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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Dec 14. 2019

엄청난 뷰의 집으로 이사가다

골드코스트

어느날 소라형과 둘이서 일하는 날이었다. 오전에는 각자 맡은 일을 한다. 한명이 감자를 깎아서 매쉬포테이토를 만들면 다른 한명은 생선 손질을 한다. 한명이 콩을 다듬으면 다른 한명은 버섯을 다듬는다. 그렇게 몇시간 지나면 어느순간 점심시간이다. 삭스는 골드코스트에서도 꽤 고급 레스토랑이라 요리가 고급진 편이다. 점심시간마다 셰프들이 뭔가 만들어준다. 덕분에 맛있는 피자도 먹고 햄버거도 공짜로 먹는다. 가끔씩 리조토도 만들어준다. 


“넬리야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오랜만에 고기가 먹고 싶었던 나는


“여기 스테이크는 메뉴에 없어요?”


그러자 형은 웃으며 말한다.


“아 나는 여기와서 스테이크 너무 많이 먹어서 질린다. 잠깐 기다려봐 내가 셰프한테 말해줄께”



그리고 10분 후 먹음직스럽게 생긴 스테이크가 나온다. 물론 격식있게 테이블에 앉아서 나이프로 천천히 조금씩 썰어가며 먹는 호사는 없었다. 그냥 주방에 서서 틈틈히 먹었지만 꽤 맛있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해 소라형과 나란히 서서 접시를 닦았다. 단순 노동이라 심심하기도 해서 둘이서 얘기할 기회가 많다.


“넬리야 너네 집 방세 얼마냐?”


소라형이 먼저 물어본다.


“저희집 주에 130불에 한 방에 두 명 써요. 보증금은 260불 냈구요. 그런데 애기가 있어서 밤에 가끔씩 시끄럽기도 하고 옷 갈아입고 있는데 애기가 막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자 소라형은 시크한 표정으로


“야 그럼 우리집에 들어와. 거실써. 어차피 너 여기서 일하고 잠만 잘꺼자나. 내가 주에 50불에 해줄께. 밥은 숟가락 하나 더 얹으면 되니까 가끔씩 쌀이나 술 같은 거 많이 먹는 날 좀 보태줘. 나랑 출근 시간 같을 때는 내가 차로 태워주고 마치고 같이 퇴근하면 교통비도 아끼고 좋자나”


형이 내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이 또 있을까. 한달에 거의 50만원 내던걸 반값에 살면서 식비까지 공짜라고? 당연히 오케이 하고 일주일 후에 형네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음날. 


오늘은 라인이형과 둘이서 일하는 날이다. 여느날처럼 둘이 나란히 서서 접시를 닦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형! 저 일주일 후에 소라형네서 같이 살기로 했어요”


라인이형은 깜짝 놀라며


“야 다시 생각해봐. 소라 성격 알지? 전에도 너처럼 여기 일하던 애 있었는데 소라네에 들어가서 살다가 한달쯤 됐나? 둘이 트러블이 있었는지 소라가 열받아서 꺼지라고 집에서 당장 짐싸서 나가라고 하고 걔는 여기 일도 그만 뒀어”


음.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이런 파격적인 가격이 없다. 나는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이사가기 이틀전 소라형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한다.


“넬리야 미안한데 내가 예솔이랑 얘기해봤는데 주에 50불은 너무 한 것 같고 80불로 하자”


내가 생각해도 50불은 너무 싼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엄청난 뷰를 자랑하는 소라형네 거실로 이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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