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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03. 2019

말레이시아는 뭔가 다르다

쿠알라룸푸르

정보도 없이 온 낯선 나라에 새벽에 도착해 안전한 24시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밤을 새고 날이 밝자 슬슬 밖으로 나가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번화해 보이는 이 광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차이나타운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차이나타운은 가까이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 하는 사람들은 우리행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로 이 더운 나라에서 이틀 동안 못 씻어 얼굴은 기름기가 가득하고 밤을 꼬박 샜더니 눈은 충혈이 되어 있고 큰 배낭을 매고 시커멓게 때가 끼어 있는 옷을 입은 거지 두 명이 길을 물으니 안쓰러워서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찾아 간 곳은 레게바 게스트하우스.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1층은 레게바를 운영하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형태다. 그런데 다른 동남아시아와는 다르게 희안하게도 트윈룸은 없단다. 우린 밤새 이동하고 와서 편안하게 씻고 푹 자고 싶었다. 


“프라이빗 룸은 없고 두 명이 쓸 수 있는 이층 침대는 있어요. 화장실은 공동 사용이에요”


방에 들어가보니 좁은 방에 이층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이 방은 도대체 왜 만든거지. 차라리 침대 하나를 놔두고 개인방을 썼으면 더 좋았을텐데. 일단은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지 않고 푹 쉬고 싶어서 그 방을 쓰기로 했다. 가격은 태국 게스트하우스에 1.5배 정도였다. 방은 더 후진데 가격은 더 비싸다니. 그러려니 하고 체크인을 하고 씻고 바로 골아 떨어졌다.


한 네 다섯시간 자니 충분한 것 같다. 어디에 뭐가 있고 밥은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우리는 일단 메니저한테 물어봤다. 그리고 프론트데스트 앞에 있는 공동 컴퓨터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봤다.


일단은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바투 동굴이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숙소 밖으로 나가니 진짜 말레이시아에 온 실감이 난다. 지금까지 갔던 다른 동남아시아 보다 훨씬 잘사는 것 같다. 라오스에 있다 태국만 가도 우와 편의점이다. 도로가 잘 닦여 있다. 하면서 감탄했었는데 여기는 태국에 있다 왔는데 훨씬 더 도시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국경도시 핫야이에서 중국 색깔이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훨씬 화교가 더 많이 있는 느낌이다. 피부 색깔도 태국보다는 중국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다. 


일단 시장 같은 곳으로 가 자리 잡고 앉았다. 영어 메뉴와 사진이 있는데


‘American Fried Rice?”


미국식 볶음밥이라고?


일단 시켜봤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진짜 미국인이 먹을 만한 어마어마한 양에 소시지가 통째로 들어있고 돈까스도 올려져 있다. 그래서 앞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매끼마다 나는 웬만하면 아메리칸 프라이드 라이스를 먹게 된다.


아주 흡족한 식사를 마치고 미니벤을 타고 바투 동굴로 향했다. 원래 나는 동굴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 특유의 사방이 막힌 답답한 느낌이 싫다. 베트남에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굴에 갔을 때도 잠깐 보고 얼른 나왔다. 그래도 쿠알라룸푸르에 가 볼 곳이 얼마 없으니 일단 가기로 했다.



바투 동굴에 도착해서 조금만 걸어가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황금색 불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동굴은 거기서 또 어마어마한 높이의 계단 위에 위치해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 물을 마시며 쉬엄쉬엄 올라가다 만나는 원숭이랑 이야기도 하며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막상 가보니 별 건 없어 금방 다시 내려왔다.


다시 숙소로 가 조금 쉬다 이번엔 말레이시아의 상징인 트윈 타워로 가보기로 했다. 트윈 타워는 꼭 밤에 가서 야경으로 봐야 이쁘다는 말에 마침 해가 지려고 하니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엔 동남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노을을 보며 지하철을 타고 갔다. 트윈 타워에 있는 쇼핑 몰을 먼저 구경해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확실히 선진국인 것 같다. 쇼핑몰에 들어가니 뭔가 우리 행색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옷을 잘 입고 다닌다. 쇼윈도에 있는 옷들도 한국과 비슷한 디스플레이다. 태국에 있는 씨암 센터에 가서도 이런 느낌은 못 받았는데 뭔가 갑자기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다. 그리고 얼른 나와 트윈타워를 보며 인증샷을 찍었다. 타워 둘 중 하나는 한국이 다른 하나는 일본이 지었다고 한다. 



음.. 새로운 나라에 와서 신기하고 즐겁지만 역시 도시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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