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서점일기
싱숭생숭 바람 든 허파로 쏘다녀야 별 거 없다.
형언키 어려운 헛헛함, 바닥 쓸고 다닌다고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왁자한 분위기에 섞여들면 좀 나을까 싶지만, 해봐서 알잖아요?
없습니다, 없어요. '_'
그렇지.
그리 겪어 알고 있어도.. 그래도 나서지..
그 방황 그치지 못하는 이유라면 역시, 그렇게라도 달래보는 것.
그렇게 시간을 견뎌보는 것이지.
이정선 선생의 노랫말마따나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 못 견디게 가슴 저리'니,
'우리 사랑을 하'는 이유 참 애처롭고, 그래서 사람은 또.. 참 서글프고 그렇다.
딛는 곳마다 발밑 푹푹 꺼져들어 허방 같고,
조심해 내딛는다고 디뎌봐야 몇 걸음 내지 못하고 경험 되풀이.
와중에도 나서라 재촉에 등 떠밀리니 아주 죽겠다 싶고
이럴 바엔 차라리, 아니 정말이지 이승과 자발적 선 긋기 감행하고플 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요. 꼭 그럴 필요 없더라구요.
어지간하면 다 지난다더니 아주 그른 말도 아니고.
또 그렇게 지나면 돌이키니 어쩌니 이를 정도로 의식하고 말고 할 꺼리도 아니었구나~~
이러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고. 뭐 그렇단 얘기지요.
외로움? 그 뭐 어차피 피차 간 불가피 아닙니까.
Alone again? 그게 natural이지 않겠냐는 것.
운명 끌어안고 愛하자면, what do we do~ 체념하다가도 Do what, 뭐라도 하겄쥬.
붙임 : 책 한 장 들추어 등불 삼으면 안팎으路 트이지 않을까 싶어書 남겨봄 '_'
김형이 추운 밤에 밤거리를 쏘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하숙방에 들어앉아서 벽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밤거리에 나오면 뭔가가 좀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뭐가요?
그 뭔가가. 그러니까 생(生)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 밤이 됩니다. 난 집에서 거리로 나옵니다. 난 모든 것에서 해방된 것을 느낍니다. 아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느낀다는 말입니다. 김형은 그렇게 안 느낍니까?
글쎄요.
나는 사물의 틈에 끼어서가 아니라 사물을 멀리 두고 바라보게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글쎄요. 좀……
아니, 어렵다고 말하지 마세요. 이를테면 낮엔 그저 스쳐 지나가던 모든 것이 밤이 되면 내 시선 앞에서 자기들의 벌거벗은 몸을 송두리째 드러내놓고 쩔쩔맨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없는 일일까요? 그런, 사물을 바라보며 즐거워한다는 일이 말입니다. (…) 내 대답은 아마 이렇게 될 것 같군요. 그냥 뭔가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밤거리로 나온다고. (…) 김형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같은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지점이 잘못된 지점이라고 해도 우리 탓은 아닐 거예요.
_김승옥, 「1964년 겨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