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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May 24. 2021

"쉴 수 있는 곳 (…) 세상에 있기는 한 것인지"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daily=64


64일차, 블라인드 아닌 오픈 페이지.

지난 주 다녀간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책, 도서 『긴긴밤』이다.

도서 『긴긴밤』
도서 『긴긴밤』


한동안 이곳저곳 (…) 떠돌아다녔다. 혼자인 것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 살아남은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른 동물들과 눈이 마주쳤다. (…) 그들은 구해 달라고 울부짖지 않았고, 노든도 그들을 구해 줄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철조망 안의 동물들과 노든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오갔다. 그게 뭔지는 노든도 잘 몰랐다. 그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노든은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쉴 수 있는 곳 (…) 그런 곳이 세상에 있기는 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 그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정처 없는 행군도 견딜 만했다.
걷고 또 걸었다. 노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기적은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 많은 것들이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변해갔다.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_본문 일부 발췌⠀

☞ 지난 날 겹치니 제법 이입.

 '광야'를 개입시켜 '연단'을 입에 올리긴 쉽다. 그러나 견딜 밖에 다른 도리 없으니 견디면서도, '다만 견딜 뿐'이라는 심경에 이르기까지. 고투苦鬪를 구성하는 매일 매순간은 그대로 악전惡戰 아닌 게 없다. 기어서라도 넘어서선 견딜 뿐임을 담담함으로 의식하기까지. 이를 의식하는 데 이르러야 이에 닿아야 겨우 인仁을 부리면서도 부리는 줄 모르는 지경 곧 타자에 향한다는 의식조차 여읜 상태로 인仁을 실천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1인용 사막' 건너 자기 바다에 이르기까지. 결국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방황을 잇자. 잠시 머물 뿐인 이곳, '정처定處'는 없다..' 얘기 나누며 걷'자. ('특별하'다는 자의식과도 거리 두며) '긴긴밤' 함께 건너자.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이 문장은 책 앞부분 등장한다. 발췌하며 뒤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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