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말라카

by nelly park

여기는 일본인이 많이 오는 숙소인가보다. 우리 빼곤 다 일본인이다. 딱 한명 한국인 형님 빼고. 큰 키에 여행을 오래했는지 시커멓게 탄 얼굴이다. 처음에 내가 일본인들이랑 일본어로 대화하는 걸 보고 나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지만 한마디만 들으면 안다. 한국인 억양이다.

"한국사람이세요?"

당황한 얼굴을 잠깐 보이더니 이내 반가운 얼굴로 한국사람이냐고 즐거워한다. 아직까지 그 형 이름을 모른다. 그냥 김형이라고 부르란다. 이름을 물어봐도 연락처를 물어봐도 안 알려준다. 사진도 절대 안 찍는단다. 베일에 싸인 형이다. 그리고 말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진짜 아주아주아주 좋아한다. 물어보지 않은 자기의 이야기를 우리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한다. 이 형도 한국인을 만나 한국어를 쓰는게 오랜만인가보다.

김형이 말해준 수많은 이야기 중에 몇가지 인상 깊은 이야기.

김형은 카지노에서 겜블을 좋아한단다. 어느날은 거의 돈을 다 잃어 빌린 돈으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하자 하고 싱가포르에 있는 카지노로 가서 잭팟을 터뜨려서 1억을 땄단다. 그래서 카지노에 있는 가장 비싼 개인용 바가 있는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최고급 수트를 사서 갈아입고 다시 호텔 로비로 내려가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는 미인을 보고 말을 걸어서 혹시 시간 되면 스위트룸에서 한잔하지 않겠냐고 해서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분이 싱가포르에서 컴퓨터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여서 싱가포르 갈때마다 공짜로 호텔에서 먹고 잔다는 이야기.


하루는 홍콩 카지노에서 중국인이 어깨를 부딪히고 가서 할 수 있는 욕은 다하고 죽여버린다고 협박까지 했더니 그 중국인은 두고 보자고 말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어마어마한 수의 중국인들이 손에는 야구배트, 망치, 도끼 같은 무기를 가지고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겁을 먹고 도망가는데 끝까지 쫓아와서 경찰서로 도망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중 우두머리가 경찰서로 들어오더니 경찰관에게 뭐라고 말을 하면서 돈을 쥐어주는 것을 보았단다. 그리고 몇 분 후 그 경찰관이 다가오더니 김형보고 경찰서에서 나가라고 했단다. 그래서 김형은 경찰관에게 여기서 나가면 나는 진짜 죽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란다. 무조건 나가란다. 그래서 김형은 이제 진짜 죽었구나 하고 당당하게 걸어나가 거리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땅에 절을 하며 미안하다고 크게 외쳤단다. 그랬더니 중국인 우두머리가 오더니 사과했으면 됐다며 다시는 중국인에게 시비걸지 말라고 말하며 사라졌다고 하는 이야기.


어느날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로 가서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다 잃었단다. 편도 비행기로 온 거라 돌아갈 돈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한국인 장형을 만났다고 한다. 장형도 카지노에서 겜블을 하다 돈을 몽땅 잃어 지금은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일단은 말끔하게 차려 입고 카지노로 비싼차를 타고 오는 한국인들한테 가서 인사를 하고 카지노 정보를 알려주고 에스코트를 하며 팁을 받으라고 했단다. 그리고 카지노로 들어가 바카라 테이블로 가서 옆에 서있다 돈 많아 보이는 사람이 돈을 걸려고 하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반대쪽에 배팅하라고 넌지시 알려주라고 한다. 바카라는 돈 딸 확률이 2분의 1이기 때문에 이쪽 아니면 저쪽이란다. 그래서 게임을 지켜보다 김형이 배팅한 곳이 질 것 같으면 슬쩍 사라지고 이길 것 같으면 계속 서있으면서 이긴 사람한테 어느 정도 돈을 받으란다. 어차피 부자들은 이겨서 기분 좋으면 팁을 잘 준단다. 이렇게 한달이면 월급으로 따지면 한국 돈으로 5백만원은 된단다. 그래도 그 돈은 다시 겜블로 다 날리며 6개월 동안 살았단다. 마카오에는 잭팟 한방의 맛을 못 잊어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단다. 그렇게 김형은 정신 차리고 번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다시 한국으로 갔다는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형은 아마 경찰이든 조폭이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듯하다. 이름도 안 알려주고 연락처도 가르쳐 주지 않고 사진도 찍지 말라고 하는 걸 보니. 100프로 믿을 순 없지만 재밌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는 듯하다. 특히 여행하다 보면 한국에만 있었다면 죽어도 못 만났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듯하다. 이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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