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 말라카로
일단은 말라카로 어떻게 가는지 정보부터 얻기로 하고 숙소에 비치된 가이드북을 봤다. 이 숙소에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한국 가이드북 100배 즐기기가 있었다. 여기서 말라카에 대한 정보를 대충 얻고 옆에 앉아 있는 영국 여자애한테 말을 걸어봤다.
"혹시 말라카라는 곳 알아?"
그 친구는 말라카 여행을 마치고 지금 쿠알라룸푸르로 왔단다. 그래서 말라카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물어보니
"버스터미널에서 타면 돼. 거기 버스 많아"
오케이 이제 버스타러 간다. 가기 전에 아쉬울지도 모르니 항상 가던 식당으로 가서 내가 사랑하는 아메리칸 프라이드 라이스를 포장해서 버스터미널 벤치에 앉아 맛있게 먹고 말라카로 향했다.
말라카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2시간 반쯤 걸린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니 이제야 진짜 동남아스러운 풍경이 나타난다. 항상 뿌옇게 흐렸던 하늘이 사라지고 진한 파란색 하늘이 날 반긴다. 끝없이 보이는 야자수 옆으로 낮은 집들이 들어서 있다. 역시 나는 대도시보다는 이런 작은 도시가 좋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말라카에 도착하니 푹푹 찐다. 일단 숙소를 찾아나섰다. 일초라도 빨리 무거운 배낭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얻은 정보대로 트레블러스 롯지라는 숙소를 찾아나섰다. 버스정류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택시 기사들이 계속 달라붙는다.
"어디가세요?"
트레블러스롯지라고 하니 대부분 안다. 그래서 흥정을 해서 제일 싸게 부르는 기사 아저씨를 따라 가서 트레블러스롯지에 내렸다. 숙소로 들어가보니 지저분한데 비싸기만 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우리가 아는 숙소는 이런 곳이 아닌데. 그래서 일단 나왔다. 어떡하지 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는 차이나타운이란다. 숙소를 이곳저곳 들어가봤지만 다 별로다. 그래서 지나가는 여행자한테 물어봤다.
"혹시 트레블러스롯지라고 알아?"
여기가 아니고 버스타고 말라카타운 스퀘어로 가라고 한다. 여기가 아니었단 말이지. 한 시간은 넘게 찌는듯한 더위에 배낭 매고 돌아다녔는데 여기가 아니란 말이지.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타운스퀘어로 가는 버스를 또 30분은 기다렸다. 더워 죽을 것 같다. 이제 다 귀찮다. 짜증도 난다. 드디어 버스가 오고 버스는 몇 정거장 안가서 우리를 내려준다.
"타운스퀘어 내리세요"
내려서 또 다시 트레블러스롯지를 찾아 헤맸다. 다시 또 30분은 찾아 헤맸다. 밖은 허름한데 게스트하우스라고 적혀 있길래 들어가보니 여기가 트레블러스롯지란다. 드디어 왔다. 얼른 체크인을 하고 찬물로 샤워를 하고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다. 숙소를 찾아 헤매면서 한인식당을 봤었다. 너무 힘들어서 비싸도 한국음식을 먹어야겠다. 동남아여행 한달 반 만에 첫 한국음식이다. 여행와서 웬만하면 안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순두부찌개를 시켜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인심 좋아보이는 아주머니는
"아이고 총각. 배가 많이 고팠나보네. 한그릇 더 줄까요? 밥은 얼마든지 먹어요 공짜에요"
그렇게 한국인의 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밥 세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말라카에는 한국인이 많이 안 오나보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인을 봐서 아주머니도 반가웠나보다. 일단은 좀 쉬어야겠다. 이렇게 힘들게 온만큼 말라카는 즐겁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