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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01. 2019

아직 타투가 없는 이유

피피섬

어제 목숨을 건 투어 때문에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 푹 쉬었다. 이제는 타운에 가도 옷 가게 아저씨, 식당 아주머니, 동네 꼬마들도 다들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워낙 작은 섬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꽤 오래있었나 보다. 이 섬에 정이 많이 들었다. 이제 떠날때가 된 거겠지.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긴 골목을 따라 걸어가니 길모퉁에 무슬림으로 보이는 머리에 천을 두르고 있는 아주머니 두분이 치킨 옐로 라이스를 팔고 있었다. 냄새도 너무 좋고 양도 푸짐하게 보여서 오늘은 이걸 먹기로 했다. 정확한 가격이 안 쓰여져 있어 앞에 태국 아주머니가 돈 내는 것을 보고 따라내기로 했다. 

 

치킨 옐로 라이스에 삶은 달걀을 추가해서 45바트 내는 것을 봤다. 나도 똑같은 것을 주문하고 앞에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역시 45바트라고 한다. 웃으며 알겠다고 하고 달라고 했다. 그 옆에 아주머니는 일회용 플라스틱 박스에 밥을 담고는 우리에게 준다. 손바닥 두 개 다를 쫙 펴보이며 55바트를 달라고 한다. 그래서 옆에 아주머니를 가르키며 45바트 라는데? 하니 당황한다.

 

옆에 아주머니와 약간 다투더니 허탈한 표정으로 알았다고 그냥 45바트만 달라고 한다. 우리가 외국인이라 10바트 더 받으려고 했는데 둘이 싸인이 안 맞았나보다. 귀엽다.

 

피피섬에 있으니 몸에 타투 하나 없는 내가 바보 같을 정도로 모든 사람 몸에는 각자 개성 있는 타투가 하나씩은 박혀있었다. 나도 등에 타투 하나 새겨야지 하고 디자인을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타투샵을 찾아갔다. 열정의 상징인 불과 그 불위에는 자유의 상징 새 한 마리를 그려넣기로 했다. 타투이스트에게 종이와 펜을 빌려 대충 이런식으로 디자인 해주세요 하고 부탁하니 저녁에 다시 오면 완성된 디자인을 보여주겠단다. 날이 어두워지고 다시 찾아갔다. 나는 웃으며

 

타투 디자인 완성됐어요?”

 

타투이스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 까먹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내일 아침에 다시 와요”

 

나는 빨리 디자인을 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내일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타투 디자인 완성됐어요?”

 

타투이스트는 갑자기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말했다.

 

어제 밤에 감기가 걸려서요. 오늘 밤에 다시 찾아와요”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억지로 웃으며

 

알겠어요 오늘 밤까지는 꼭 만들어줘요”

 

그날 밤.

 

타투 디자인 완성 됐어요?”

 

타투이스트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 그 디자인 너무 어려워서 힘들어요 내일 다시 와요”

 

화가 났다.

 

장난해요? 됐어요 그냥 놔둬요 안한다 안해”

 

 그렇게 나는 아직은 내 등을 백지로 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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