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란?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by 사각공간

규모 따라 책을 보는 관점이 갈리는 것도 아니고. 대형서점이라고 꼭 책을 상품으로만 취급, 수익만을 좇는다 할 수도 없는 것. 알XX과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만 보아도 문예 내지 인문∙사회 분야에서 나름 특화, 마케팅 접근이긴 하여도 독자 취향에 부합하니 호응 얻는 형편 아닌지. 그로써 이루는 선순환 목격하는 바이니.


다만 일단 규모의 경제를 이룬 조직이 되면 개인의 견해에 힘을 싣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 키운 몸집이 부담될 밖에. 그러니 리스크 회피 우선, 자연 보수 스텐스 취하게 되고. 다만 그로써 놓치는 바도 있다. 모험이라 여기는 바를 감행해야 비로소 진취進取하니. 당면한 일을 부지런히 처리하는 손, 동시에 그 전후를 가늠하는 안목이야말로 리더의 주요 덕목일 텐데. 보신에 가까운 보수 성향을 스스로 갱신하는, 그런 혜안을 떠올리면 갸웃하며 글쎄올시다 하게 된다. 그렇다고 리더의 대체야말로 희망이라는 식은 아니고. 오히려 두루 편만한 리더의 탄생을 기대한다 할까. 거듭남 통해 도처에서 출현할 리더(그야말로 자기를 주도하는 주체로서의)를 기대한다 해야 할지. 민주民主의 본의라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통상 혜안이라 하면, 의례 밖을 향하는 시선을 떠올리지 않나. 이를 당연시 하는 데 익숙하니 소위 경향으로 자리한 것. 그러나 그런 사회일수록 갑갑x답답 대환장 콜라보 갑x답한 지경은 예비 된 필연 아닐지. 여기서 책이 중한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지면에 앉혀진 사람의 말글은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둬들여 제 속으로 돌린다. 촉발된 의구심은 닻처럼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내면으로 내리뻗은 가름끈 붙잡고 침잠.


어쩌면 니체의 초인(超人, Übermensch) 같은 개념조차 단상에 오른 1인으로 오해하는 습벽이야말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원흉일지 모르겠다. 어제에 사로잡히는 바 없이, 저를 붙드는 관성과의 결별에 서슴없는 이라면 그저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이라면 모두 리더요, 초인 아닐까. 김진석 선생의 ‘소내疎內’(소외疏外를 뒤집은) 그리고 ‘포월匍越’(초월超越을 뒤집은) 개념을 불경을 경유, 아전인수하자면 욕망의 거처로 기능하는 내면을 이해함으로써 ‘소내’ 상태를 자발적/적극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곧 ‘무소유無所有’. 다만 ‘무-소유’라기보다 ‘무소-유’로 빈 거처[無所]인 채로 다만 있을[有] 뿐인 상태를 지속하는 존재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지 싶다. 하면 단상을 탐貪하며 서로가 빚는 경쟁 그리고 그에서 비롯하는 진瞋, 치癡 이 번뇌의 트라이앵글 회로를 맴도는 바에서 충분히 거리 두니 ‘초인’이지 않나. 그러니까 ‘돈오頓悟’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 죽는 날까지 ‘무소-유’를 실천하는 ‘점수漸修’의 만행卍行. 겨우 길바닥에 배를 깔고 기어 넘을 밖에 도리 없기에 ‘포월’인 게 아닐지.


저를 살피는 혜안, ‘내면화한 욕망’을 뒤집어 욕망의 거처로 기능하는 내면 자체를 여의는 ‘소내’의 과정, 무소-유일뿐이어서 개별자로는 ‘본래무本來無’ 임을 자각함과 동시에 연대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물一物’. 이를 신神이든 도道이든 진리이든 무어라 이르든 간에. 이 생명에 이르는 길이야말로 자기 속으로의 침잠 끝에 발견하게 되는 문, 그를 두드림과 동시에 밖으로 열리는 데서 목도하게 되지 않나 싶다.

당초 이러한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솟나는 게 아니지 않나. 구양수가 이른 삼다三多 곧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常量이야말로 지름길[첩경捷徑]. 그러니까 서가 도처에 자리한 책이야말로 ‘오래된 미래’이겠다.


‘소이부답笑而不答 심자한心自閑’이라던 이백의 심경에 빗대어 풀어보면, 당초 술이부작述而不作이어서 아문여시我聞如是로 가리키는 바를 비로소 감각, 말글로 어림하였으나 지은 말글이 본체는 아니니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임을 알아 절로 파안대소破顔大笑 ‘심자한’에 이르지 싶다. ‘심자한’ 누리는 순간을 연속으로 경험하는 생명활동이야말로 인간 종種의 지복至福 아닐지.


긴 여정, 이를 함께하며 조력하는 든든한 지원군을 모시는 데 드는 비용 소위 가성비로 따지면 책이야말로 으뜸 아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서점인가? 어쩌다 책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