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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Dec 12. 2021

서점일기 ─ 무소의 뿔처럼, 홀로, 다만 나아갈 뿐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2021년 한해, 누군가에겐 honey와 무관한 bitter로 괴로움의 연속이었을지 모릅니다. 실연/이혼은 물론이거니와 정리 해고를 비롯하여 머물러 평안 느끼던, 그 모든 익숙한 사정과 형편에서 자신만 내쫓긴 기분. 밀려난 느낌. 세계가 작정하고 자신을 따돌리는 것 같아 마침내 서러움 복받치기까지. 자명하다 여겼던 관계의 실상은 이다지도 가볍구나, 단단한 반석이라 여겼건만 작은 균열에도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성城으로 쌓아올린 땐 그렇게 어렵더니 손가락 사이 흘러내리는 입자, 흩어지는 모래 알갱이들은 자취 없어 추적 곤란. 다만 흔적은 기억으로만 보존될 뿐이어서 상처로나 응결. 나름 전력을 다하고 전심을 쏟았으나 한번 '덧없음'이란 결과값 마주하면 좀처럼 재기/재가동 쉽지 않지요. 그도 그럴 것이 '해봐야 부질없'으리란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에. 하지만 결국 '덧없음' ∞ '부질없음'일 따름. '밖[外]'을 달리 하여 다른 모습 내비침과 동시에 자기 '안[內]'을 챙긴다지만 그 전략은 결국 '안/팎'의 구분을 착각하는 '뫼비우스의 띠' 맴돌기를 지속하는 것뿐. 그러니 다른 누구 아닌 제 손으로! 먼저 부숴야 마땅한 것이 바로 이 쳇바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에서 -> '이미 다한 전심전력, 아끼지 않았다'라고, 곧 과거로 분명하게 매듭짓는 것. 과거로 매듭지음으로써 선명하게 긋는 선이야말로 새로운 시즌의 출발선!! 그러니 어려워도 매듭지으려 애쓰는 수밖에 다른 도리 없겠습니다. '이런 일 겪을 이유가 내게 없건만, 이런 노력까지 내 몫으로 감당? 내가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억울할 수도. 그러나 아낌없이 낸 만큼 그로써 족하다라며 수긍할 때에나 비로소 후련. 그러고나서야 '고작 이런 일들로 내가 힘들었구나' 싶은 나머지 허탈한 한편 그로써 확보된 여유를 바탕삼아 마침내 웃음짓게 되는 것. 이런 미소 떠올리게 되는 시점은 반드시 도래!! 노력이라면 바로 이 시점을 당기려는 것. 그 누군가와 혹은 터전에서 어울리며 좋았던 한때. 그건 그것대로 '좋았던 한때'로 동결. 계속해서 머물 수 없는 다른 모든 순간들처럼 그 또한 제게서 이미 지난 과거. 이를 의식으로 구분하고서야 겨우 괴로움을 토하게 만들던 그 순간들로부터 놓여나는 것. 이로써 그 순간들은 비로소 힘을 잃고 퇴색, 희미해지는 것.


그러니 매일 매순간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으려 애를 써야 할 겁니다. 마치 당장! 오늘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리플레이 거듭하는 것. 머릿속에 그 누군가를! 그 어떤 상황을!! 데려와 괴로웠던 당시를 다시 곱씹게 만드는 재생하기, 멈춰야지요. 과거를 오늘로 되살리는 재생 버튼, 가장 빈번하게 누르는 건 누구입니까? 결국 자신이지 않을까요. 하면 이제 새 시즌에 집중해야지요. 인생 시즌2 주연은 결국 자기 자신이니. 여봐란듯 더 멋지게 잘사는 모습?? 뭐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보다 애당초 누구에게 보일 필요 없(었)음을 자각하는 것. 그런 시선 따위를 먼저 떠올리고 의식하는 데서부터 저를 해방시키는 것. 이를 의식할 때에야 비로소 저를 얽어 옥죈다 여기던, 어떤 실패의 낙인과도 같은 데서 자유할 수 있겠지요. 이에 집중하다보면 절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럴 때 '그 모든 것, 이제 내게서 다 지났구나' 느낄 겁니다.

상傷의 처소處所에 들어 칩거, 그간 해야 할 공부라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이를 방편으로 취하려 할 때 벌써 잡히는 방향, 그 구체성으로 실감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만 나아갈 뿐이지요. 홀로 무소의 뿔처럼.

어차피 부대끼는 속에서 함께 견디는 세상. 식상하고 진부한대로 기운 잃지 마라는 말씀으로 맺습니다.

기운, 잃지 마세요.



시선은 구만리에 걸어두고 한 걸음 한 걸음 다만 나아갈 뿐입니다.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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