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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Dec 11. 2019

브리즈번

브리즈번

그렇게 한참을 캥거루와 시간을 보냈다. 캥거루는 생각보다 순한 동물이었다. 나는 사람을 보면 시속 60 킬로로 달려와 발차기하고 꼬리로 휘어 갈겨버릴 줄 알았다. 여기 있는 캥거루들은 동물 보호 구역에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공격적이지 않았다. 아직 야생 캥거루를 안 만나봐서 아직까지는 캥거루는 나에게 순한 동물이다.


캥거루 보호 구역을 지나 길 따라 걸어 가다보니 큰 강아지 같이 생긴 동물의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딩고라는 개과의 동물이란다. 포악한 딩고는 사람을 물어 죽이기도 한단다. 호주는 참 신기한 동물이 많다. 여기서는 그 많은 호주 동물들의 일부분만 본 것이겠지.


앞을 보니 사람들이 꽤 모여있다. 나무로 된 펜스 안에 양들이 모여 있고 어떤 아저씨가 마이크로 방송을 한다. 


“이 양들은 이제 털을 깎아야 해요. 왜냐하면 겨울이 오고 있으니까요. 겨울이 왔는데 털이 있으면 따뜻하긴 하겠지만 이 친구들이 따뜻하니까 방심을 해서 얼어 죽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여기서 깎은 털로 옷을 만들기도 하고 이불을 만들기도 하죠”


그러고는 양 무리 중 한 마리를 데리고 가서 사정없이 털을 밀어버린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정말 인정사정 없이 털을 싸악 밀어 버린다. 발버둥치는 양이 너무 안쓰럽지만 겨울에 얼어 죽는 것보다 이게 나으니 어쩔 수 없다. 동물 보호에 항상 앞장 서는 호주에서 이런 걸 하는 걸 보면 다 동물들을 위해서겠지 한다. 



여기와서 웬만한 동물은 다 본 것 같다. 다시 아까 배를 탔던 곳으로 가서 배를 탔다. 여기로 오는 길에 배 옆으로 보이는 풍경에 놀랄 만큼 놀랐으니 이제는 다음 일정을 위해 앉아서 조금 쉬다 졸다 하기로 한다.


다시 도착한 곳은 브리즈번의 사우스뱅크. 브리즈번에서 제일 번화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란다. 내가 살고 있는 골드코스트가 시골 같이 느껴진다. 큰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고 도로도 넓고 차도 많다. 촌놈인 나는 예전에 브리즈번에 몇번이고 와봤다고 하는 현아의 안내를 따라 이곳저곳 마냥 따라다녔다.


큰 성처럼 생긴 카지노 앞에서 사진도 찍고 마술 하는 아저씨 구경도 해봤다. 원래 큰 도시는 질색인 나지만 오랜만에 온 도시는 신선하다. 이제 꽤 출출하다. 




“오빠 여기 오면 꼭 가야하는 유명한 팬케익 집이 있어요. 거기 한번 가볼래요?”


외관부터 뭔가 비싸 보이고 식당 안은 더 비싸 보이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먹어야지. 이제 일도 시작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먹어줘야지 하고 먹는다. 케익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즐기지 않지만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맛있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둑어둑 해졌다. 어두우면 또 가야하는 곳이 있단다.


‘브리즈번 아이’



런던에 런던 아이가 있다면 여기엔 브리즈번 아이가 있단다. 특히 밤에 보는 야경이 기가 막힌단다. 브리즈번 아이로 가는 인공 해변을 주욱 따라 걸어가 보니 시꺼먼 밤에 새하얗게 빛나는 대관람차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타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이제 브리즈번 아이는 없어졌다고 한다. 오늘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이제 둘 다 피곤하다.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이제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하며 다시 골드코스트로 가는 기차 시간을 기다린다. 


호주에 와서 가장 보고 싶었던 캥거루도 보고 길지는 않았지만 일하면서 지친 나에게 큰 힐링이 된 이번 여행. 아니 여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이라고 해야하나. 또 한번 현아에게 고맙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이 걸어다녀서 피곤한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 가야한다. 큰일이다. 내일 밤엔 진짜 뻗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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