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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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한번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순 없다는 말. 여상呂尙과 그의 부인 마씨馬氏 간 고사古事에서 비롯한 이야기. 궁벽한 처지에 넌더리 나 여상 곁을 떠났던 마씨, 태공망太公望 된 그이에게 다시 돌아오고자 하였지만 돌이킬 수 없음을 이른 여상. 양쪽 모두 이해할 수 있겠다. 당장의 형편, 곤란을 오롯이 감당하다시피 한 마씨를 탓할 수만도 없는 일. 여상 역시 이를 십분 이해하였으니 저런 말을 내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당시라면 몰라도 오늘 이 세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닐지. 긴 시간 곁을 지켜준 이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 ..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바를 아는 자로서 차분히 이르게 되지 않았을지. 그 자신 운명의 부름에 이끌린 이로 불고가사 아니할 수 없는 처지이니, 마씨는 마씨 대로 소박한 제 운명의 부름에 답하며 일상을 소중하게 꾸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만일 오늘의 마씨라면, 어렴풋하게나마 이를 느끼고 제 길 향했을지도 모르겠다.


엎질러진 상태를 돌이킬 수야 없지만 그로써 마음 밭에 스민 물은 제 운명의 씨알을 싹틔우는지도 모를 일. 좀 더 적극성을 띄면 나'라고 여기며 붙드는 저마다의 그릇을 먼저 깨뜨리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 나'를 주장하는 동안 내' 속에 고인 물, 깨뜨려 보다 너른 대지로 스미도록 두는 데서 사람은 제 운명의 손아귀를 벗어나 밖으로 향하게 되는 걸지도.


내려놓음은 자기 중심을 포기하는 것이겠지. 여의어야 마땅한 유일한 존재란 자신 말고는 없겠다. 나'의 부재를 실천하는 속에서 비로소 이웃이 들어서겠지. 이때에나 부재를 새김이 무수한 나'를 기억함과 겹칠 수 있겠다.



붙임: head 삽입, 영화 One Day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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