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베이
님빈으로 올 때 타고온 아기자기한 버스를 다시 타고 바이런베이로 돌아갔다. 님빈에 하루 정도 머물렀으면 재밌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일은 또 일을 해야했다.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다시 골드코스트로 돌아가는 버스는 밤 10시에 있어서 시간은 많이 있었다. 여기 온 김에 이곳저곳 둘러보기로 했다. 골드코스트도 큰 도시는 아니지만 여기는 정말 너무 조용하다. 사람이 거의 안 사는 도시같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재미있는 디자인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서핑샵이 많이 보인다. 여기도 서핑이 유명한가보다.
그렇게 걷다 걷다 도착한 해변에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서퍼들도 많이 보인다. 다들 여기에 있었구나. 파도는 골드코스트보다 훨씬 좋아보인다. 파도가 꽤 높다. 그리고 더 자주 밀려온다. 호주에는 정말 서핑할 곳이 많은 것 같다.
“오빠 바이런베이에 왔으면 등대는 한번 가봐야죠! 여기 상징이에요”
바이런베이는 한국으로 치면 정동진 같은 곳이다. 호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도시다. 그 동쪽 끝에 등대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현아는 여기서 걸어서 등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유명한 곳을 가려면 이 정도는 고생해줘야 하나보다. 오르막 길을 오르니 숨은 차지만 밑으로 보이는 바다가 환상적이다. 호주에서 가장 동쪽에 있어 해가 가장 늦게 지나보다. 벌써 밤 8시가 넘었는데 이제 슬슬 일몰이 시작된다.
그렇게 어둑어둑해져서 도착한 하얀 등대. 등대가 멋지다기 보다는 여기까지 오는 일정이 더 멋진 것 같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인증샷을 찍고 가장 높은 곳에 왔으니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감상하고 나니 이제 진짜 깜깜해지기 시작한다. 주위에 사람들은 이제 없다. 이미 다 내려갔나 보다. 그것보다 이 깜깜한 곳에서 다시 걸어 내려가는 게 걱정이다.
일단 걷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이라 훨씬 수월하긴 하지만 올라올 땐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올라왔지만 내려갈 땐 주위는 어두운데다 우리를 안내해줄 사람이 없어 조금씩 무섭기까지 했다. 안되겠다. 이렇게 가다가는 길도 잃고 체력도 잃겠다. 가만히 서서 혹시나 있을 내려가는 차를 잡아서 히치하이킹을 하자.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다가온다. 승용차다. 미친 듯이 팔을 흔들었다. 제발 멈춰주길.
차가 우리 앞에서 멈추고 차 윈도우가 천천히 내려가더니 인상 좋은 호주 아주머니가 묻는다.
“어디로 가요?”
우리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저희 바이런베이 타운으로 가는데 길을 잃었어요. 혹시 여기 입구까지라도 태워주실 수 있어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나도 타운에 볼일 있어서 지금가요. 얼른 타요”
다행이다. 히치하이킹 성공! 차를 타고 내려가니 타운은 정말 가까운 곳이었다. 10분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며 열심히 ‘땡큐 땡큐’를 외치고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갔다. 밤의 바이런베이는 더 스산한 느낌이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 밥을 먹고 아직 버스 시간까지는 1시간이 남아 근처의 펍에 들어가서 맥주한잔하며 시간을 때우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기다렸다.
정말정말 사람이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다. 무섭다. 오늘 여행을 기록하려고 글을 써봤지만 집중이 안된다. 주위에 누가 오나 자꾸 둘러보게 된다. 버스시간이 5분 정도 남으니 그제서야 사람이 몇 명이 더 오고 버스에 올라타 무사히 골드코스트 도착!
님빈과 바이런베이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이랑 와야겠다. 밤에는 돌아다니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