 미친 듯이 치기 시작한다. 배는 시소처럼 출렁거리고 배위에 있던 물건들이 이리 떠내려갔다 저리 떠내려갔다 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섬을 향해 전진한다.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리지 않는걸까. 

 

마지막 섬이 보이고 그 섬에서 200미터쯤 되는 거리에 배를 멈추고는 파도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은 못 들어간다고 하더니 수영해서 섬으로 가란다. 이건 무슨 소리지. 그 말에 몇몇 서양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배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한다. 미친게 틀림없다. 배도 못 들어가는 파도를 200미터 뚫고 저 섬까지 가라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뛰어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구명조끼를 단단히 끼어 입고 나도 뛰어들었다. 

 

파도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가 않는다. 입안으로 자꾸 바닷물이 들어가고 아 이러다 잘못하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귀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테마송이 아른거린다. 이렇게 떠 있으면 떠내려가 죽겠구나 하고 온 힘을 다해서 파도를 가르고 헤엄쳐서 섬에 도착했다. 

 

섬에 도착해서 반대쪽 해변은 화이트샌드 비치로 유명하다고 해서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일단 가봤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다. 비는 내리고 파도는 엄청나게 높게 치고 어마어마한 강풍 때문에 모래가 날라다니며 내 살을 때렸다. 반바지를 입은 내 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모래에 맞아서 이렇게 아픈건 처음이다. 그래서 큰 바위 뒤에 숨어서 오들오들 떨며 투어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제 배가 정박해 있겠지 했지만 다 오산이었다. 배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헤엄쳐서 다시 배로 돌아오라고 배에서 소리친다. 여기서 수영해서 가지 않으면 집으로 못가니 또 울며 겨자먹기로 미친듯이 팔을 저어 파도를 헤치고 나아갔다. 간신히 배에 도달하고 이제 다시 숙소로 달렸다. 배에는 천장이 없어 비를 쫄딱 맞으며 전속력으로 달린다. 바닷물인지 빗물인지 얼굴은 물 범벅이 되고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나는 너무 추워 온몸에 닭살이 돋은 채로 오들오들 떨며 육지에 도착했다.

 

돈 내고 고생은 고생대로 다하고 목숨걸고 수영하고 평생 잊지 못할 투어였다.

 

우주의 모든 신님들이시여 감사합니다. 살아서 돌아오게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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