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레종 데트르'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by 사각공간

서점의 '존재 이유'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겠다. 나만 해도 당장 여남은 개 떠올릴 정도니. 게다가 이 몇몇으로만 몇 날 며칠을 떠들 수도 있지 싶음(마음이 그렇단 얘기. 신이 나는데 지칠 리 만무, 십오 년 이상을 그 안에서 살아냈으니 압축해도 1만 시간은 너끈히 넘기겠고.. 개중 '존재 이유'로 아우르며 풀면 며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싶어서). 그렇다고 해서 실핏줄 운운, 듣다못해 딱지 내려앉은 그 말못 다시 쥐고 귓전 두드리고 싶진 않으니 당초 그 못이고 망치고 간에 죄다 부실하지 싶어서. 못 다운 못, 망치다운 망치로 기능하려면 일언一言마다 쇠-근斤으로 달아 중천금重千金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알짬은 간데없고, 난데없이 '서점이니 살아남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당위만 승하니 이래 가지고야 어디;; 이런 걸 망치라고 못이라고 두드린들 그 말이 어느 귓속인들 파고들 수 있으랴. 겉돌다 빠지기 일쑤지.


아무튼 다른 분들 어떤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서점 존재의 이유라면.. 아니, 아니지. 예의 그 실핏줄 운운과 같은 보편의 바깥, 내 편에서 굳이 서점을 꾸리는 이유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


서점인인 동시에 책 읽는 한 사람으로, 이 모자란 형편을 그래도 사람 구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분께 빚진 바가 적지 않으니 그 빚 좀 갚자고 벌인 일. 도와준 이라면 다름 아닌 고전 비롯한 작품 원작자 또 이네들에 이르는 길을 성실하게 닦아준 안내자(물론 당사자가 의도한 바와는 무관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미 고인 되어 저작권 소멸된 양반들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게 아닌 경우라면 적어도 그 노력, 그러니까 인간種 안팎을 탐사하는 데에 들인 그 피땀이 헛으로 돌아가지나 않았음 하는 바람. 적어도 외면/무시로 소외당하는 일, 아주 피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으로 겪기를 바라는 마음. 더하여 그에 돌려져야 마땅한 몫까지 약탈당하는 일 역시 최소였으면 해서. 부족한 대로 당장의 내 형편과 처지에서 이에 이바지하는 방편 가운데 가장 근접한? 혹은 유용한 형태가 서점이겠다 싶었을 뿐.


무슨 말인가 하면, 인터넷 환경 이를테면 구글과 같은 검색이 아니면 스스로의 내면에서 글 한 자 길어올려 밀고 나가기 어려운 이가, 앞서 언급한 이들이 먼저 공 들여 생산한 결과를 그저 거죽만 핥고는 조악하게 짜기워 품으로 내어놓는 데 이에 대한 평가가 과하게 왜곡되는 듯싶어서(자기개발/계발 분야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아니라고는 못하지만 꼭 그에 특정하여 벌어지는 일만도 아니다). 물론 그도 필요하다. 나'와 같은 평범한 이에 마땅한 도움이랄지 영향 끼치는 바가 전무하다 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고 특출난 것도 아니건만. 문제는 이 다를 바 없는 평범을, 오히려 비범으로 포장/탈바꿈 시키는, 사기와 다를 바 없는 협잡을 도모하는 부류. 비범으로 과포장된 평범을 소위 시장市場 통해 세勢를 조장/조성하고 이로써 유명有名 더하니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 형세. 이를 문제라 여기는 것뿐.


제 사상(까지도 아닌 내용이 태반이나)의 젖줄에 해당하는 출전/전거를 대지 못하는(혹은 않는) 걸 두고 죄다 무임승차 혐의 둘러씌울 순 없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이 자본제 하에서 취하는 경제적 이득은 불로소득不勞所得 임이 명백하겠다. 고의, 아니랄 수 있겠는데 술이부작述而不作/아문여시我聞如是인 마당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일 따름. 모르고서 제 이름 붙여 말 하는 데에, 자기 소유로 이르는 데에 서슴없음은 그만큼 공부에 게을렀음을 자백함과 같으니 그에 담긴 내용이라고 온전할 수 없음을 증거함이겠고. 그러거나 말거나 베스트셀러! 꿈꾸든 실현하든 이러한 쪽으로는 재바르게 움직인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 아닌지. 이는 외려 그에 따르는 부와 명성 만을 탐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게 아닌가?

이는 해마다 책 펴내는(심지어 여남은 권수 자랑삼으며) 소위 작자作者의 경우, 특히 더하다. 그때까지 법고창신法古創新까진 아니어도 그 전작前作 꾸준히 갱신, 일신우일신 보여주는 형편이면 누군들 뭐랄 수 있겠는가. 그게 아닌 바에야 어느 날 갑자기 사뭇 다른 논조 펼치면 의구심 살밖에. 어디 교수 직함 달고서, 이름 들어 모르는 이 없는 대기업 연수 강사 등등의 이력을 배경으로 펼치는 쑈. 요사이 다채로워진 플랫폼 각종 채널에 이분들 등장하여 그 인-이어 마이크인지 뭔지 차고 나와 인문 운운하는 모습, 어쩌다 마주할 적마다 뭐랄까 정말이지 '인문학의 위기'? 이거 제대로 실감하는 듯싶다.

이를 테면 '니체'에 나체를 겹치는 식의 언농言弄에서 무어나 대단히 참신한 내용을 펼치는 양 이르던 치가 생전 언급 없던 '로티' 같은 철학자를 끌어댄달지 하는 따위.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_'


가만있자 그러고보니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퇴사 후 백일 간 도서관에 붙박혀 하루 두 권 정도 소화하던 때 겪은 바다(개인적으론 더할 나위 없는 행복기였음). 한 도서관서 예의 그 자기개발/계발 관련 분야 유명(나는 지금도 이냥반이 왜 유명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자..는 아니고 그 유명 저자가 세웠다는 무슨 센터 소속 30代 젊은 저자 모셔다 가계 재정 관련 '재무 관리' 강연 씩이나 하신다기에 경제 전공자로 궁금도 하여서 참석해보았다. 어떠한 연유로 해당 도서관 정사서 분 아닌 자원봉사하시는 젊은 어머니가 소개를 맡게 되셨는지는 모르겠으나(다시 떠올리니 저자분과 친분을 언급했었던 것도 같다)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氏 닮았다는 말을 시작으로 같은 내용 거듭하며 역시 동일한 언사로 끝 맺는 소개, 불안한 예감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 시작부터 지루해 몸이 꼬이기 시작;; 이후 그 젊은 저자 등장, 두 시간 꽉 채워 내가 들은 이야기인즉.. 자신이 소속된 센터 소개와 '조금 있다가 제가 재무 관리, 이에 관해서 설명을 드릴 거에요' 오토 리버스. 사이 잠깐 '어머니들 댁에 보험 들고 계신 거 설계자 권유대로 하시면 안 된다, 보장성/실비 어쩌구 저쩌구 이런 게 재무 관리' 라는 말을 듣긴 했다. 글쎄 뭐 아주 그른 말은 아닌데.. 이건 하나마나 한 말 아닌지. 이런 내용을 청해 듣자고 혈세 재원으로 강사료 지급하는 건 아닐 터인데. 그 센터 강좌 회당 강연료 얼마니 떠드는 거야 그쪽 사정이고, 그래서 그게 당연하다는 거?! 나로서는 기함 직전이었음. 와중에 안타까운 건 앞에 앉으셨던 50代 어머니. 내 곁에 앉았던 분이 친구분인지 그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강연이라고 취하여 들이시며 연신 뒤돌아선 '너무 좋다, 우리 저기 같이 들으러 다니자' 하시던 모습.. 가족 돌본다고 티도 나지 않는 집안 일에 고생하고 지친 심경이, 지적 허영에도 미치치 못하는 이런 사기 급에 유린 당하는 듯싶어 심경 불편 너머 화가 날 지경이었음. 어머니 입장에선 그런 유사한 분위기 만으로도 뭔가 스스로 제 모습 변화 일구는 듯싶어 다소 들뜬 모습으로 피어나는 듯싶었는데 그래도 책을 전하는 유통과정서 밥을 빌던 사람으로 모종의 책임감마저 느낌. 물론 그 또한 작지만 소중한 변화 임에 틀림없으나 기왕이면 그 안내자 제대로 만나셔야 하잖나 싶은 것. 이 어머니와 같은 독자분 심경을 이용하는 사이비들이 판을 치는 정도가 넘치다 못해 그릇된 방향으로 아예 대놓고 인도하니 문제라는 것. 어차피 책 값 거기서 거기라면 경제적 효율로만 따져도 훨씬 이득인 편을 만나셔야죠? 그게 유리하지 않습니까? 그렇잖아요? 이게 독자의 권리 아니면 무엇이 이에 해당하는 겁니까?! 머릿속 생각하는 뇌를 금전출납기와 맞바꾼 치들이 떠드는 말글 다시 주워 섬긴다고 대체 무슨 득이 되겠냐 이말입니다. 이거야 원;; 사람으로 본래 뛰어난 진면목, 잠재 상태로 있던 부분이 이런 데서 뜻하지 않게 발현되어 청출어람 되면 다행이지만.. 그런데요, '문리文理 트인다'는 표현이 가리키는 바 역시 그 길 안내를 서책 통해 제대로 받는 데서 비롯하지 않나요?! 기도 차지 않는 건 이처럼 의도치 않게 발현되는 소수의 사례조차 자기 덕으로 돌리며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인데. 본인 때문에 그리 된 것이며 아울러 다른 분 또한 저 때문에 그래도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노라고. 제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웃기지마, 이냥반아!! 따위의 당의정 유사품을 책으로 여기게 하여 사는 데 돈 낭비, 읽는 데 시간 낭비케 하였으니 장님이 장님 인도한 격. 그렇게 '영혼 실족시킬 바에야 차라리 연자맷돌 목에 달아 바다에 빠뜨리는 게 더 나으리라'는 개신교 성경 말씀도 있구만.

저도 그저 과정 중에 있음이니 그런 자신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보여야 할 것, 비범을 가장하지 마라는 것! 그리고 그로써 벌어들인 것, 거창하게 사회 환원 어쩌구 않겠지만 본인이 믿어 의심치 않는 제 모습 그러니까 '공부하는 이'라면 의義로 둥지 틀고, 터전 마련하는 데에 아낌없이 내놔!! '_' 더 많은 이들 깃들도록!! 공부하는 이의 권리?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자유 누린 자로서의 책무이지요!! 이를 만인에게서 거두어 들여 누림이 당연하다는 식이야말로 댁들 공부 헛것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함이잖냐는 겁니다!!"


시장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수익 환원 서사가 주류인 판에서야 외려 이에 편승하거나 더하여 부추기기까지 하지. 소비 주체가 합리적이거나 말거나 박리薄利 바라보는 입장에선 다매多賣면 장땡. 그러니 market+ing 낚시 서슴지 않는 것이고. 그에 낚였거나 말거나 돈 꺼내어 지불, 해당 상품!과 맞바꾸는 행위 자체가 '자발적'인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지. 이 제한적 자발성自發性의 한계를 짚어도 시원찮을 판에 '취향' 등등의 수사를 동원하여 변호/포장하니, 적어도 책을 둘러싼 환경이라면 이와는 다른 편으로 가꿔야 하지 않냐는 것. 그렇지 못하고 그저 휩쓸릴 뿐이면,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짚은 바와 같이 '한 표 행사 후 노예로 돌아가는 무늬만 시민'과 꼭 같은 형국 아닌가. 1인 1표 민주-공화정이 내내 겉도는 이유, 다름 아닌 주총의 1주 1표 행사와 맞닿은 화폐시스템. 이것도 논리랍시고 시장과 짝지워(시장+논리) 현실 장악하게 두니 문제. 소비를 하는 순간만 주체를 경험하니 화폐자산 보유 정도를 중심으로 서열화될 밖에. 그러니 '베스트셀러'가 명名과 실實이 상부相符인 경우 드물고 '베스트'라는 이름과 겉도는 '셀러'를 현실로 마주하게 되는 것. 이게 끝이면 그나마 다행이라겠지만 여기서 다시 시작되니, 이처럼 다수로부터 거두어 들여 자본 집적 이룬 치들이 이를 재원으로 부동자산 취득 실질 불로소득 취하며 계속해서 부를 축적하는 한편 이로써 성공 명찰 달고 이를 앞세워 예의 그 market+ing하는 악순환 이루는 것. 해서 앞서처럼 무슨무슨 센터니 하는 데를 적으로 두고 알맹이 빠진 소릴 하면서 혈세 취하게까지 되는 것일 터. 이런 식, 전형이라면 전형인 게 비근한 예로는 유튜브나 종편 채널 경제 운운 프로그램 오가며 자신은 몇 세에 몇 백억 자산가가 되었니 어쩌니 떠드는 부류들 또한 매일반. 비싼 수입차('고급'이니 '명품'이니 하는 수사를 따위에 붙이는 게 나는 온당치 않다 여긴다. 사람에 좌우되니 물건이지, 물건에 휘둘리어 사람이 평가되는 자체가 웃기지도 않거니와. 굳이 품을 나누겠다면 오로지 인품에나 해당될 터. 이는 요즘 같은 세상에 가멸음 축적 정도와는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바여서) 인스타 전시하며 어? 막 막 그럴싸한 라이프스타일을 응? 보여주며 저를 따르면 당신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낚아 작전 재물이나 삼고 말이지. 아무튼 이런 시답잖은 부류들 마저 인문 떠드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서점, 꾸린다.


그 인문/문예 기타 등등 각 분야 안내자 좀 제대로 만나주셨음 하는 마음에서, 만남에서 이는 변화를 중히 여기는 분들이, 무늬만/거죽만 그럴싸한 개살구 필터링에 더할 나위 없는, 저작들 만나길 꺼리시겠나?! 천만에!! 아니지!! 몰라서 지나칠지언정!! 그래서 서점, 꾸린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서점 존재의 이유/레종 데트르 되시겠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매대 특설한달지, 편집 운운하진 않지만. 난 그 유행처럼 번지는 큐레이션 따르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필요하다 하시면 그 편에서 주문하여 주시는 바를 그대로 깍듯하게 대령하여 들여가시게끔 해드린다. 단지 나름 기획으로 꾸리는 프로그램서, 익히 들어 알지만 정작 펼친 바 없거나 드문 그러나 막상 펼치면 생각 만큼 어렵지도 않은 책이나 이미 만났지만 다시 보니 새로운 발견 등의 체험 가능하다 여기는 책 등등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긴 합니다만. 모자라는 형편이면 어때, 끼리끼리 뭉쳐 함께 펼쳐 나눠보잔 것. 그래서 서점, 꾸린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서점 존재의 이유/레종 데트르이겠고.


당초 시장에 맡겨 공정과 형평으로 균형 이루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역사를 되짚어도 당장 양극으로 벌어지는 현실만 보아도 신뢰도 바닥. 해서 '작은 정부론' 주창하는 그 '편벽한 자유주의자', 나는 못 된다. 행정과 입법 그리고 사법의 3위가 짝하여 이루는 삼각 구도 내에 시장이 복속되어 견제되어야 마땅하다 여기는 나로서는, 출판(저작 포함)/서점/독자 간 이루는 트라이앵글 구도 내에 자본제 시장으로써의 도서 판매 역시 견제받아야 마땅하다 생각. 거래되는 품으로는 인문/문예 등등을 위시한 zoning이야 시장 안쪽의 일이겠지만 담긴 사유/이상 등등은 이를 포괄/초과하는 형편인 만큼, 이처럼 수익 환원 서사를 성찰하는 내용 담은 책, 그리고 이 책을 취급하는 서점이라면 적어도!! 자본제 내에서 사업 영위를 고민하는 이상의 행보를 우선하여 고민함이 마땅한 책무라 여기는 바다. 숱한 서점 '존재의 이유' 가운데 하나를, 굳이 내가 서점 꾸리는 이유와 겹치어 보자면 '재분배' 기능에 충실?! 충실할 수 있고 따라서 충실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갈음할 수 있겠고. 시장에 맡겨서 됩디까? 안 되니 하는 말이고 행동이지요. market+ing 지겹잖아;; 대신 human+ing, love+ing 나는 이를 인간種의 진면목이라 생각한다. 그저 이를 (되)찾는 데 일조했음 하는 바람으로 나는 오늘도 서점, 지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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