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트레블러스롯지에 있으면서 또 친해진 일본친구 하기. 하기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거기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싱가포르로 들어와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고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동남아여행을 하고 일본으로 귀국 할 거란다. 우리와 정반대의 루트로 여행계획인 하기에게 우리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라오스를 추천했다.
그래서 라오스 여행 계획이 없었던 하기는 라오스 여행을 결심하고 우리에게 남은 라오스 돈을 말레이시아 링깃으로 환전해주었다. 다행이었다. 또 언제 갈지 모르는 라오스 돈이 꽤 많이 남았어서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라오스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라서 그런지 은행에 가서도 잘 환전을 안 해준다.
오늘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넓은 거실에 누워 딩굴딩굴 거렸다. 타카상에게 영어도 가르쳐주고 하기에게 여행 정보도 적어주고. 그러다 졸리면 잠깐 자기도 하고.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보니 어느덧 1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제 떠날때가 되었다. 태국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야하기 떄문에 슬슬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야한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아마 훨씬 오래있었을 듯 하다.
짐을 싸고 나와서 아쉬운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인사를 했다. 타카상. 하기. 그리고 미스터리한 김형까지. 덕분에 너무 즐겁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타카상에게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 타는 곳을 듣고 바다가 보이는 큰 도로로 나갔다. 버스표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여유 있게 나가긴 했지만 이 도로에는 버스가 잘 안 다니는 듯하다. 그래도 하염없이 큰 배낭을 매고 도로에 서 있으니 왠 승용차가 우리 앞에 선다.
“어디가세요?”
버스 터미널로 간다고 하니 자기도 지금 그쪽으로 간다고 타란다. 동남아 여행하면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지만 일단 탔다. 깔끔한 차림의 남자는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변호사라고 한다. 가끔씩 이 도로를 운전하다 여행자가 보이면 태워준다고 말하며 자기도 여행을 너무 좋아한단다.
“버스시간이 몇 시에요?”
3시간후라고 말하니
“혹시 이쪽 항구쪽으로 와 본적 있어요? 안 와봤으면 드라이브 시켜드릴게요. 어차피 얼마 안 걸려요”
뭔가 의심되긴 했지만 아름다운 말라카 해협을 보며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덕분에 구경도 너무 잘하고 편하게 와서 이 분에게 물어봤다.
“얼마에요?”
이 분은 당황하며
“돈은 필요없어요. 이거 택시 아니에요. 어차피 일 가는 길에 태워 드린거에요. 저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좋은 여행되세요”
그러고는 함박미소로 손을 흔들며 다시 차를 타고 사라졌다. 의심한 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버스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반정도가 남아서 터미널 근처에 있는 코스트코에 앉아 간단히 밥도 먹고 구경도 하려고 했는데 가방이 너무 무겁다.
매표소 직원이 우리를 보고는 말한다.
“아직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짐은 여기에 맡기고 둘러보다 오세요”
역시 의심의 끊을 놓치는 못하겠지만 말레이시아니깐. 말라카니깐. 하며 배낭을 맡기고 코스트코로 가서 맛있는 동남아맛 빅맥버거를 먹고 구경도 하고 다시 매표소로 오니 역시 배낭이 그대로 있다. 다른 동남아라면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을 도둑 맞았던지 아니면 아예 배낭 같은거 맡긴적 없지 않냐고 발뺌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짐칸에 배낭을 맡기고 이동했는데 배낭에 있던 그레이스 신발이 없어지고 가방안에는 뒤진 흔적이 있었다.
그렇게 말라카에서는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