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실패자의 이야기

#번외

by 슈가힐

창업을 마음먹은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출 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돈. 돈. 돈. 오로지 돈 때문이었다.

돈에 미쳤다기 보단 1998년 IMF가 터지며 아버지가 무너지면서 평범했던 나의 학창 시절은 결코 평범하지 못했고 억지로 학업을 마친 뒤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결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는 순간 창업이란 걸 생각했다.

내가 가진 것은 딱 2가지였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무서울 게 없는 용기와 튼튼하고 젊은 몸뚱어리'

shutterstock_661346656.jpg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무서울 게 없는 용기와 튼튼하고 젊은 몸뚱어리'


"자금이 부족하면 현명한 판단도 부족해진다."

본격적인 창업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상가의 위치는? 마케팅의 방식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자금이 부족해 어느 것 하나 실행할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금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름 온라인을 발판 삼아 저비용으로 운영하겠다는 어설픈 작전을 세우고 전혀 사람의 발길이 닿을 것 같지 않은 자리에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상가를 싸게 계약했다. 물론 돈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리고 혼자 인테리어를 하기 시작했다. 애착? 더 나은 인테리어?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혼자 인테리어를 했다. 동네 페인트 가게 아저씨의 조언(?)을 들으며 페인트 사다가 벽을 칠하고 인터넷을 보고 싸구려 집기를 구입하고 꾸미고... 물론 해본 적도 없는데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남은 건 몇 주간 고생했다고 찾아온 몸살과 페인트로 얼룩진 손발과 더욱 더러워진 내부.

어쩔 수 없이 전문가를 불러 인테리어를 새로 맡기면서 시간낭비와 돈 낭비로 창업을 시작했다.



"하면 된다? 했더니 안되더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다니던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특기가 블로그나 카페의 상위 노출이었다. 돈 안 들이고 홍보하기에 딱이라 생각했고 저것만 잘해도 충분히 성공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라고 했던가? 운영이란 건 생각보다 더욱 복잡했고 변수가 많았으며 많은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세상엔 공짜란 없다는 말과 같이 어떻게 타이밍이 딱 맞게 당시 온라인 로직이 바뀌면서 모든 것이 날아갔다. 그렇게 창업 후 3달 동안의 총매출은 200만 원.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이것저것 지출하고 나면 대폭의 적자가 날 반기며 빚을 선물했다.

철저한 계획 없이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가 가져다준 결과였다.

나는 社長이 되고 있었던 게 아니라 死藏되고 있었고 그렇게 시작부터 내 옆에 있어주던 직원들도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shutterstock_568318006.jpg 나는 社長이 되고 있었던 게 아니라 死藏되고 있었고


"실패는 더욱 똑똑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도 제정신이 남아 있었던지 좌절보다는 왜 실패했는지부터 생각해봤다.

같잖은 자존심을 접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며 생각 또 생각을 했다. 그리고 행동에 옮겼다.

다시 처음이라 생각하며 로드맵을 새로 짜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 인지를 계속 노트해갔다. 변수에 또 변수를 생각하며 앞의 실패를 바탕으로 각종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생각했다.

관련 교육도 받으러 다니며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자금도 넉넉히(?) 대출을 받아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말자란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과거보다 준비는 길었으나 실행 속도는 빨랐고 매출 또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이미 한번 실패를 해봤기에 시행착오는 최소한이었고 효율은 최대한이었다.

자연스럽게 직원 수도 늘어나고 매출도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오히려 실패가 약이 되었다.

오히려 실패가 약이 되었다.


"잘 될 줄만 알았지....."


그렇게 탄탄대로만 걸을 줄 알았다. 확신은 오만이 되었고 모든지 나의 뜻대로 될 거라 확신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벌어보지 못했던 돈을 벌게 되었고, 힘들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돈을 펑펑 써댔다. 재투자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만약을 대비한 저금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는 계속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대응책도 없이 그냥 입으로만 이겨낼 수 있다 자만을 하였고 누구의 말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왜냐면 난 실패를 했어도 다시 일어섰다는 자만심 때문에. 하지만 세상은 냉정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자는 철저히 외면했다.

뒤늦게 깨닫고 따라가려고 했지만 이미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고 매출이 떨어짐에 따라 직원 월급 주기에 급급하여 또다시 예전처럼 자금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넓은 생각이 아닌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했다.

버티면 성공한다고 했지만 한번 하락세로 떨어지는 순간 버틸 힘조차 남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큰 빚을 안고 사람들도 다 떠나가며 두 번째 실패를 맞게 되었다.

절실히 느꼈다. 영원한 건 없다고...

잘 될 때 미래를 위해 더욱 투자를 했어야 했고 내실을 더욱 튼튼하게 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성공했을 때 자만하지 말자 라고.


그렇게 두 번의 실패를 겪었고 난 또다시 도전한다.

이젠 또 어떤 역경이 다가올 줄 몰라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 창업할 때의 목표는 잊지 않고 있다.

"돈!"


창업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희망을 밑거름으로 도전하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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