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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Jun 16. 2021

아는 이야기에 터지는 눈물샘 ─ 광대, 소리꾼 감독판

사각공간- 시간, 공간, 인간, 행간

영화 감상 후,기記*



 품은 건 한恨이어도 낳으니 예藝. 제 삶 위에 희락喜樂과 애로愛怒가 놓이니 그대로 오선五線. 경천애인敬天愛人을 주된 장단 삼은 이, 악보樂譜와 무보舞譜가 따로이지 않네. 슬픔에 함몰되는 바 없이 흥興을 수놓아 기어이 꽃 피우니 다름 아닌, 이야기. 보이진 않아도 다르지 않은 마음, 소리는 그 현弦을 퉁기네. 울 수밖에 다른 도리 없는 심금心琴.


 이야기, 특히 우리나라 전통 소리극 곧 판소리(GV 초빙된 이덕일 선생 : '코리안 트레디셔널 뮤지컬')의 탄생 과정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영화로 매우 특별한 작품. 영화평론가 전찬일 선생 : 지지와 성원 이상 더 많은 이에게 다다르길 바라는 심경, 십분 이해.


 염병 앓는 세상, 도처에 신음. 그 비명[世音]을 관觀하는 보살의 육신은 염불의 울림통으로 화化하게 마련. 때문에 염불은 세상 가운데로 파고드는 것. 이처럼 소리는, 한을 흥과 어울려 민民으로 하여금 서로 간 하나 되는 경험 선사.


 소리꾼의 혀끝을 주목하나 객客으로만 머물지 않으니 이것이 우리나라 전통 판소리의 힘!! 배우가 오르는 무대를 구별 짓지 않는 판소리 현장, 곧 마당이야말로 다름 아닌 호응의 장場. 턱 없는 장에서 소리꾼의 혀끝과 고수鼓手의 장단 쫓아 조화 이루니, 곧 추임새. 서로 간 격의隔意 없이 어우러지니 아, 우리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로구나.


 심청의 이야기가 전傳으로 회자되기까지 이런 비하인드 있을 법(아울러 외전으로 교직 될 법한 춘향전의 탕아 몽룡의 서사도 흥미로왔고. '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원성고' 등장, 방년 47세 독거남으로 짜릿함 느낄 줄 몰랐음. ㅋㅋ).




게임 말고는 시간을 보낼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흥미로운 비교과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설해주는 것 (…) 문화와 실기 혹은 직업 교육 (…) 영화나 연극 같은 문화 분야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등 IT 분야나 직업 실무 등 다양한 분야에 중학교 2학년생들이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 (…) 실무적으로나 예산상으로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학교별로 알아서 운영하라고 하면 힘들 수 있겠지만, 교육청과 지역 도서관에서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 예컨대 영화감독 봉준호가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특강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BTS 멤버들이 자신들의 삶을 중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자. 게임보다 인기 있을 것 같다. 꼭 유명하지 않더라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학교 프로그램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 도서관 사서들을 통해서 청소년 대상 도서의 저자 강연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효과성이 입증되는 경우, 팬데믹이 종료해도 일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중학생들의 일상적 삶이 풍부해지면서, 그들이 체득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 대입을 향한 교육행정에 드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중학교, 아니 중등교육 과정에 사용한다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의 총자산이 바뀐다.

_우석훈,『팬데믹 제2국면』 본문 일부 발췌


 우석훈 선생님 신간입니다. 저 같은 이도 이후를 가늠할 수 있도록 쉽게 잘 풀어주셨어요. 때문에 내용으로는 굳이 읽지 않아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여기는 분도 꽤 계실 겁니다. 그러나 또 실상 육하를 바탕으로 길을 내어 나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 다다르기란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 않지요. 차치하고 아무튼 먼저 감각하는 데에 일정 정도 도가 트인 분들이 곧 일선 학교 선생님이지 싶고. 학생 개개인 마음에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일군 역할 수행 능력에 이런 콘텐츠 가미되면 어떤 시너지를 낳을지 자못 기대되는 바여서. 이런 활동 작동하려면 해당 기관은 물론 상급기관 결정권자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중하겠습니다. 해당 직무에 임하고 계신 여러분께서 막중한 책임 실감하고 계시겠지요. 그래서 일개 소시민인 제 사견입니다만 말씀드리자면 이 같은 영화를 관람케 하는 것이 기대 이상 효과를 견인하게 될 수 있지 않겠나 합니다. 물론 이 같은 견해 더하여 청함에는, 도슨트/큐레이터 역할 수행에 학교 선생님 만한 분도 없지 싶고 나름 충분한 역량 갖추신 바라 믿기에. 팬데믹 겪는 당장의 중학생. 당겨진 뉴노멀의 주축으로 자리할 세대. 변화된 글로벌 지형에서 새로이 자리한 선진 그룹 가운데 한국이라면, 문화를 한 축으로 첨단 걷겠지요. 하면 문화산업(썩 달가운 표현은 아닙니다만 편의상 한 번 쓰겠습니다;;) 선도하는 첨병으로 글로벌 겨냥 문화콘텐츠 기획자를 비롯한 각 분야 인재 양성은 필수 과재. 직조織造의 how-to를 고민하는 후세에 know-how를 전수하는 자리되지 싶어서. 서린 한, 흥을 수놓아 이야기로 엮어 그를 만인에 내어놓는 방식, 이를 감각토록 하는 것이야말로 중한 과업이지 싶어서. 이런 데에 눈 반짝일 학생 또한 수다하지 싶고.

괜히 '액자'식 구성이 어쩌고 나아가 '메타-픽션'이니 추상한 개념, 주입으로는 겉돌고 맴돌 뿐. 뭐랄까요, 개념 중하니 가르쳐야겠지만 감각 부재인 형편으로서는 자칫 유명무실有名無實 지경 되기 십상. 따라서 명名과 실實이 상부相符하는 실체,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자꾸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나 ~ 뭐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네, 뭐 그렇다고요. '_'


*8월(또는 9월) 개봉 앞둔《광대, 소리꾼 감독판》관람 후後, 기記. 최욱·정영진의 《매불쇼》 시·청취자 가운데 열 명 자리 마련하겠다는 전찬일 선생 말씀 듣고 염치 잠시 꺼두고 신청, 운 좋게 당첨되어 관람하였습니다.

붙임. 1 : 북녘의 산하, 풍광이 차~~암 좋더이다. 보세요!!

붙임. 2 : 조정래 감독도 고수鼓手이시라고. 아, 어쩐지.. 서사의 장단이 눈귀를 스크린에 잡아매더라니.

붙임. 3 : 전작을 관람하지 못해 알 수 없으나, 자리한 분들 말씀으론 '다른' 작품이랍니다. 때문에 전찬일 선생께선 '재再-'가 아닌 '개봉'이라 강조.

붙임. 4 : 다만 사무치는 그리움이 한으로 서리기까지, 이를 담아내는 서사가 다소 빈약하다 해야 하나 뭔지 모르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소리꾼 학규(이봉근 분) 통해 형상화되는 심청전,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어흙 ㅜㅡㅜ 보십show, 두 번 보십셔!! 저는 후에 국밥을 말든 파전을 부치든 막걸리 걸치며 다시 보렵니다. 아, 침 고여. DMZ에 한상 차려놓고 남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이만 맺습니다. 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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