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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Dec 30. 2021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강연 참여 후기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서점일기



영화 《버블 패밀리》는, 집이 부동(자)산으로 전화하는 또 전화되는 과정을, 어떻게 가족 단위에서 내면화하는가로 살필 수 있겠다. 곧 정주(定住) 공간에서 자산 증식 수단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 (비)자발적으로 가담하면서 공고해지는 주택장(場)의 면모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 혈연 서사를 중심 삼는 단위로서의 핵가족은, 국부(國富) 형성의 경제 주체로 그대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처지라 해도 과언 아닐 것. 누려서 만족에 이르는 효용, 곧 가치의 직접 생산과 거리가 먼 형편으로 자본 투자만으로 근로소득을 압도하는 수익을 낳는, (개별 경제 주체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자처로 각광과 주목, 받을 밖에 도리 없는 부동자산. 때문에 제 몸[身]과─지대(地代)의 갖가지 갈래를 수익으로 거두어들이는 토지(土地)를 둘로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게임에서 지려고 작정한 바보임을 자처하는, 기형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신념으로 체화.


부채를 기반 삼아 설계된 공급 위주 주택 정책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지만, 이 주택장(場)에 참여하고 말고의 선택은 각자의 자유 의지인 것처럼 비치기에 성공도 실패도 제 ‘운’과 ‘팔자’로 치부, 책임 떠안는다. 그러나 실상 정책 설계, 입안에 개입하는 작자들이 취하는 소위 노른자 그리고 그로써 취한 부(富) 또 이를 바탕으로 누리는 여유를 목도하면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과 ‘팔자’를 제 관리범위로 들여 개선하자고 각자도생 연연이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부장/과장을 K-Standard로, 스승으로 각자 내면에 모셔 들여 그쪽(!)으로 무지(!!)한 자신을 개선(?)/갱신(??)하기 바쁘다. 기회의 공정을 문제 삼는 형편으로 시선이 옮아간다면 미래를 신용으로 당겨 오늘의 부로 취하는 과정을 살피자 할 테지만;; 와중에 마치 개인이 ‘운’과 ‘팔자’로 책임 떠안는 것처럼 주택장(場) 가담에 대한 책임 역시 ‘부도덕’과 ‘비윤리’라는 명목 하 여성이 떠안게 되는 것, 문제, 가족 단위에서 묵계로 작동하는 분업 체계. 성(性)으로 구분하여 수행하는 역할은 실상 이 분업 체계를 은폐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바람직할 것. 그러니까 계속해서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구조를 문제 삼아야 마땅. 참여에 제한 없이 열려 있다, 누구나 기회가 있다는 자체가 판타지 임에도 마치 ‘권리 위에 잠자는’ 사정들인 것처럼 여기니 이게 왜곡된 실태라는 것. 개인의 실패라는 혐의 아래 무력해지니 문제 제기. 잘못으로 의식하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참여하니 ‘공모’ 아니 협잡! 오십 보 백 보 지경으로 ‘연루’라면 당장의 사정에서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형편으로 뻗어야 바람직. 강연 당시 선생님께 질문하시라 참여하신 분께 채근 아닌 채근도 했는데, 나도 그렇지만 참여하신 지역민 또한 익히 알고 먼저 느끼셨으리라 생각. 결국 어떤 현인이 제시하는 길? 그게 없어 이리 되지 않았다는 것. 질문할 거리가 없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답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하는 외부 사정에만 무게 두고 자발적으로 어찌할 수 있는 형편을 무지르고 있음을 다른 누구보다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수다하게 주워섬기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이런 모습. 어차피 피차 간 이를 알면서 묵살할 것 같으면 오늘의 ‘아이히만’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하면 듣고 보고 읽어 안다 떠든들 무슨 소용인가. 제 어느 하나 바꾸질 않고 바꿀 생각하지 않는다면.


질문하려는 의지가 중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답을 거듭하여 새기며 태도로 굳히게 하기 때문! ‘이건 아니지, 그래 이게 바람직하다’ 여기는 데서 발견, 취하게 되는 것이 자기 언어!!

다시 강연 내용과 겹치어 이르자면, 집을 부富의 척도, 투기 대상으로 삼는 데로만 매몰된 형편에서 본질 곧 정주(定住) 공간으로 지니는 의미의 다양한 레이어를 복원하는 일. 읽는 자가 할 일은 혈연 서사 안팎으로 이를 주도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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