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페스트』에서 의사 '리유'가 너무나 보잘것없는 자원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지원자들을 이끌고 질병과 대항해 한발 한발 싸워나갈 때, 그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인간의 깊은 지혜의 증거이다.
당신이 거둔 모든 승리는 단지 잠정적인 것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반박한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언제나 마지막에는 죽음이 승리를 거두리라는 것을.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먼 곳에 있는 더 좋은 것을 찾지 않는다. 그는 병원을 세우는 대신 우선 자기 방을 가난한 이와 나누어 쓰는 파스칼의 방식대로 '가까이 있는 선善'을 추구한다.
결정을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그 결정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그리고 그것이 뻗어나갈 수 있는 버팀대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 만약 어떤 진보적인 일이 실현되었다면 그것은 묵설법적 표현에 의해서 혹은 우선 하기 쉬운 행동에 의해서 덜 나쁜 것 쪽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더 좋은 것 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정하는 것뿐이다.
더 좋은 것이란 없다. 단지 모든 사람의 손이 닿을 곳에 있는 이 선善이 있을 뿐이다.
'사랑'이라는 그처럼 혼돈된 이름이 아마도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은 바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러한 관심, 그리고 과일이 무르익는 것을 지켜보는 자의 이러한 정성에 대해서일 것이다. 그리하여 선으로부터 더 좋은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인간으로 하여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속에서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무언가를 무한정 발견해내는 것을, 그리고 그 스스로 선하게 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를 것이다.
_장 그르니에, 『존재의 불행』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