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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Dec 02. 2019

메르데카 광장

쿠알라룸푸르

생각보다 도시인 이 곳에서 특별한 것을 느끼기는 좀 힘든 것 같았다. 분명히 여기도 동남아시아지만 다른 동남아보다 확실히 삶의 템포가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옷도 잘 차려 입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이 되었다. 


오늘은 말레이시아의 국교인 무슬림 문화를 느껴보기 위해 메르데카 광장을 가보기로 했다. 여느 날처럼 그레이스와 함께 숙소를 나서서 걸어갔다. 당연히 길치인 내 탓도 있지만 워낙 정보가 없어서 찾아가기 힘들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기로 했다. 


그레이스와의 여행이 벌써 한달 반정도. 생각해보니 식당에서든 여행사에서든 길을 물어볼 때는 항상 내가 영어로 했던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그레이스에게 좀 물어보라고 부탁했다. 그레이스도 영어 강사였기 때문에 영어를 잘한다. 그래도 나보고 길을 물어보란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나도 바보 같다. 그냥 내가 하던대로 길 물어보면 될걸 끝까지 그레이스에게 시켰다.


“그레이스가 물어봐. 영어 할 줄 알잖아. 왜 맨날 나만 해야해?”


갑자기 내가 이러니 그레이스도 지지 않는다.


“넬리가 더 영어 잘하자나. 그냥 길 물어보면 되지. 갑자기 왜 그래?”


그렇게 길 한가운데서 한참 티격태격 싸우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정말 별 것 아닌 걸로 그렇게 싸우다 이럴꺼면 따로 여행하자는 말도 나와서 짐도 싸서 나왔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숙소에 있는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정보를 찾다 메르데카 광장으로 가는 정보를 발견해서 다시 같이 나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숙소에 있는 컴퓨터는 중요하다) 그렇게 또 화해를 하고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냥 단순히 피곤했는지. 이상한 오기 때문에 싸움에 지고 싶지 않았는지. 나중에 물어보니 그레이스는 영어를 아주 잘하지만 영어를 하면 호주식 발음이라 미국식 발음을 가진 내가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서 웬만하면 내 앞에서 영어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호주식 발음을 아주 좋아한다. 그냥 신기해서 따라한 것뿐이었는데. 아무튼 미안하다. 


그렇게 들어간 첫날 우리가 밤을 세었던 맥도날드. 맥도날드 하면 빅맥이지 하고 빅맥세트를 두개 시켰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레이스가 먼저 한입 크게 베어먹고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웃는다. 


“왜? 맛이 어떤데?”


그레이스는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동남아 맛이야. 먹어보면 알꺼야”


동남아 맛은 무슨 맛일까. 그래서 나도 한입 베어먹고는 알았다. 진짜 동남아 맛이다.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동남아의 진한 향신료맛. 맥도날드 햄버거에서 동남아를 느낄 수 있다니. 그래서 나는 항상 말레이시아에 갈 때마다 꼭 맥도날드에 간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메르데카 광장으로 출발했다. 


가이드북이 없어서 우리가 간 곳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다. 분명히 이 황토색 건물들에 이름이 있었겠지. 그냥 조금 이국적인 느낌. 그리고 너무너무 더운 이 느낌. 그냥 그렇게 열심히 걷고 사진도 몇 개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은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했다. 숙소 메니저에게 물어보니 말라카라는 도시가 이쁘단다. 역시 수도 보다는 말라카가 좀 더 여유롭고 조용하겠지 하는 기대를 하며 또 여행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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