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희롱을 견디려니 조롱에 익숙해지나 ~ 비자발적 자기 소외와 동시에 자발적 아싸(out-sider)의 분열을 증세로 앓는, 얼마간은 좀 웃긴 인간으로 다름 아닌 나라는 물건. 마흔 여섯 해 돌이켜보니 도망의 연속이어서. 스러지는 것들끼리 서로를 부둥키며 지탱하는 구석으로 자리하지도 못하고, 내내 부유하며 (그 무슨 사람의 삶, 그러니까 보통인의 평범하다는 인생 같은 걸) 흉내만 낸 기분. 그나마 이도저도 아닌, 못 되는 형편을 겨우 직시하게 된 때문인지 근 이삼년 크게 걸리는 바가 없긴 하다. 당초 내 편에서 이쪽이니 저쪽이니 떠드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겠지만. 자그마한 서점을 차려 꾸려가는 처지를 두고 사장/대표/지기 등등으로 이르는 데 이는 이르는 편에서 딱히 적당한 표현이 없는대로 쓰는 것이어서 사실 난 뭐 그냥 아무래도 좋다. 솔직히 따위의 직함이나 호칭에 관심 두는 쪽이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싶다. '_' 요사이 몰두하는 관심사라면 오로지 이 웃기는 혹은 웃기지도 않는 형편에 자리한 나라는 물건이 바로 그 형편없음으로 해서 어떤 마음 사정들에 다가서는 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구나 하는 정도?! 백세 인생의 절반은 부끄러운, 아니 그도 모르고 허송한 셈인데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까지 꼭 그리 낭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조차 잘 모르는 걸 아는 듯 떠드는 모양새이니 또 한번 웃기지도 않는 놈으로 조롱받아 마땅한 편이긴 하다만. 그 광대의 배역조차 전/후기로 쪼개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결단에 닿기도 하잖나 싶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것이든 어떻든 간에, 그를 계기로 내면에 형질 변화 구축하는 인간형이면 그래도 나름 충실하다 싶게 삶을 꾸려가는 편이라 생각하고 또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을 바탕 삼는 데서 (어차피 피차 유유상종이겠지만 뭐 어떠랴~) 비슷한 부류 일부에겐 적어도 내면의 트리거를 당기게끔 한다 할지, 그 속에 자리한 어떤 걸 불러 일으켜 자발自發하도록 하게 되는 듯도 하다. 뭐 이런 종류를 조금이나마 감각하게 되니 산다는 게 '무언가' 하는 데서 '어떻게' 살지로 미끄러지는 듯. 이 역시 거듭 생각하면 웃긴 일. 어떤 날은 홀로 피식, 바람 새는 소릴 내며 안면을 쪼개기도 한다. 이를테면 세수하다 거울 보고, '이렇게 살면 안 되나?' 해놓고 '이렇게 살아도 되잖아?!' 라고 한다든지. 막연하고 불확실한 데에 올인하는 것이야말로 구체성을 상실하는 첩경이긴 할 텐데. 안 되나 싶다가도 알 게 뭐냐 싶고 더하여 아님 말아라라며 쏘아붙이고 싶어지니 이것 참 안 된 인간의 못된 근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묘한 건, 스스로 돋운 편견의 벽에 갇혀 좌정관천하는 느낌 만은 아니라는 것. 물론 종국엔 이조차 오만이 일으킨 착각에 지나지 않았노라는 만시지탄에 봉착하고 말 수도. 그러나 그건 때에 닥치면 그때 생각하련다. 근래 겪은 바를 살피니, 설사 그리 될지라도 딱히 미련 내지 후회 따위 없을 듯도 하고. 아침부터 누군가를 향해 구구절절 떠든 이야기를 조금 손 보아 옮겨둔다. 입밖에 내었으니 새겨서 좀 제대로 살아보자는 심경으로.
향하여 말로 이르는 순간 그리게 되는 거라지? 중2병 '홀든 콜필드'가 막바지에 깨달은 건, 제 똘끼에 기댄 거창한 반항이래봐야 세상 향한 인정투쟁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소회 아닐지. 그래서 저런 고백(성찰에 기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해서 나 역시 실상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기지만 자기 바깥을 향하여 입 여는 매 순간 누군가의 인정을 구하는 게 아니라 여기는 그 순간들조차 중2병 벗지 못한 아싸로서 또 얼마간은 관심 내지 인정 같은 걸 구하는지도 모른다. 아마 이편이 그래도 솔직한 게 아닐지. 다만 그렇다 해도 '그래서 뭐?', '좀 어때?!' 하긴 한다. 뻔뻔한가? 모를 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쩌겠나.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시챗말처럼 유행하는 부류의 도서 제명마냥 '뻔뻔하지만 괜찮아~' 라든지 '뻔뻔하지만 이렇게/저렇게 살겠어~' 라든지 하는 것뿐. 주변에 이웃한 소위 좋은 사람. 마음 사정 넉넉하고 헤아림 깊은 분들과는 참 동떨어진 처지.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이게 나란 물건이고 내 필드가 이곳인데.
여기가 로도스라니 부지런히 뛸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