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장전 '극기克己',
'내[我]셔널리즘' 극복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by 사각공간

신이든 진리이든, 가늠을 목적으로 다가서니 형언形言. 그러나 동시에 우상偶像으로 타자화 또한 불가피. 해서 동념즉괴動念卽乖라고도 했겠지만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 없는'¹ 생물. 따라서 가늠 위한 형언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위해 말글 다듬는 사유의 망치질 또한 연속할 밖에 다른 도리 없겠다. 다만 망치질은 two-step(아니 two-track이랄까 하긴 어차피 일여一如) 진행이니, 옹기처럼 담는 기능에만 충실하던 저를 부수는 1단계(그래야 고이지 않고 흐르니. 석가모니의 법기法器로 기능하던 제자 '아난다'는 이렇게 소환, 겹치어 볼 수 있겠다. 부수려는 자력自力과 깨트리려는 여러 제자의 울력이 부딪는 장면이라니.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이렇게 conversion 하면 화쟁和諍은 더욱 명료해지지 싶고). '비상도非常道'²의 환영임에도 실상으로 자리하는 우상을 부수는 2단계.




이런 연유로 박살 낸 신의 형상. 우상의 잔해를 헤치고 비로소 솟난 존재가 다름 아닌 인간이고 이 시기를 특정하여 이르니 르네상스이겠다. 이후 끼리끼리 헤쳐 모이는 이합집산 연속 중 헤게모니 틀어쥐고 우뚝 서니 거대담론. 새로운 우상의 기치 아래 펼쳐진 각 진영陳營. 그러나 이념의 껍데기 아래 쟁투의 속살이래봐야 혈연/지연 등을 바탕으로 한 반목. 영역 다툼 시즌 본격 도래 예고. 인본人本에 기댄 자유自由를 해석하는 방식 따라 들어서니 리버럴리즘이고 내셔널리즘이고 전체주의 파시즘에 소셜리즘/코뮤니즘 등 바야흐로 -ism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서로 간 차이를 좁히려는(?) 과정으로 작동하니 변증-기계. 격화되는 갈葛:등藤 대립구도, 양차 대전 토너먼트 후 냉전기 거쳐 마침내 자본으로 천하통일.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하건만.. 실은 이 모두, 인류를 이루는 개개의 인간이 사유의 망치질 1단계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 탓 아닐지.




이같은 글로벌 고래 싸움에 제대로 등 터진 대한민국. 동족상잔 피범벅 현장에서 초근목피로 질긴 목숨, 대를 잇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³ 는 호명에 불이 번쩍! 레디-메이드 산업전사로 거듭나 마침내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그러나 허리띠 풀고 샴페인 터뜨리자마자(대개는 터뜨렸다 보기도 어렵지 싶고. 실제로 터뜨린 층은 소수로 이후로도 승승장구) IMF 新보릿고개 만나 다시금 도토리 간 정규/비정규 키재기에 유혈 낭자.


이렇게 양극화로 재편된 후 풍경이라면..


'YOLO'라지만 흥청망청 '플렉스'하는 한편에서 '탕진잼'으로 '소확행' 연속하다 'n포'에 이르기까지. '파이어족' 되겠다고 급여를 예산으로, 절약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나은 팔자. 'n잡러'라고 다 같은가 어디. 나홀로 투잡/쓰리잡 뛰어야, 맞벌이 비롯한 가족 구성원이 전선으로 나서야, 가까스로 유지되는 생계라면. 또 말이 '영끌'이지 그 영혼에도 따라붙는 가격표. 어차피 현생이 담보인데 대대로 무산자無産者여서 백그라운드 부재인 형편에 신용 담보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 '절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등 떠미니 이승에서 로그아웃 잇따르고..


정말이지 부박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조물주 신의 형상을 무너뜨린 자리에 들어선 인간은 그러나 제 피조물인 거대담론을 세우고 이념의 진영에 복무하다 다시금 개성個性 봉기, 대문자 역사를 주도하던 거대담론의 퇴역을 주도. 그런데 그 공석에 불러들여 앉힌 게 고작 물신物神이라니. 이러니 이 고해苦海 건너는 일엽편주一葉片舟일 뿐인 개인으로서는 각주구검刻舟求劍 식 '내[我]-셔널리즘'으로 축소지향, 자아-쇄국으로 각자도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르겠다.


드디어 영역 다툼 시즌 개막!! 자아와 자아 간 그러니까 '너'와 '내'가 벌이는 지긋지긋한 인정투쟁. 게다가 그 면모라고 해야 고작 우물 안 PC(Political Correctness). 정작 그러거나 말거나, 또 우상이 계속 바뀌거나 말거나 그 우편 어깨에 올라타 유유자적 누리는 팔자는 한 줌 소수여도 여전. 이런 따위를 수식하니 '오롯한'이라면 그래서 주목이라면. 하 ~ 이건 정말 아니좌놔 ~~;;




자아를 국경 삼아 들어앉은 소황제의 실상이야말로 '아Q'일 따름이어서 약자(서로 간 '루저' 호명 또한 상대를 저보다 약한 자로 발밑에 두려함이고)를 상대로 '정신승리'를 거듭하려는 건 아닐까. 연대/환대는 그래서 제 육신 취하여 입고 실체로 모습 드러내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그저 '아름다운 가상'으로 떠다닐 뿐인 게 아닌지.


하면 이즈음 새로이 set-up 할 아젠다야말로 '극기克己' 아닌지. 이 극기의 21세기 뉴노멀 버전이라면 바로 '내[我]셔널리즘'의 극복이지 싶고. 자, 이로써 Re:Loded. 그리고 사유의 망치질 기어를 1단에 두고 다시 두드려 깨고, 부수고, 다듬기 연속. 뭐 이러면 될 것도 같은데..



¹이태원 <솔개> 가사 중

²노자, <도덕경> 1장 중

³<국민교육헌장>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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