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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Nov 27. 2021

우리들의 천국(사각공간 심야책방 후기)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일이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태도야말로 문학을 매명의 도구로 만들고, 문학을 문학에서 소외시키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은, 인간을 자신의 생존 욕망 속에만 갇혀 있는 포유동물과 구별하게 만드는 변별적 장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이 없다면, 인간으로서 살아남는다는 말을 감히 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_『당신들의 천국』 초판 해설, 김현 <자유와 사랑의 실천적 화해> 中

‘문학’을 독서로 넓히면 그대로, 제 ‘동상’ 세우기에 혈안인 세태의 처방전 아닐지.

사람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난 자 어느 부처님이라고 자신의 동상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은 곳에는 그런 동상이 하나씩 숨겨지고 있게 마련인지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사람에 따라 그것을 어떻게 숨기고 지내느냐 (…) 그것을 어떻게 참으면서 그 동상의 환상에서 끝끝내 눈을 감고 견딜 수 있느냐 (…) 은밀스런 동상의 충동을 어떻게 견디어내느냐는 점.

_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中

읽는 이유라면, 바로 이 ‘차이’의 발견에 있을 것. ‘동상’에의 몰입은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그저 인두겁 아래 자리한 수성獸性의 충동질에 불과한가. 이러한 의문 위에서 모습 드러내니 윤리이고, 이를 바탕삼으니 비로소 자유. 하지만 윤리고 자유고 이름은 하나여도 저마다 다름을 주장하니 아우성. 제각각 앞세우는 명분과 대의, 실리 먼저 거머쥐겠다 벌이는 주도권 다툼. 사랑 부재야말로 (계몽의) 한계라지만, 거듭되는 역사는 외려 계몽의 이름으로 출현하는 무수한 동상이야말로 수성獸性에 굴종 일삼는 평범한 민낯. 낱낱의 보통인 임을 증거. 제 ‘동상’ 세우기에 이바지할 뿐인 읽기/쓰기 거듭하고나 있진 않은지 반성 없인 여전히 천국은 자기 바깥. 성찰하는 우리 안에서 미약한 대로 갖추기 시작하는 모습. 그를 일러 '우리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겠다.


#동네서점 #사각공간 #심야책방 #당신들의천국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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