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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26. 2019

캥거루를 만나다

론파인

호주에 와서 꼭 보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세계 10대 명관이라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캥거루.


오늘은 캥거루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호주에는 이 두 가지 말고도 유명한 것이 꽤 많다. 지구의 배꼽이라는 울룰루, 맨날 잠만 잔다는 귀여운 코알라 그리고 남쪽으로 가면 펭귄 섬이 있고 북쪽으로 가면 악어들이 산다고 한다. 서쪽으로 가면 핑크 호수가 있고 시드니로 가면 호주의 상징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모르겠다. 나는 막연히 숨막히게 바다 위에 돌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는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보고 싶었고 새끼를 배위의 주머니에 넣고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가끔씩 권투도 한다는 캥거루를 만나고 싶었다.


나름 일도 시작했겠다. 이제 나도 슬슬 여행 비슷한 걸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아직 현아 돈은 다 못 갚았다.


브리즈번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로비나 역으로 갔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호주에 오래 산 현아를 따라 그냥 가자는 데로 갈 뿐이다. 현아는 나에게 친구요. 은행이요. 여행메이트요. 여행가이드요. 사진사요. 요리사다. 이런 은인이 또 없다.


로비나 몰에서 일단 기린 모양이 그려진 자라파커피에서 커피한잔 했다. 자라파커피는 항상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 커피 사 마실 여유가 안돼서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맛있다.




로비나 기차역에서 노랑색 기차를 타고 브리즈번역으로 갔다. 한 50분쯤 간 것 같다. 거기서 열심히 다시 배 선착장으로 갔다. 현아가 오늘 갈 론파인 생츄아리 (Lone pine sanctuary)로 가는 배를 이미 예약을 해놨다고 한다. 계산했던 것보다 시간이 촉박해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보고 폰으로 지도를 찾아보며 뛰어다녔다. 



다행히 배 선착장을 찾았다. 헐레벌떡 티켓을 보여주고 배에 올라탔다. 배는 브리즈번 강을 따라 천천히 론파인으로 향했다. 우리는 햇살이 좋아 밖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폰으로 동영상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 2시간쯤 갔나보다. 드디어 선착장에 내리란다.


내리려고 하니 우리를 맞아주는 건 어마어마하게 큰 도마뱀이다. 호주니깐 가능한 일이겠지. 우리가 내리려고 해도 한참을 서 있더니 유유히 사라진다. 덕분에 사진 하나 건졌다.




선착장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론파인 코알라 보호구역이 보인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양 옆에 형형색색의 새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나무에 털이 난 열매처럼 매달린 코알라들도 인상적이다. 조련사들이 코알라를 안고 돌아다닌다. 코알라를 안아보고 싶었지만 코알라를 안고 사진 찍으려면 돈이 내야 한단다. 그래서 쿨하게 포기했다.


호주 남쪽의 타즈매니아 섬에서만 산다는 타즈매니아 데빌도 보고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동물 웜뱃도 보인다. 호주의 또 다른 상징이라는 타조를 닮은 에뮤새도 자유롭게 우리옆을 돌아다닌다. 



이곳저곳을 구경을 하며 계속 걸어가니 저만치 멀리 캥거루들이 보인다. 드디어 만난다. 캥거루.


캥거루들은 아주 넓은 광장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었다. 대부분이 귀찮은듯 누워 있었지만 가끔씩은 배가 고픈지 뛰어다니는 캥거루들도 있었다. 먹이를 사서 캥거루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보았다. 호주에 오기 전 캥거루들이 권투하며 싸우는 동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 조금 무서웠지만 이왕 여기 온거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조금 멀찍이서 먹이를 손바닥에 올리고 조금 기다리니 털 색깔이 어둡고 작은 캥거루가 다가와서 먹이를 먹는다.



“저건 캥거루가 아니라 왈라비에요”


현아가 말했다. 그렇구나 얘네는 캥거루가 아니구나. 그래서 또 조금 옆으로 가서 먹이를 손바닥에 올리고 가만히 있으니 이제 캥거루가 슬금슬금 뛰어온다. 내 손바닥에 있는 먹이를 먹는다. 드디어 만났구나 캥거루. 이게 뭐라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호주에 온지 두 달 만에 호주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두 가지 중 하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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